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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가계부채에 귀막은 금융당국 수장
2016-08-29 16:29:05 2016-08-29 16:29:0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비상대응방안(Contingency Plan)을 수립하고 가계부채 대책 철저히 집행 후 평가·보완하겠다. 주택공급 물량을 조절해 집단대출 증가에 대한 근원적 해결을 하겠다." 
 
가계부채 추가 대책이 나온 이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9일 제6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처음 말문을 연 것이다. 그동안 학계와 언론계, 연구기관, 정치권 등 곳곳에서 이번 가계부채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만큼, 금융 수장의 입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임 위원장이 세간의 비판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더 설득력있게 제시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는 이 날 여지없이 무너졌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주 정부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내놓은 대책 내용을 되뇌는 수준에서 발언을 마무리했다.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가계부채 대책 발표 때 나왔던 내용이다. 지난주 정부는 부동산시장 상황과 집단대출 증가세를 살피며 필요한 경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추가 대책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문제는 추가 대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는데, 이번 임종룡 위원장의 발언에도 집단대출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늘어나면 추가 대책을 시행할 것인지, 제도 도입이 더딘 2금융권은 어떻게 다스릴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대책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하는 이유는 현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 중에는 총량규제인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요건이 강화 돼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 주택 공급으로 수요를 누그러뜨리는 우회적인 방법을 쓰는지, 은행이 주택 보증심사를 강화하면 집단대출 규모가 실제로 줄어드는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짙다.
 
물론, 정부는 일부 국민과 전문가가 반대한다 해도 정책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밀고 나갈 수 있다. 경제 정책의 특성상 장단점이 존재하고, 그 효과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에 섣불리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위처럼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큰 그림만 슬쩍 보여주고 너희는 따라오라는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정책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와 데이터, 상황에 따른 대응책이 담겨야 한다. 특히, 국가 경제의 뇌관이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돼버린 가계부채를 다루는 일이라면 장기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대응책이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한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총량규제 대신 공급으로 수요를 잡겠다는 새로운 발상을 실제 경제에 접목시키려면서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말로 은근슬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금융위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는 한편, 정치권과 언론, 연구기관들의 비판에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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