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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석달 성적 증권사 압승…'2%이상 수익률' 증권 13개·은행 1개
마이너스 수익률 상품 비중도 은행이 2배 이상
업권별 성향 따라 투자 수요 분명하지만 자금이동 불가피
2016-07-28 16:09:19 2016-07-28 18:21:53
[뉴스토마토 이종용·권준상기자] 증권사·은행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첫 3개월 성적표는 예상대로 증권사가 은행을 앞섰다. 2% 이상 수익률을 낸 증권사 ISA 상품은 13개에 달했지만 은행 상품은 1개에 불과할 정도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은행권의 ISA 가입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수익률이 공개되면서 증권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생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28일 'ISA 다모아'를 통해 증권과 은행의 각 금융회사별 일임형ISA 수수료·수익률 정보를 통합 비교공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증권사의 일임형 ISA 수수료와 수익률을 공개한 바 있고, 증권사보다 출시가 늦은 은행의 상품 출시 3개월 경과시점에 맞춰 은행권 모델포트폴리오(MP) 수익률 정보를 공시하게 됐다.
 
금투협에 따르면 최근 3개월(지난 4월11일~7월11일 기준)동안 증권사의 ISA MP 13개가 2~4%대 수익률을 낸 반면, 은행은 단 1개 MP만 2%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둔 MP는 증권사가 13개, 은행은 9개다. 전체 ISA MP 중 비중으로 보면 증권사는 11.2%, 은행은 26.5%로 은행권 MP가 더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보다 한 달 가량 먼저 일임형 ISA를 출시한 증권사는 지난달 말 공시된 첫 3개월 수익률에서 총 116개 MP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지만, 기간이 늘어난 이번 공시에서는 브렉시트 영향이 반영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 MP가 등장했다.
 
업권별 수익률 분포를 살펴보면 증권은 116개 MP 가운데 가장 많은 59개(50.9%)가 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1~2%가 31개(26.7%), -1~0% 11개(9.5%), 2~3% 10개(8.6%), 3~4% 3개(2.6%), -2~-1% 2개(1.7%) 순이었다.
 
은행들 역시 0~1% 수익률 구간에 18개(52.9%)가 몰렸다. -1~0%와 1~2%에 각각 7개(20.6%), 6개(17.6%)가 이름을 올렸으며 -2~-1% 2개(5.9%), 2~3% 1개(2.9%)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고위험 상품인 'IBK기업은행 고위험 스마트 모델포트폴리오'가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2%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사가 은행을 압도하는 ISA 수익률은 이미 예견됐었다.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증권사들과 달리 은행들은 채권 매입 등 주로 보수적으로 일임형 ISA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 수익률 공개 이후로 가입을 망설이던 '실수요자'들이 ISA에 가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보다는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증권사에 가입 행렬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ISA는 은행권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가입계좌수는 총 236만7794개로, 이 중 은행을 통한 가입(약 212만3552개)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성향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증권업계로의 자금이동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앞으로 신규 영업 유치에 있어 증권사보다 안정성이 입증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3개월 수익률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왔다고 평가한다"며 "증권사보다는 높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 입장에서 보면 선방한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지 수수료 등을 감안할때 고객들이 3개월 수익률만 따져서 증권사로 갈아타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증권사보다 수익성 편차가 적은 것(변동성)은 은행의 장점인 만큼 이를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겠다는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시범적으로 운영한 로보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며 "조만간 정식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둔 증권업계는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수익률 공개가 미칠 영향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임형 ISA에서 예적금, MMF 등 단기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얼마나 투자했느냐가 이번 수익률 희비를 갈랐다"며 "당장 큰 머니무브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자금 운용을 잘하는 곳과 못하는 곳이 갈렸기 때문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본부장은 "수익률 공시는 최근 시행된 ISA 계좌이동제도와 맞물려 업권이나 회사, 상품유형(신탁·일임)간 자금이동을 촉발시킬 수 있다"며 "금융사들은 신규 가입과 더불어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률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권준상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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