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의 사회
모난돌
입력 : 2017-02-03 10:56:10 수정 : 2017-02-03 10:56:10
예전에 파스타 집 주말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단골 손님들이 하나 둘 눈에 익어갈 무렵, 그중 눈에 띠는 한 손님이 있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어린 아이 두 명과 함께 오는 여자 손님이었다. 아이들은 각각 세 살, 네 살 정도로 엄마가 계속 신경을 써줘야 하는 나이였다. 그 손님은 매주 파스타 하나 피자 하나를 시켰는데 아이들을 챙기기에 급급해 정작 본인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얼마 되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결국 남은 음식 대부분은 포장해가기 일쑤였다. 그렇게 식사 아닌 식사를 마치고 등에 한 아이를 업고 다른 아이는 유모차에 태운 채 파스타 집을 떠나곤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더라도 식당, 카페 등에서도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아르바이트를 할 때, 식당, 카페 등에 갔을 때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요즘에는 아이들의 출입을 아예 거부하는 업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다. 
 
사진/바람아시아
 
노키즈존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JTBC의 밀착취재에서 한 부부가 유모차에 탄 18개월 된 아이와 함께 노키즈존 카페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을 열기가 무섭게 종업원이 나와 이곳은 노키즈존이라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부부가 “구석에서 조용히 먹고 가면 안 될까요?”라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노키즈존이라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엄마가 카페에 먼저 들어가 있고 이후 일행이 아이와 함께 들어왔을 때도 사정은 똑같다. “먹던 것만 조용히 마저 먹고 가면 안 될까요?”라고 묻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노키즈존에 대한 요구는 최근 들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이야 어느 정도 시끄럽고 소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부 부모의 몰상식한 태도가 노키즈존 확산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데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치하는 부모, 카페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가는 부모(심지어 가게 직원에게 아이의 기저귀를 버려달라고 하기도 한다), 주의를 주면 왜 우리 아이에게 뭐라고 하냐며 언성을 높이는 부모 등 다양한 사례가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513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여론을 조사했다. 그 결과 노키즈존에‘찬성한다’는 응답이 54.7%, ‘반대한다’는 응답이 36.2%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더 높았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포인트)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노키즈존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성인들이 조용한 환경에서 쉬고자 하고, 그 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키즈존에서 성인들은 아이들의 소란이나 일부 몰상식한 부모가 없는,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평화롭고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도 있으며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애초에 ‘모든’ 아이들과 부모의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업소 입장에서도 노키즈존이 득이 될 수 있다. 손님들이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을 요구한다면 그것에 맞춰 노키즈존을 시행할 때 영업상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노키즈존이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라는 특정 집단을 잠재적인 위험, 민폐 집단으로 간주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물론 아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집단을 사전에 차단하고 배척하는 것은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시하는 꼴이다. 
 
또, 업소 입장에서도 이것이 과연 진정한 득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노키즈존에 대한 경기도민의 인식을 조사한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키즈존 매장을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9%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키즈존이 영업상의 자유일 수는 있으나 노키즈존 매장을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9%에 불과한 만큼 득보다는 실이 많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노키즈존이 확산되며 일각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도 등장하고 있다. 웰컴키즈존은 어린이로 인해 매장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방지하며, 안전시설을 설치해 부모가 안심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 전용공간을 말한다. 실제로 CJ푸드빌 빕스의 경우 웰컴키즈존을 채택하고 있는데 어린이 전용 샐러드 바인 ‘키즈 파티 테이블’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맞춘 동선과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CJ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잠재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를 알릴 수 있어 1석 2조”라며 웰컴키즈존이 오히려 영업에 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 공연장에서는 부모가 공연을 볼 동안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키즈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부모가 공연을 관람 할 동안 보육교사와 함께 놀이를 하며 조용히 부모를 기다리곤 한다. 부모도 공연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으며 아이들도 재밌게 부모를 기다릴 수 있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방치하는 부모에겐 문제가 있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아직 잘못을 행하지도 않은 아이들조차 차가운 선입견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아이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서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성인과 아이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한다. 부모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아이도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아이들이 사회적 주체로서 배워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일부 몰상식한 부모로 인해 모든 아이와 부모가 일반화되어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사전에 차단되고 배척당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맘충’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맘충’은 엄마와 벌레(蟲)를 합성한 단어로 공공장소에서 예의가 없는 아이 엄마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맘충이라는 단어에 힘입어 노키즈존까지 확산되고 있는 현재 모습은 다소 씁쓸하다. 
 
길거리를 지나가며 노키즈존을 볼 때마다 한 아이는 등에 업고 한 아이는 유모차에 태워 식당에 와 조용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면서도 다른 손님들이 불쾌해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던 그 손님이 생각난다. 아이가 실수로 숟가락을 떨어뜨려 새 것을 가져다줄 때 멋쩍게 웃으며 “죄송해요”라고 했던 그 손님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 손님은 그 파스타 집에도 더 이상 가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참 쉽지 않은 일이겠다.
 
 
이산후 / 바람저널리스트  baram.news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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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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