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2016은퇴포럼)고령 친화산업이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다
실버푸드·의료관광 가파른 성장세…50세 이상 시니어계층, 소비 주도층 부상
2016-09-05 13:56:29 2016-09-12 14:11:13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약 20억명으로 현재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시니어산업 육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다. 시니어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뿐 아니라 IT, 금융, 제약, 식품산업 등 전반에 걸쳐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산업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시니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가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화 사회의 대안을 모색하고 비전을 제시해 온 뉴스토마토 은퇴전략포럼이 오는 9월23일 제5회를 맞아 '고령사회, 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될 제1세션 주제 ‘고령사회 비즈니스 생태계’를 시작으로 연속 3회에 걸쳐 국내 시니어 산업의 자생적이고 효율적인 생태계를 구축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고령화는 ‘소리없는 재앙'이라고도 불린다. 인구구조 변화현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취업자 평균연령 상승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저하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부터 전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후 모든 지역에서 고령화 이상 진행이 발생하고 있다. 불과 3년 전 고령화 미달 지역 마저도 올해는 모두 고령화 지역으로 편입된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노인인구는 25년 후 30%에 육박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경제력을 갖춘중·장년 및 노인 인구의 증대로 인해 구매력 상승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낳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시니어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산업 및 상품, 서비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공공 섹터에만 의존하던 시니어 산업 부문이 대거 민간 기업 쪽으로 위탁되면서 전체 산업 규모까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시니어 시장 규모는 116조원, 시니어 인구 1500만명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니어 산업의 중요성과 의미는 더욱 커져 갈 것이다. 
특히 시니어 건강산업은 고령화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수요가 늘어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인해 고혈압, 관절염, 당뇨, 뇌혈관질환 등 노인성 질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실버푸드 시장선점 경쟁 치열 
실버푸드 산업도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3000억달러(약 6300조원)로 연평균 3.9% 성장하고 있다. 성장속도만 놓고 보면, IT산업보다 1.8배 빠르고, 자동차 산업보다 3.2배 앞선다. 먹거리가 곧 미래 성장 동력인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버푸드가 고성장세다. 잠재적 수요자인 노인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 13.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32.3%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고령친화 산업 시장 역시 올해 39조3000억원에서 2020년 72조8000억원으로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사와 유통사도 다양한 실버푸드를 내놓고 판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시니어 소비자를 위한 영양식 6종을 선보였다. 노년층을 위한 필수 섭취 영양소를 강화하고, 치아가 좋지 않아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파우더, 젤리, 죽 등 세가지 형태로 구성했다. 오곡파우더, 과일맛 식이섬유 젤리, 파우치 형태로 제작된 죽 등이 대표 상품이다. 이마트에서 60대 이상 고객 매출 비중은 2013년 7.8%, 2015년 9.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식음료업계는 은퇴 후 충분한 경제력을 보유, 외모, 건강관리 등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50~60대 '액티브 시니어들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 출시에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도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50세 이상 시니어 계층이 소비 주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외모, 건강관리 등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식품관련 고령친화산업 규모는 2012년 27조3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39조2000원으로 3년 만에 43.5%나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관광 산업은 황금알 낳는 거위
의료관광산업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비자카드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의료관광객이 매년 1100만명에 달한다. 의료관광산업 규모는 현재 4390달러(약 48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의료관광의 성장률이 평균적인 경제성장률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10년간 의료관광산업의 연간 성장률은 최대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전 세계 인구 중 3~4% 정도가 의료관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025년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3조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의료관광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고상돈 제주하이테크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의료관광산업은 관광객의 체류기간이 길며, 특히 미용이나 성형, 건강검진, 간단한 수술 등으로 찾는 환자의 경우는 관광을 연계하여 머물기 때문에 체류비용은 더욱 커진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료관광은 차세대 유망 산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헬스케어 시장 성장세 가속화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뇌혈관질환 환자는 7.4%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였고, 50대 이후 환자 수가 급증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4.2% 고혈압 3.8%, 관절염 3.7% 등의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제약산업 분야는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헬스케어 시장 성장 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라며 "내년 국내 시장도 성장할 테지만 국내 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큰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의 빠른 성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산업의 리딩컴퍼니 유한킴벌리는 "헬스케어 산업은 고령화라는 사회적 여건에 따라 성장성이 유망한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다만 이 산업은 상품별로 시장이 특화되는 특징이 있어 산업 전체보다는 특정 제품의 성장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시니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노후대비가 부족한 고령층의 경우 소비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기대 여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녀 교육·결혼, 본인 의료, 거주지 수리 등 소비는 늘어나지만 직장에서의 은퇴 등으로 인해 고정수입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언과 '리먼 사태' 이후 급격한 금리 하락은 고령층의 자산 가치를 하락시켜 이들의 소비 성향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니어 관련 새로운 제품이 나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소비 성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2015은퇴전략포럼에서 300여명의 청중들이 참석해 5060 세대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창업에 대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