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해피투모로우)'노후복지 안전판' 국민연금 재정고갈 해법 시급하다
2060년 기금 고갈 전망…"사적연금 세제혜택 늘려 노후복지 대비해야"
2016-08-29 15:02:45 2016-08-29 15:02:45
2016년 8월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5년 말 기준 100세 이상 인구가 1만5570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인간수명이 120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노후문제는 결코 방관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과거 60~70년대는 자식이 부모님을 부양했다. 5~6년만 모시면 돌아가셨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수명이 길어져 자식과 함께 늙어 간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지난 1988부터 축적되기 시작한 이후 이제는 조금씩 소진되고 분배단계에 이른 국민연금의 개혁방안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국민연금은 시행한 지 30년이 다되가지만 노후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6.0%로 매년 0.5%포인트 내려가 2028년이면 40%가 된다. 40년 보험료를 내면 월 소득 평균의 40%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법 조항일 뿐 실제로는 21.9%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은행·국제노농기구(ILO) 등 국제기구의 권고치(40~50%)에 훨씬 못 미친다. 
 
한국의 평균 가입기간이 22년에 불과하기 때문인데 그 결과 연금액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10~19년 가입한 사람은 월 41만원, 20년 이상은 88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2050년에도 10년 가입자는 45만원, 20년 가입자는 111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용돈연금’이라는 인식에 많은 사람들이 동감을 표하고 있다. 
 
현재로써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인상이 좋은 대안이긴 하지만 저항이 만만치 않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연금 지출을 줄여 재정안정화를 꾀하는 방식은 결국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기에 공적연금 제도의 존립 이유를 훼손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 등 재원이 감소하는 것은 인구 고령화나 실업 문제가 주된 원인인데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연금 깎기 경쟁’만 하다 보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높여 되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적정 노후소득 보장의 기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2007년 개편 때도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리는 대신 부족한 연금액을 보충한다며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기초연금으로 모습을 바꿨다.
 
한국연금학회 학술대회가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됐다. 사진/박민호 기자
 
국민연금, 2019년 정점 찍고 서서히 고갈
 
국민연금은 연간 16조원을 지급한다. 지금까지 보험료 수입으로 404조4000억원을 걷어 운용한 수익금이 234조2000억원이나 된다. 수급자에게 연금으로 126조3000억원을 지출하고도 이자수입에서 108조원이 남았다. 원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남은 이자를 보태어 현재 512조3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국민연금 기금은 2300조원까지 쌓일 것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추산하고 있다. 이 기금으로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세대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2060년이 되면 이들이 100세가 넘어 대부분 사망하게 된다. 
 
정부는 기금고갈문제를 매년 점검할 수 있도록 재정재계산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국민연금 흑자 규모는 2019년 최고치를 찍고 점차 하락세를 타면서 204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보험료 부과 체계와 재정 운용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민이 '보험료 인상'과 '복지 축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이 연금학회의 전망이다.
 
만약 사회보험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 개인들이 돈을 더 내야 한다면 2060년에는 월급의 40% 가량을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떼이게 된다.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아직 지급단계에 들어간 다른 나라보다 좀 더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적극적으로 운용되기 힘든 점이 있어 그걸 보충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 교수는 "아직은 국민연금이 축적되고 있는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정점 찍고 떨어지기까지 최고수준에 근접한 정도까지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스스로의 노후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국민연금이 빠르게 성장하고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기금을 운용하기에 따라서 노후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할 수 있고 조기 고갈 가능성도 있어 현재는 개인연금을 통해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해외연금도 보험료 조정 등 개혁 안간힘
 
연금제도에 있어 한국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해외주요국들은 어떤 해법을 찾고 있을까.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연금개혁을 통해 2004년부터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월 1만3300엔에서 매년 280엔씩 올려 내년에는 월 1만6900엔 가량으로, 후생연금 보험료를 총소득기준 13.58%에서 연간 0.354%씩 인상해 내년 18.3%로 점진적으로 높인다.
 
보험료 조정은 공적연금의 수지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반면 노동자의 임금 실수령액을 줄여 소득을 감소시키는 단점도 있다. 호주는 확정기여형(DC) 연금제도의 기여율을 9%에서 9.5%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이후 오는 2021년 6월까지 9.5%를 유지하다 2025년까지 12%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캐나다는 퀘벡연금제도(the Quebec Pension Plan)의 기여율을 9.9%에서 내년까지 10.8%로 인상한다. 해외연금들은 수급연령 조정을 통한 연금 안정화 대책도 내놨다. 연령 조정은 기여기간 증대를 통해 정부 세입은 증대시키는 한편, 가입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총 재원 규모는 줄어든다. 
 
독일은 수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했으며, 영국은 65세에서 68세로 높였다. 캐나다는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2023~2029년 사이에 65세에서 67세로 올리며, 아일랜드도 연급수급개시 연령을 2028년까지 68세로 상향할 계획이다.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 조정과 투자수익률 제고 등을 통해 기금의 고갈시점을 늦추려고 하지만, 경제성장 둔화 등 재정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자녀도 국가도 기댈 언덕 못돼
 
고령화에 따른 노인복지 수요 증가로 건강보험·공적연금 등 복지분야 재정지출이 급증하면서 국가재정에 기댄 노후복지 안전판이 언제 흔들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표적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 전환 이후 2060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건강보험은 2022년 적자 전환 이후 2025년에 누적수지가 고갈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에 의존한 노후복지 정책의 대안으로 사적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에, 세제혜택을 늘려 개인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고령화를 일찍 맞은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국민연금·건강보험·사적연금 등을 3각 축으로 해 고령화시대 노후복지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20대 이상 성인 남녀 2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 노후는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2008년 16.5%에서 2014년에는 23.8%까지 늘었다. 
 
반면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48.1%에서 34.1%로 감소했다.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비율은 저성장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복지재정 또한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국가 지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조사를 보면 공적연금재정은 2009년 20조2000억원(GDP 대비 1.9%)에서 2018년 50조4000억원(GDP 대비 2.6%)까지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재정이 늘어나도 2014년 기준 공적연금을 수령하는 고령자는 전체 고령인구 중 39.6%에 불과해 국가가 돈을 많이 쏟아부어도 노후자금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 연구원 유희원 부연구위원.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