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카드를 잃어버리고 분실신고를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과했던 약관이 시정된다. 금융사고시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금융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약관도 바로잡힌다.
금융감독원은 '제2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의 일환으로 56개 금융회사의 170개 약관을 점검한 결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을 시정조치 했다고 14일 밝혔다. 정당한 이유 없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배상 범위를 제한하도록 한 약관 항목을 개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먼저, 금감원은 '포괄적 책임전가'와 같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고치도록 했다. 현행 약관은 회사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포괄적인 표현을 근거로 소비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손해까지 책임을 부담하게 할 수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회원은 PIN 등 본인 인증 수단의 관리 소홀이나 누설에 따른 '모든' 책임을 부담합니다"와 같은 문구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에 금감원은 소비자에게 의무를 부과할 경우 그 범위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바로잡았다.
소비자가 전자식 카드나 인증서 등의 접근매체를 분실한 후 바로 신고하지 않으면 아무런 배상을 해주지 않는 약관도 고치도록 했다. 신고·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는 현 구조를 바꿔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소비자가 ATM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접근매체를 발급하거나 관리하는 회사에만 위·변조 책임을 물은 약관도 시정토록 했다.
가령, 인터넷쇼핑몰에서 가방 하나를 사려고 PG사를 통해 결제했는데, 공인인증서 위·변조 문제가 발생했다. 소비자는 결제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PG사에 민원을 넣었지만, 해당 PG사는 인증서를 발급하거나 관리하는 주체에만 배상 책임을 물도록 한 약관을 근거로 인증서를 발급받은 은행에 가서 따지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런데 이번에 금감원이 접근매체의 발급·관리 주체일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시정토록 해 PG사와 같은 전자금융업자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분실 후 신고 이후의 배상책임이 금융회사에 있다는 '전자금융거래법 10조'가 있음에도, 발생한 손해를 소비자가 나눠지도록한 약관도 적발돼 시정 명령이 내려졌다.
약관상의 합의 관할 조항에 금융소비자의 주소지 관한 법원도 포함한다는 개선안도 있다. 지금은 소비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 금융회사의 본점이나 영업점 소재지 지방법원만을 합의관할 법원으로 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조치로 전자금융거래 약관의 불합리성이 해소되면 소비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안전성과 편리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약관 시정조치와 더불어 금감원은 전자금융업권 표준약관을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여기에는 간편결제 등 전자금융 이용에 따른 편의성을 높이고 전자금융사고 등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최근 핀테크 활성화와 더불어 전자금융업 등록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사업 규모 및 형태가 다양해 현재 약관 제·개정 시 참고할만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영세한 전자금융업자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제공하고 있다"며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약관이 현행 법령에 맞추어 불합리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