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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몰 품는 신세계 과제 '수익성·자금력'
입점상인 재계약 등 과제 산적…'승자의 저주' 우려도
2016-10-24 16:11:26 2016-10-24 16:50:44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코엑스몰 위탁운영(10년) 입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세계(004170)가 당초 예상보다 2개월여 늦춰진 오는 28일 본계약을 체결한다. 업계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자금력과 코엑스몰 수익성 개선 여부에 물음표를 그리고 있다.
 
2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와 이마트(139480)의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7월28일 코엑스몰과 칼트몰 임차운영사업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8월11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실사를 거쳐 세부내용에 대한 추가협상을 완료했다. 두 기업은 약 1개월간의 내부보고 과정을 거쳐 오는 28일 정식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신세계 측은 지난 8월16일까지 실사와 추가협상을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예상보다 2개월여 늦춰진 10월말에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된 데에는 '수익성'과 '자금력'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가 이번 입찰에서 제시한 최저이익보장금액(MRG)은 600억원대에 달한다. 입점된 매장들의 임대료로 수익을 내야 하는 코엑스몰의 지난해 임대 수익은 500억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짜리 계약임을 감안하면 총 1000억원의 손실을 끌어안아야 하는 셈이다. 10여년간 코엑스몰을 운영한 경험이 있던 현대백화점(069960)이 입찰을 포기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코엑스몰 실사결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코엑스몰 임대수입 530억원은 코엑스몰만의 최소보장 임대료를 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칼트몰을 합친 실제 예상임대수입은 올해 기준 약 660억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본계약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도 신세계프라퍼티가 올해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 '스타필드 하남'의 오픈 업무로 인해 업무 우선순위가 다소 밀려 실사가 지연됐다는 해명이다.
 
우여곡절 끝에 본계약을 눈 앞에 둔 신세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2014년 말 30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후 재오픈한 코엑스몰은 오히려 더 불편해진 동선과 인테리어 등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매출이 반토막난 입점 매장들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공실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코엑스몰이 문을 닫고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사이 '강남 상권'에 잠실 롯데월드몰과 반포 센트럴시티가 새롭게 문을 열거나 몸집을 불리면서 고객들을 흡수해갔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9월 센트럴시티 지하에 오픈한 영패션 전문관 '파미에스트리트'와 확장 오픈한 신세계 강남점은 코엑스몰을 운영할 신세계프라퍼티와 '한 식구'다. 무리하게 코엑스몰 운영권을 인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고객을 모으더라도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롯데월드몰은 코엑스몰이 자랑하던 아쿠아리움과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을 모두 갖추고 있어 고객층이 상당부분 겹친다.
 
입점업체들과의 재계약 또한 과제다. 코엑스몰은 내년 초 전체 250여개 입점업체 중 40%에 달하는 100여개 입점업체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이 반토막난 마당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높여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자금력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지난달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을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는 부동산 투자·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제 막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이 신세계프라퍼티의 사실상 첫 사업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자금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90대 10 비율의 지분구조를 갖고있는 신세계프라퍼티는 올해 이마트와 신세계투자개발로부터 각각 두차례에 걸쳐 1080억원, 800억원씩 유상증자 등을 통해서 자금을 지원받은 바 있다. 신세계에서도 올해 7월 60억원의 자금을 출자받았다. 이 처럼 계열사에서 돈을 타서 쓰는 상황에 무역협회에 내야 할 코엑스몰 위탁운영 수수료를 낼만한 자금력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업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신세계 측은 자금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항상 어려울 때도 과감한 대규모 투자로 불황을 돌파해왔는데, 이번 입찰 역시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라며 "센트럴시티에서 코엑스몰에 이어 스타필드 하남까지 '강남권 벨트'를 형성해 상호 시너지를 낸다면 수익성에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엑스몰 위탁운영권 본계약이 수익성 등의 이유로 2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제공=코엑스몰)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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