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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늘어난 현금 빚 갚는데 썼다
4대그룹 주력계열사 현금흐름 분석…보수적 투자로 일관
2016-08-22 17:41:44 2016-08-23 11:14:20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4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투자전략이 지극히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은 상반기 깜짝실적으로 현금을 쓸어모았지만, 설비투자를 자제하고 재무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 SK하이닉스도 실적 반전을 위한 공격투자 대신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힘썼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은 올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된 현금이 22조631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8315억원)보다 6조2316억원(39.4%) 늘었다. LG전자도 5982억원에서 8255억원 증가(138%)한 1조4237억원을 거둬들였다. SK이노베이션은 사상 최대인 2조7083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9246억원)보다 7837억원(40.7%) 불어난 금액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금이 크게 늘었음에도 투자는 보수적이었다. 양사 모두 지난해 투자 지출이 감소했는데 올 상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투자를 위해 실제 지출한 현금은 10조1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6%(163억원) 증가에 그쳤다. LG전자는 1조231억원을 투자에 써, 지난해 상반기보다 3.5%(373억원) 역행했다. 양사는 대신 재무활동 현금지출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4조2966억원)의 2배가 넘는 8조7684억원을 재무활동에 썼다.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8139억원을 조달했다가 올 들어 1625억원을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채무 상환 외에도 자사주 취득과 배당에 상당 부분을 썼고, LG전자는 차입금 상환에 집중하며 재무 안정에 중점을 뒀다. 
 
투자 내용도 안정 위주였다. 삼성전자는 투자활동 현금 유출액 중 3조7360억원이 단기금융상품에 투입했다. 8조7438억원은 유형자산 취득에 쓰였는데, 전년 동기(14조562억원)에 비해 5조3124억원(37.8%) 감소했다. 수익 창출의 핵심 수단이 유형자산임에도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 비중을 높여 유동성 확충에 치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기술 특허 등 미래 수익창출 수단이 되는 무형자산 취득에도 1962억원(24.1%) 지출을 줄였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투자 지출을 3배 이상 늘렸는데 대부분을 금융상품에 할애했다. 총 지출액 1조3383억원 중 1조1475억원이 장·단기 금융상품을 사들이는데 쓰였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에 대한 지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4%, 80.8%씩 줄였다.
 
현대차와 SK하이닉스는 실적 부진으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감소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2조4590억원에서 올 상반기 2774억원으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4조6863억원에서 1조9325억원으로 감소했다. 투자도 위축됐다. 현대차는 3조868억원을, SK하이닉스는 2조3267억원을 썼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9%, 38.7% 감소한 금액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30조193억원을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등으로 조달했다. 상환한 금액 등을 제외하고 재무활동으로 유입된 현금은 총 1조8251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상환보다 차입 규모가 커 재무활동 현금은 2115억원을 나타냈다. 벌어들인 돈은 줄었고 빚은 늘어나 향후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주력 상품의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으로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 활발한 글로벌 사정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삼성전자는 수년간 기술 벤처 위주로 중·소형 기업만 사들였다. 자동차도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경쟁 심화에 맞대응을 피하고 있다. 현대차는 공급과잉 우려를 최소화하고자 중국 4·5공장 가동시점을 조절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정유설비 고도화 증설 이후 신규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하반기 신사업 위주로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 수주 확대에 발맞춰 분리막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 5월부터 분리막 생산설비 2기 증설 공사에 들어갔으며, 세라믹 코팅 분리막 설비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대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잡고 있다. 반도체는 3D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8조원대, SK하이닉스 3조원대 투자가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생산설비 투자에 각각 10조원대, 4조원대 투자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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