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위원회가 요즘 들어 부쩍 서민 챙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출범(9월), 성실 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9월), 국민행복기금 문제점 개선(9월), 채권추심 규제 강화(9월), 정책 대출 규모 확대(10월), 법원행정처 등과 협력 통한 Fast-Track 조기 확산(11월), 사잇돌 대출 현황 점검 및 추가 보증지원 필요성 검토(11월) 등 최근 몇 달간 쉴 새 없이 서민 지원 정책이 쏟아졌다. 지난 23일에는 햇살론 출범 7년 만에 생계자금 대출 한도를 10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전격 인상했다. 1·2금융권을 막론하고 가계부채 총량을 감축하는 현 분위기에서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만큼 서민금융 지원이 절실했다는 말이지만 이번 정책도 앞선 지원책처럼 선심성 정책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일각에선 보금자리론 조건을 강화한 후로 악화된 이미지를 만회하려고 선심성 정책을 급하게 내놨다는 지적도 서슴지 않는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들끊는 민심을 수습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같은 지적은 금융위의 서민 지원 방식이 너무 단편적일 뿐 아니라 알맹이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햇살론 개선 조치도 허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신청 자격조건이 그대로라 대출 한도 여부를 떠나서 저신용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물론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의 CSS(Credit Scoring System) 등급에 따라 6~10등급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저신용자라도 생계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신용등급이 자격조건에 해당되는 8~9등급이라도 연체 기록이 있으면 대출 심사에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용불량자는 말할 것도 없이 햇살론을 받을 수 없다. 신용상담센터 현장에서 햇살론 대출 자격조건이 까다롭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햇살론 승인이 잘되는 지점'이란 문구가 인터넷상에서 나도는 것도 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다른 정부 기관과의 연계 없이 홀로 서민 금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도 아쉽다. 서민들의 삶이 어려운 이유는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낮은 소득 수준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으려면 다른 부처와의 협업이 전제되야 한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대책처럼 금융당국과 고용노동부, 산업통산자원부가 저소득·저수출 문제를 극복할 만한 종합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부처와의 협업은커녕 내부 정리조치 안된 모습이다. 지난 9월에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아직까지 업무 인계를 완료하지 못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측은 이전 햇살론 관리는 중앙회가, 9월 이후 접수되는 햇살론은 진흥원이 관리한다고 밝혔다.
이는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서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겠다던 금융위의 계획과 어긋난다. 금융위는 진흥원을 통해 서민금융 정보를 집중하고 이력관리 등을 위한 통합 DB를 빠르게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라도 임 위원장은 국면 전환용 정책 양산을 중단하고 부처간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먹구구식 대책으로는 최악으로 치달은 서민경제를 살릴 수 없다. 서민을 볼모로 한 선심성 정책 남발은 중단돼야 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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