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김영란법은 깨끗한 사회 만드는 사회정화법”
공연계 초대권 남발 변화 예고 긍정적 측면…기자들도 취재용의 경우 회사돈으로 구입해야
2016-10-03 11:20:51 2016-12-12 11:05:17
김진해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김영란법은 사회정화법”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김 교수의 견해를 들어본다.
 
한국은 2016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국가부패 인식지수에서 전 세계 167개국 가운데 37위를 기록한 나라다. 2014년 43위에서 상승했으나 점수 상으로 겨우 1점 상회했다고 한다. 그러니 부정청탁 금지법이 나올 만도 하다. 이렇게 해서라도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이 법은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비리와 청탁이 자행되었는가의 반증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가장 많이 우려한 집단이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생산한 물품이 선물로 많이 제공됐다. 5만원이 넘는 가격의 상품들은 마음의 선물이 아닌 뇌물로 해석돼 금지됐다. 중저가의 선물 세트 구성도 가능한데 꼭 값비싼 제품을 고집하는 이유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농산물 생산자들과 유통업자들인 백화점의 비명은 별로 심각하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문화생활은 어떠한가? 문화 분야 특히 오페라나 뮤지컬, 클래식 음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사례 1. 예술관련 공공기관 K사장의 주장
오페라나 뮤지컬, 클래식 음악계는 초비상이다. 통상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재계, 금융계 등이 후원해왔다. 후원의 형태는 티켓을 구매해서 유관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는 형식이 많다. 그런데 보통 티켓 가격이 5만원을 상회하기에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티켓 선물은 불법이 된다. 따라서 재계의 후원이 줄어들게 됨으로 공연예술계가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국립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사립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이다.
 
사례 2. 사립 오페라단 L단장의 주장
오페라 한 편의 제작비가 최소 5억 이상이며, 수익을 맞추기 위해 티켓은 고가로 책정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기자들에게 보내는 초대권도 금지될 것 같다. 현재 유럽에서는 프레스용 초대권이 합법인데 이는 홍보를 위해 허용돼야 한다. 주요 후원사는 은행이나 백화점인데 이들이 구매한 티켓을 VIP 고객들에게 나눠준다. 고객 초대용 오페라 티켓의 가격이 20만원을 넘는지라 법의 저촉 대상이다. 앞으로 은행, 백화점, 통신사 등이 고객들에게 티켓을 선물하기가 어려워 향후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아 걱정이다.
 
사례 3. 클래식 공연기획사 J대표의 주장
문화예술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티켓의 대량 구매 고객이 기업인데 김영란법으로 이들이 구매를 소극적으로 할 경우 클래식 공연계는 매우 힘들어진다. 특히 티켓은 언론이나 공직자를 위한 초대용이 많아 직격탄을 맞을 것 같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불경기인데 이참에 문화예술계 후원을 중단하자는 분위가가 감지되고 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나 연주자들의 뛰어난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도 많아 우려된다.
 
A사 언론 보도에 따르면 9월 말 개막하는 전주 세계소리축제나 10월 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등은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리셉션도 취소한다고 한다. 앞으로 공무원, 언론인, 평론가들도 자비로 공연 티켓을 사서 입장해야 할 판이라는 볼 멘 목소리다. 또 다른 B사 보도에 따르면 대형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에서 기업 후원의 비중이 20~50%를 차지하는데, 기업 협찬 및 구매가 줄어들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대형 클래식의 경우 5만 원 이상의 관람권 비중이 매출의 60%, 뮤지컬은 80%를 차지하기에 이들 업계는 고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C사 보도는 “공연계 일부에서는 김영란법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문화접대 활성화와 상충되는 규제 법안이라는 말들이 나돈다. 문화부의 관계자는 뮤지컬이나 클래식업계 등 공연업이 일부 위축될 수는 있으나 고가 공연 피해가 전체의 문제는 아니며, 앞으로 문화회식 캠페인을 통해 골프, 음주 등의 접대문화에서 출판, 연극 등 중저가 문화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티켓비 1만원인 영화계는 조용하다. 티켓비 3만원 미만인 연극계도 조용하다. 관람비 1만원 미만의 미술계도 조용하다. 귀족예술로 인식되는 오페라, 클래식, 뮤지컬 제작사들의 불만 섞인 우려가 주를 이룬다. 문화발전과 문화다양성, 고급문화 향유라는 측면에서 이들 공연산업의 위축은 함께 염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공연계의 초대권 남발과 제작비 조달방식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언론의 우려 역시 좀 낯간지럽다. 앞으로 기자들도 취재용이라면 회사 돈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즐기려면 자비 티케팅을 하자. 밥도 항상 얻어먹는 관행에서 탈피하자. 교수들도 대학원생들의 회식자리에 자기 밥값을 내든지 차라리 저녁을 사주자. 얻어먹는데 익숙하다는 공무원, 언론인, 선생 등 권력을 조금이라도 가진 자들은 스스로 자기 밥값을 내든지 밥을 사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에 기대한다. 이렇게라도 해서 사회가 맑아지고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로웠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희망의 사회가 아니던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연계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영화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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