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기업들이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 활용을 위해 주판알을 분주히 튕기고 있다. 접수 첫날 각종 문의와 신청이 쇄도했다. 공급과잉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업계로서는 ‘가뭄의 단비’ 격이다. 다만, 지원 기준이 까다로워 활용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케미칼은 16일 “기활법 승인 심사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했다”며 “세제 및 R&D 사업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의 염소·가성소다 공장을 OCI 계열 유니드에 11월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가성소다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로 기활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대상에 선정되면 공장 매각대금에 대한 양도차익 법인세를 4년간 이연받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주무부처와 심의위원회는 60일 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기활법은 연휴를 지나 이날부터 접수가 시작됐다. 산자부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전담 지원기관으로 선정해 컨설팅을 돕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현재 10명이 ‘기업활력법 활용지원센터’를 운영 중인데 인력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 해운, 철강, 기계, 화학 등에서 문의가 활발하다”고 귀띔했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이 내놓은 유동성 자구안이 기활법 적용으로 탄력 받을 수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예전 합병 추진 시 기활법이 시행됐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를 실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삼성중공업도 증자 방안을 논의 중이라 당분간은 실적 회복에 집중한다는 게 경영진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활법은 공급과잉 업종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기 위해 상법, 공정거래법, 조세특례제한법상 사업재편 절차 간소화 및 세제 감면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원 대상은 공급과잉 업종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 평균 대비 15% 이상 감소하고 가동률, 재고율, 고용대비 서비스업생산지수, 가격·비용 변화율, 업종별 지표 등 기준이 까다롭다. 사업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나 재벌 총수일가 지배구조 강화로 판단될 경우 승인 거부는 물론, 승인 이후 판명 시 지원액의 3배 규모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원 범위가 좁은 한계도 노출된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LCD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간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에서 촉발된 공급과잉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이후 추가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업종의 기업간 합의점을 찾는 부분도 난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진단 컨설팅이 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합병안 등 타사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부분에서 개별 업체마다 사정이 달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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