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철기자] 지난 총선이후 정치권은 협치를 외치고 있다.여당인 새누리당도,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현재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새누리 129석, 더민주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6석으로 서로의 협조 없이는 아무일도 할 수 없다. 과거 국회를 대놓고 비난했던 박근혜 대통령 조차도 야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협치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협치는 정치학 용어가 아닌 행정학 용어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번역한 말이다. 즉 협치는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통치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여러 세력이 협력해 통치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제가 통치라는 말로 대변된다면 협치는 일종의 연합정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는 승자독식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 대선에서 한 후보가 다른 후보들 보다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구조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도 마찬가지로 소선구제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여당과 반대세력인 야당, 이렇게 두 개의 정치세력만 존재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제3당으로 부상했지만 현행 여야 양당제의 약간의 변형일 뿐 다당제가 정착됐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서는 협치를 하는 국가들이 많다. 이들 국가들은 협치를 위한 제도적 틀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총선에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을 도입해 소수당(소수파)이 국회에 진출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때문에 각 당들은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협치의 모습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협치를 실천하기 위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국무총리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현행 제도 하에서 진보·보수 동거 정부를 구성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제도적 뒷받침이 없더라도 정부 여당이 권력을 과감히 야권에 넘기는 등 기득권을 포기하면 우리 정치도 협치에 가까이 갈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야권 인사들을 내각의 장관직에 임명하면 형식적으로나마 연립정부의 틀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협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조차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의 협치 뿐만아니라 주요 정책 실행과 관련해서도 협치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영남권 신공항·사드 배치 후보지 결정 등의 논란에서 보듯이 정부는 지역주민들을 모아 놓고 타협과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은 커녕, 결론부터 내놓고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주요 정책집행과 관련 지역 주민들 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정부가 우리 사회 고질적인 문제인 양극화, 지역 불균형, 비정규직 문제 등을 풀어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여야가 섞이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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