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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국가 차원의 CSR전략 수립 서둘러야”
국회CSR포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으로 ‘CSR 국가전략 수립’ 최초 제안
CSR 확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공개 확대 등 4대 영역 환경 조성 필요
2016-12-12 08:00:00 2016-12-12 08:00:00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촉진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CSR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국회CSR정책연구포럼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최한 <CSR 국가전략 수립을 제안한다>는 주제의 지난 8일 2016 CSR워크숍에서 국회CSR정책연구포럼 홍일표 대표의원은‘CSR 국가전략 수립’을 제안했다.
 
‘CSR 국가전략 수립’은 그동안 CSR 관련 국내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서는 한번도 주제로 다루어지지 않은, 최초의 제안이다. 홍의원은 이날 위촉한 70명의 CSR 자문위원과 기업,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의견수렴을 통해, CSR 국가전략 수립을 위한 기본틀을 마련한 후, 이를 2018년 9월까지 관련 정부부처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의원의 ‘CSR 국가전략 수립’ 제안은 국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경영의 핵심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239개의 기업 및 단체가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였고,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의 수는 126개(2015년 기준)로 늘어나는 등 외형적으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가습기 살균제 참사,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최순실게이트에서의정경유착 사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CSR은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 관리차원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BP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등은 CSR 경영에 실패한 기업이 시장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게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이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요소가 됨에 따라 다수의 나라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CSR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U의회는 EU차원의 CSR 전략을 발표했고, 회원국에 '국가별 CSR 액션 플랜'을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EU주요국뿐만 아니라, 사이프러스와 같은 소국들도 각국의 특성을 반영한 'CSR National Action Plan'을 수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CSR 활성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환경부등은 기업의 CSR을 촉진 및 활성화하기 위해 대중소파트너십, 해외진출 한국기업 CSR교육, 녹색경영기업 금융지원시스템(enVinance) 운영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일시적이거나 산발적인 경우가 많았고, 부처 간의 협력도 미흡했다. 산업발전법에는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 수립을 명시하고 있지만 한 번도 수립한 적이 없다. 다만 최근 중소기업청이 ‘사회적책임경영 중소기업 육성 기본계획[2017-2021]’을 발표했을 뿐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절반 정도가 대기업의 협력업체인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중소기업 CSR의 가장 큰 동기가 대기업이 진행하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지 계획을 위한 계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홍 의원의 ‘CSR국가전략수립’제안은 기존의 법, 제도, 정책 및 민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니셔티브를 분석하여, 체계적이고 연속성 있는 CSR 촉진 마스터플랜 제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홍 의원은 수익의 일정비율을 사회공헌 지출로 의무화하는 인도방식이 아닌 투자자, 소비자, 사회적 여론 등변화된 대외환경에서 기업이 CSR을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동기를 촉진하는 환경 조성을 CSR 국가전략 수립의 기본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시장선순환 생태계 강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공개 확대 ▲기업·사회 역량 강화 ▲CSR 인식제고라는 4가지를 CSR 확산을 위한 기본적 환경 조성 영역으로 삼고 CSR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선순환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 조달 및 B2B 거래, 소비 등에서 CSR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 인센티브를 촉진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 도입 및 민간활동 지원 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미 통과된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촉진법과 사회책임공공조달법에더해, 전체 65개 연기금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재정법과 지방계약법 등의 개정 및 지방조례의 추가적인 제정 등이 필요하다.
 
ESG 정보공개 확대는 시장참가자들이 CSR 우수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투자하기 위해서는기업의 신뢰할 수 있는 ESG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 기반하고 있다. 기업의 ESG 정보의 생산, 분석 및 가공, ESG 정보유통에 이르는 전과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시장참가자들의 ESG 정보 접근권을 높일 수 있다.
 
시장에서의 선순환 생태계가 일정 부분 갖추어 진다고 하더라도 기업 내부와 사회의 CSR 관련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CSR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 기업 규모와 산업별로 기업 내부역량 강화를 지원할 대책이 필요하며, 아울러 CSR 전문인력 양성 및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사회적 역량도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등을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홍보수단(CSR 워싱)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따라서 CSR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통해 기업을 사회적 문제를해결하는 파트너로 인정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가 좌장으로 진행한 패널토론에서는 김종대 인하대 교수, 노재성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이 패널 토론자로 참석했고, 모두 CSR 국가전략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종대 교수는 CSR 촉진을 위한 교육을 중요성을 역설했고, 최근 CSR을 학부 교양과목으로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지만, CSR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하였다. 노재성 실장은 CSR국가전략은 규제방식이 아닌 지원방식과 인프라 조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홍선 연구위원은 CSR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기주의 투자에 익숙한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성과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특히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나현필 사무처장은 OECD 가이드라인이나 UN의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을 지적하며, 국가전략 수립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행되게 할지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함을 역설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영호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기업은 오늘날 대부분 사회문제의 원인이자 동시에 해결 주체이기도 하다. CSR은 기업 자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경제, 환경, 노동, 인권 등을 향상시킨다. CSR은 기업의 자발성에 기초지만, 정부는 사회전체의 편익을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CSR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R is R (Responsibility is Reward)’, 즉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사회책임투자, 지속가능소비 등을 통해 시장에서 보상을 받는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법적, 제도적, 정책적 토대를 만들어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해외 연사로 초청된 독일연방의회메히트힐드 하일 의원은 ‘독일 정부 및 유럽연합 차원의 CSR 전략’에 대해 발제했다. 하일 의원은 CSR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들의 연합체인 ‘CSR Germany의 활동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 노력, 지난 2014년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ESG 정보공시와 관련한 독일연방에서의 진행상황, 그리고 CSR 측면에서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논의들에 대해 발제했다. 
 
중소기업청 김성훈 사무관은 최근 발표된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사회책임경영 중소기업 육성 기본계획’에 발제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CSR 확산을 위한 비전과 목표, 3대 전략, 6대 추진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국회CSR정책연구포럼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최한 는 주제의 지난 8일 2016 CSR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소기업청 김성훈 사무관,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처장,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종대 인하대 교수,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독일 연방의회 메히트힐드 하일 의원.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연구원 thkim@kosif.org
편집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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