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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자산가 모시고 서민은 차별 '디마케팅' 논란
내년 3월부터 1천만원 미만 고객 매월 계좌유지수수료 부과
돈 없는 고객은 1층…돈 많을수록 고층으로 계층 나눠
2016-12-26 14:00:00 2016-12-27 15:41:3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한국씨티은행이 내년 3월부터 1000만원 미만 예금 고객에게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고 고객 자산 액수별로 차별을 두는 점포를 오픈하는 등 서민 고객을 차별하는 영업 정책을 내놓으면서 디마케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고액 자산가만 상대하고, 서민 고객들은 염두에 두지 않는 고객 차별 전략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돈 안되는 서민 고객을 떨쳐내고 돈 되는 고액자산가들만 챙기는 디마케팅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비판일 일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최근 소비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계좌유지 수수료를 예고하고, 자산가들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오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산이 미미한 서민이나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를 배제한 듯한 영업 전략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씨티은행은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내년 3월부터 예금, 신탁, 방카, 투자상품 등 전체 거래잔액이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매월 3000~5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고객과 당행의 관계를 심화하고 디지털 채널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목적에 부합하도록 면제 대상도  설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바일/인터넷 뱅킹, ATM 등 디지털 채널만을 사용하는 고객 ▲만 19세 미만 또는 만 60세 이상의 고객 ▲사회배려계층(기초생활보호대상, 소년소녀 가장, 미성년자 등)은  수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씨티은행 청담센터에서 열린 영업점 개점 행사에서 영업점을 살
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여전히 20대~50대 일반인, 자산 1000만원 미만, 인터넷 사용 미숙자 등은 계좌 유지 수수료 부과 대상이라 '차별대우'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32세·여성)는 "내 돈을 맡기면서 왜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예금 금리가 낮아서 불만인데 수수료까지 낸다면 차라리 집에다 돈을 보관하는 것이 낫다. 다른 은행들도 거기에 동조할까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PB고객에 집중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의 일환으로 보인다"라며 "그러나 여타 시중은행은 특정 고객군에 집중하는 영업전략을 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계좌유지 수수료가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자산 별로 층수를 나눈 고급 자산관리 전문센터가 출범하자, '그들 만의 리그'란 지적까지 나왔다. 
 
지난 1일 씨티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 자산관리 서비스 영업점인 청담센터를 오픈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첨단 스마트기술을 결합시킨 스마트존을 운영하고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한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문제는 자산 규모에 따라 상담받는 공간이 층별로 분리돼 있어 소액 예금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담센터 1층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존'으로, 일반적인 은행 업무를 제공한다. 2~3층 '씨티골드존'은 2억~10억원 사이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며 고객 상담실, 휴식과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모던한 느낌의 라운지, 투자 및 부동산, 절세 등의 특별 강연이 진행 될 세미나실 등이 완비돼 있다. 
 
4~5층은 '씨티프라이빗클라이언트존'으로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군을 모신다.  
 
씨티은행은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라운지 공간의 컨셉으로 머무름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한국적인 고유의 전통성을 모던하게 해석하고 고급스러움까지 부각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된 이곳에서는 최고 수준의 1:1 고객 상담실과 VVIP 고객을 위한 별도의 휴식 공간, 그리고 최고 수준의 전문가 그룹을 통한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고객 보유 자산 규모 별로 1층 일반지점부터 3층까지 나눠놨는데, 국내 은행이 그렇게 했다가는 돈없는 사람 차별하는 것이냐며 몰매를 맞았을 것"이라며 "엘레베이터에서 올라가면서 층수를 누르게 될 텐데 아래층에 내리는 사람은 뭐가 되겠냐"고 꼬집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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