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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성과제 도입, 수주산업 특성 감안해야"
맞춤형 평가 기준 마련돼야…저성과자 관리시스템 구축 등 상생 방안도
2016-08-21 11:00:00 2016-08-21 11:00:0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도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제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사측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과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조합에서는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이 성과제 도입을 제안한 쌍용건설, 한라(014790), 우방건설 중 우방건설은 성과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쌍용건설과 한라는 아직 임단협을 진행 중이지만 연내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정부는 공공부문 핵심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전체 143개 도입 대상 기관 중 96%인 137개 기관이 도입을 마무리했다.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성과제 도입 움직임은 자산 5조원 이상 금융사에 이어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건설업계의 경우 성과제 도입이 올해 임단협의 주요 안건으로 떠올랐다. 이미 대기업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성과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중견사와 중소 건설사들은 도입을 놓고 노조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건설사들이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하면서 성과제가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A건설사 노조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이 성과제 도입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평년에 비해 높은 임금 인상률과 상여금 등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성과제가 도입될 경우 인사고가를 핑계 삼아 구조조정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어 현재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B건설사 노조 관계자는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성과제가 도입되면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불필요한 야근이 늘어나고 경쟁에 따른 구성원들의 불안감만 조장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측의 주장과는 반대로 오히려 업무 효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호봉제를 적용했던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건설업이 수주산업인 점을 감안해 타 업종과는 다른 평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업직과 사무직의 경우 성과 측정 기준이 다른 만큼 평가기준도 이에 맞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감 수주가 보통 개인보다는 팀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팀워크가 중요한 부서에는 집단 성과급 비중을 높인다던지 하는 대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성과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이 제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측의 주장대로 제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성과제가 어떠한 제도인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성과 평가 시 고성과자 뿐만 아니라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성과제를 도입하는 데 있어 대부분 고성과자들에 대한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온 반면, 저성과자들에 대한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성과자는 조직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조직 내에서 무조건적으로 저성과자를 퇴출시킬 경우 고용 불안감, 사기 저하, 조직에 대한 신뢰 하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저성과자에 대한 방치나 퇴출보다는 고성과자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노사가 성과제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성과제 도입에 앞서 공정한 평가기준 마련과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최한 '10만 공공·금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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