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의 미혼모
입력 : 2016-11-07 10:21:54 수정 : 2016-11-07 10:21:54
교복을 입고 혼자 아기를 낳았다. 무섭다.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용기를 낸다. ‘책임’을 지기 위해 아기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사회의 반응은 냉랭하다. 아기를 낳았지만 축복보다는 따가운 눈초리가 익숙하다. 학교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자의 반 타의 반, 학교를 그만둔다. 내 아기는 내가 키우고 싶은데.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미혼모, 결혼하지 않고 아기를 낳은 여자. 저출생 시대 속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의 목소리는 높아져 가는데 미혼모의 삶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 미혼부보다는 미혼모가 많은 현실은 양육의 책임이 여전히 주로 여성에게 부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사회적 인식 역시 여전히 부정적이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헌법과 교육기본권이 명시한 학습권과 교육의 기회 균등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은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미혼모 통계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모는 총 24,487명, 미혼부는 총 10,601명으로 그중 20세 미만의 청소년 미혼모는 350명이다. 하지만 미혼모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조사되고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소년 미혼모의 실정을 파악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들의 존재는 우리 사회 속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지워져 왔다.
 
자료/통계청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소년 미혼모의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미혼모의 87%가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조사 당시 응답 청소년 미혼모의 71%는 이미 학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는 미혼모에 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권위적인 학교 문화 때문이었다. 이를 반증하듯 조사 대상 교사의 절반 이상과 학교 사회복지사의 32%는 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징계 사유로 봤다. 심지어 교사의 27.8%와 학교 사회복지사의 16%가 임신한 학생을 자퇴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엔 미혼모에 관한 물질적인 지원 제도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지원 금액을 보면 아동 양육비 월 10만∼15만 원, 자립지원촉진수당(만 24세 이하만 해당) 월 10만 원, 중·고등학교 자녀 학용품비 연 5만 원 등으로 '기저귀 값'을 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아이의 양육자가 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자립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만큼 학교 교육은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10대에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그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반강제적으로 자퇴를 권유받으며 배제되고 있다. 신촌 미혼모 시설 애란원 한상순 원장에 따르면 임신을 하고 출산 후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는 보통 임신 사실을 처음부터 학교에 숨겼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담임교사가 사정을 학교 측에 알리지 않고 개인 선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을 경우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학교 측에 알려졌을 경우에는 100%는 자퇴를 권고 받는다고 한다.
 
2009년이 되어서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신한 학생에게 학생생활규정을 토대로 휴학, 전학, 자퇴 권유를 하는 행위를 차별이라고 규정지었고 이듬해 2010년, 청소년 미혼모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했다. 그 전까지는 임신한 학생에 대한 ‘징계’가 일반적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후 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여전히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학생 미혼모 학습권 보장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7개의 교육청 중 15개 교육청이 이성교제 관련 학칙을 개정을 권고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여전히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또한 서울·부산·광주·경북·전북 등 5개 지역 중·고등학교를 전수 조사한 결과, 786개 고등학교 중 절반 이상의 학교가 이성 교제 관련 처벌 규정을 두고 있었으며 고등학교 경우 48.1%가 가장 처벌수위가 높은 퇴학을 시킬 수 있도록 했다. 
 
2007년, 대만에서는 임신한 중·고등학생에게 출산휴가를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퇴학이나 자퇴를 하는 여학생들의 학업중단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전체 등교일의 3분이 1을 결석할 경우 성적에 불이익을 주던 기존 규정을 폐지하고 임신한 여학생에게 56일의 출산 휴가를 주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안학교에서나 미혼모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성북동의 기숙사 대안학교 ‘자오나 학교’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 학교에서는 청소년 미혼모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과 양육’에 초점을 맞춰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건강한 여성으로 자라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인생에 있어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출생의 사회 속, 한국 사회는 꾸준히 출산 장려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미혼모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학습권조차 보호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모순적이다. 청소년 미혼모에 관한 현실적이고 실증적인 논의 자체가 전무했던 것 역시 한국 사회의 양면적인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과 손가락질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들의 삶을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닌, ‘사회의 연대 책임’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 
 
 
 
이산후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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