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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카셰어링…'무면허·뺑소니' 사각지대
앱에 엄마 면허증 등록 악용 사례 속출…관련업체 인증절차 '돈'든다 외면
2017-02-14 06:00:00 2017-02-14 06:00:00
차량을 시간단위로 쪼개서 빌릴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카셰어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면 접촉 없이 차를 빌릴 수가 있어 이를 악용한 무면허 운전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관련 업체들의 근본대책 마련이 없어 사고는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쏘카와 그린카 등에 따르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차를 빌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카셰어링 업체의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아 본인인증·운전면허등록·결제카드등록 등 세 가지 절차만 마치면 된다. 이 절차를 거치면 기존 렌터카 업체와는 달리 직원을 만나 대여계약서 등을 쓰지 않고,  24시간 언제든 차를 빌릴 수 있다. 이런 편리함 덕분에 카셰어링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 카셰어링 서비스는 지난 2012년부터 본격 도입됐다. SK가 지분 20%를 투자한 '쏘카'와 롯데렌탈 계열사인 '그린카' 등 두 업체가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면서 후발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실제 쏘카의 경우 지난해 초 100만명 수준이던 누적회원 수가 올 초 현재 250만명을 넘어설 만큼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 스마트폰 앱에 한번 사용자 인증을 받기만하면 이후에는 추가 인증 없이 차를 빌릴 수 있다. 게다가 애초에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인증을 받으면, 면허가 없거나 면허가 정지된 사람 등도 얼마든지 차를 빌릴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성년자가 부모 명의를 도용해 카셰어링 업체를 통해 차를 빌려 사고를 내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무면허 운전은 본인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앗아 갈수도 있다는데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광주에서 카쉐어링 서비스로 빌린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뺑소니 한 혐의로 A(17세)군이 불구속 입건됐다. 무면허인 A군은 아버지 인적 사항으로 모바일 앱의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렌터카를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카쉐어링 특성상 서비스 이용시 대면 접촉을 할 필요가 없어 A군은 아버지 면허로 렌터카를 운전할 수 있었다. 
 
카셰어링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본인인증 등 절차에 허점이 많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그린카
 
상황이 심각하지만 카셰어링 업체들은 눈앞에 돈벌이에 급급해 충분히 이를 막을 기술적 장치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문인식·공인인증서 등의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도입을 미루고 있다.
 
또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요 차고지에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간단히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이 역시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쏘카 관계자는 "면허 취득 1년이 안된 운전자에게는 서비스 이용을 제안하고 있으며 회원 가입 시 운전면허 인증 때도 24시간의 시간을 두고 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조회하고 있다"며 허술한시스템에 대해 대해서만 강조했다.
 
렌트카 업계 관계자는 "직원과 대면해 차를 대여하는 기존 렌터카 업체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카셰어링 서비스의 편리성도 좋지만 공공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차고지에서 지문인증을 통해 차를 빌리는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렌트카 업체가 미성년자가 부모님 면허증 들고오면 차빌려 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돈만 벌 생각이면 얼굴조차 확인도 않겠지만 최소한 상도는 지켜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들어 한번사면 몇년을 쓰는 스마트폰 가입도 지문인증제를 도입했는데 한번에 수만원을 내야하는 카쉐어링 업체가 비용탓하면서 사고방지를 소홀히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는 돈만 벌고 보자는 안일한 태도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주도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오는 9월1일부터 카셰어링 업체들은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
 
이호준 국토부 신교통개발과 사무관은 "관련법 개정에 따라 9월 전까지 강화된 본인인증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개별 업체들과 수시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셰어링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본인인증 등 절차에 허점이 많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쏘카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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