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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3불 시대' 40~50대 직장인은 춥다
2017-02-02 06:00:00 2017-02-02 06:00:00
연초부터 한파가 매섭게 불어 닥치면서 새벽 출근길에 속살을 파고든다. 기업들에겐 올 겨울은 유독 춥다. 제조·금융·서비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게 불기 때문이다. 
 
경영상태가 불안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해 직장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우리나라 40대, 50대 직장인들은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안타까움의 한숨인지 안도의 한숨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미 그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는 동료를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님을 안다. 
 
우리나라 법정 정년은 60세다. 하지만, 평균 퇴직연령은 52.8세로 53세를 넘지 못한다. 그나마 평균 퇴직연령을 채웠다는 것에 위안 삼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가계가 모두 붕괴 조짐을 보이면서 국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 신년사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불확실’, ‘불안정’, ‘불투명’이었다. 이른바 ‘3불(不) 시대’라고 한다. 더는 조직과 구성원 모두 안정적이지도, 확실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얘기다. 
 
이처럼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무서울 정도다. KB국민은행은 지난 한달간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해 3000여명의 퇴직자를 확정했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역시 지난해만 9000여명이 집으로 돌려보냈다. 최근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지난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감축한 직원 수는 무려 1만4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부분 40~50대 직원들이다.
 
3불 시대를 사는 40~50대 직장인들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는 이유다. 추워도 너무 춥다. 우리나라 40대, 50대 직장인은 대부분 은행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산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발버둥 친다. 또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자녀교육도 한창일 나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앞에 직장인은 힘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희망퇴직에 희망이 없고, 명예퇴직에 명예가 없다. 그저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불안정함만 그들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올초 현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경제행복지수 보고서’를 보면, 40대는 자녀교육, 50대는 노후준비 부족을 가장 큰 걱정으로 꼽았다. 행복지수 역시 20대 46.5%로 가장 높았던 반면, 40대와 50대는 각각 37.8%, 34.7%로 집계됐다. 40~50대 직장인이 느끼는 경제적 스트레스가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크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40~50대 직장인들을 힘들게 하는 건 구조조정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만은 아니다. 평생 젊음을 바친 직장을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초라하게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더 힘들다.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국가 경제에 버팀목이 돼 온 40~50대 직장인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식으로 살아온 그들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김영택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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