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5대 그룹의 자산이 크게 늘었지만 고용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에 비해 고용 기여도는 낮아졌다는 평이다. 경기 둔화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주요 그룹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신, 투자는 늘고 있어 '고용 없는 성장'에 이어 '고용 없는 투자'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재벌닷컴은 24일 2012∼2015년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30대 그룹의 연도별 경제력 집중도를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상위 5대 그룹의 자산규모가 지난해 927조9000억원으로 3년 전보다 124조6000억원(15.5%) 증가했다고 밝혔다. 30대 그룹 보유 자산에서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7%에서 지난해 60%로 높아졌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2012년 자산 306조1000억원에서 2015년 348조2000억원으로 늘면서 30대 그룹 내 비중도 21.7%에서 22.5%로 커졌다. 현대차도 3년 새 자산이 166조7000억원에서 209조7000억원으로 불어나 비중이 11.8%에서 13.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SK는 140조6000억원에서 160조8000억원으로, 롯데는 87조5000억원에서 103조3000억원으로 자산이 늘면서 비중도 10.4%, 6.7%로 올랐다. 반면, LG는 자산이 약 3조원 증가(105조8000억원)에 그치면서 비중이 6.8%로 낮아졌다.
매출이나 순이익에서도 상위 5대 그룹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저유가의 영향으로 5대 그룹 매출은 2012년 800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763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5대 그룹이 30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7%에서 61.5%로 커졌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5대 그룹 비중이 3년 새 83.2%에서 95.1%로 뛰어올랐다. 30대 그룹 매출과 순이익 대부분을 5대 그룹이 책임지며, 재벌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됐다.
반면 5대 그룹의 고용 비중은 답보 상태다. 5대 그룹의 종업원 수는 지난해 74만3361명으로 3년 전보다 5.1%(3만5832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30대 그룹 내 비중도 3년 전과 같은 57.7%에 머물렀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012년 25만7047명에서 지난해 25만4024명으로 줄어 비중이 20% 아래(19.7%)로 낮아졌다. 방산·화학부문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빅딜과 함께 삼성물산 등 전 계열사에서 진행된 구조조정 여파다. LG는 14만868명에서 14만5878명으로 늘었으나 증가폭이 작아 비중은 11.5%에서 11.3%로 줄었다. SK도 7만7909명에서 8만2738명으로 고용을 늘렸지만 비중은 6.4%에서 멈췄다. 현대차는 14만7754명에서 16만4112명으로 늘어 비중이 12.1%에서 12.7%로 소폭 올랐다. 롯데도 8만3951명에서 9만6609명으로 고용을 늘리면서 비중도 0.7%포인트 오른 7.5%가 됐다.
반면 5대 그룹을 제외한 30대 그룹의 종업원 수는 지난해 54만5446명으로 3년간 5.2%(2만6908명) 늘었다. 이익을 독차지하고도 고용에서는 역행한 5대 그룹과는 대조적 모습이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