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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의 당당한 계승자가 되겠다"
상임위 배치 시련 겪은 추혜선 의원 "언론문제 대표성도 놓지 않아"
2016-07-12 15:38:49 2016-07-12 15:38:49
[뉴스토마토 황준호·박주용기자]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은 언론과 방송·통신 분야의 전문가다. 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지난해 정의당에 입당한 후 당내 경선을 거쳐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 그리고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순항하던 추 의원 앞에 시련이 닥쳤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맞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에서 활동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그가 배정된 상임위는 외교통일위원회였다.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려고 국회 안에서 20일 가까이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의석 6개의 작은 정당과 초선의원이 뜻을 관철시키기에 ‘국회 기득권’의 벽은 높았다. 결국 추 의원은 지난달 29일 농성을 끝내고 외통위 배정을 받아들였다.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의 당당한 계승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12일 추 의원을 만났다. 그 사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라는 대형 이슈가 터졌다. 만나자 마자 사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니 막힘없이 답이 나왔다. 그간 ‘열공한’ 티가 났다. 통일부·외교부 장관들이 만만하게 여기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오히려 더 긴장하는 것 같더라”고 답했다.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아픔을 겪은 그가 외교·안보 분야의 의정활동도 성공적으로 해낸 국회의원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또 ‘장외 미방위원’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지 주목된다.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 맞닥뜨린 첫 이슈가 크다. 사드 배치의 핵심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 사드는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중국의 경제적 제재 가능성이 보도되고 주식시장에서 중국 관련 매출이 큰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졌다. 이미 파급효과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기우라고 치부하며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사드 도입의 명분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드 같은 군사적 대응이 아니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또 정부가 몰두하고 있는 대북 제재에 있어서도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사드 결정에 대해 중국·러시아가 군사적 대응까지 운운하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러시아의 협력을 구하는 것은 어려워졌다. 역설적으로 사드 배치로 인해 안보에 더 큰 위협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배치 결정 과정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는 단순한 무기 배치가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들의 정치·경제·군사적 균형을 흔드는 일이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전선을 명확하게 긋는 일이다. 그 대결선의 최선두에 남과 북이 위치해 있다. 국가안보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는 것이다.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대통령은 국회는 물론 국민들과 수많은 논의와 소통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런 소통은 전혀 없이 관료들이 모여 전광석화처럼 결정하고 발표해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그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다.

- 사드의 문제점 중 추 의원께서 특별히 파고들어야겠다고 여기는 점이 있다면.
 
외교부와 통일부는 사드 배치 결정 이전에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북핵의 해결, 통일이라는 목표 달성에 가져다 줄 손익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중국·러시아가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그런 고민을 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제(11일) 외통위에서 외교부 장관은 충분한 검토를 했고 많은 논의를 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 전혀 말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국회에서도 한목소리를 내달라’는 요구만 되풀이했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자기고백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지만 정작 국민의 안전과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드 배치를 누가, 어떻게, 왜 결정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 사드 배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거나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헌법 60조에는 국회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이나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나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우리나라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고 부지 제공 등 재정적 부담도 지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2004년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결정할 때 한미연합 토지관리계획협정(LPP)과 서울에서의 이전에 관한 협정(YRP)도 헌법에 따라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은 바 있다. 정의당은 국회의 논의와 동의 절차를 거쳐 사드 배치가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당대표가 밝힌 바 있다.
 
- 사드 문제 때문에 외통위에 나온 외교부·통일부 장관들의 답변 태도나 콘텐츠에 대한 생각은?
 
외통위는 비인기 상임위다. 위원들의 평균 선수가 4선이 넘는다. 내가 가서 3.9선으로 낮췄다.(웃음) 외통위에 가서 차분하게 정치를 배우는 것도 좋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나서 이제는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방위 배치를 요구하며 2주 넘게 농성을 했기 때문에 외통위 ‘실전’에 대한 준비가 사실 많이 되지는 않았다. 사드 이슈가 그간 잠복해 있다가 지난주 전격적으로 배치가 결정되면서 당혹스러운 점도 있었다.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성은 없었고, 페이퍼로 공부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외통위니까 외교·통일의 측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장을 면밀하게 따지는 일부터 시작했다.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느낀 것은, 국가체계에 대한 문제였다.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밀실논의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너무 허술한 결정 과정이었다. 사드 배치 후보지마다 다 들고 일어나지 않았나.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경제적 보복 문제, 일본과의 관계 등은 이미 오랜 시간 회자된 것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대응책이 없었다. 외통위에서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은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우리가 잘 하고 있다’거나 ‘논의를 했다’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답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외교·안보 분야 장관들이라면 국민과 국회에 대해 안도감이라도 줘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 국가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충격이었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했으면 당연히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형식적으로라도 내놔야 한다. 중국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북한은 북한대로 군사적 도발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사드 배치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실종된 상황에서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상임위 현장에서 드러난 것이다.
 
국격이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교부 장관이 사드 배치 발표 당시 백화점에 있던 문제는) 질의를 아주 점잖게 했다. 드러내놓고 얘기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상임위 제 자리가 장관과 제일 가까웠는데 답변을 들으면 내가 ‘멘붕’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장관의 답변이 녹음기 재생버튼을 누른 것처럼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내가 지칠 정도였다.
 
- 외통위 현안들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외통위 현안들은 방송·통신 분야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상식의 눈으로 그동안 현안을 모니터했다. 야당에서 외통위를 오래 하셨던 심재권 외통위원장 같은 분들이 많은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줬고,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정책의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 만든 한반도평화포럼 같은 단체의 도움도 청하려고 한다. 지난달 29일 농성을 끝내고 외통위로 가겠다고 하면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의 당당한 계승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 약속에 따라서 학술적인 접근도 해보고 있고, 또 과거 정부에서 어떤 외교·안보 정책을 했는지 자료를 보고 학습하고 있다.

-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차이를 정리해 본다면.
 
북한이나 주변국에 대한 융통성과 폐쇄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르다는 판단이 들었다. (융통성을 가졌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대한 열린 시각, 그리고 따뜻함이 묻어있는 정책이었다. 폐쇄성에 입각한 정부는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어쨌든 경제 코드가 있었다. 경제 코드를 가지고 북한과 밀당을 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 다르게 변질된 것 같다.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하고 주변국들의 힘을 빌려 북한을 고립시키면 (북한이) 손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고 본다.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을 어르고 달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나는 필요할 경우 융통성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1년 반밖에 안 남았는데 스스로 목표라고 하는 북핵 폐기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그 수단에 대한 답도 아직 없다.
 
- 어느 상임위에 속해있느냐를 떠나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미방위의 현안들도 다룰 수 있는 것 아닌가? ‘장외 미방위원’으로 최대한 파고들고 싶은 이슈가 있을 것 같다.
 
당선자 시절부터 언론 문제에 대한 야당들의 공조 기조가 있었다. MBC 출신의 김성수 더민주 의원을 비롯해 더민주와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는 ‘언론 문제만큼은 야 3당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강력한 공감대가 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야 3당이 모인 연구반도 만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제도 언론이 선거의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이들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와 연합뉴스를 빨리 정상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연구반을 만들었다. 연구반에서는 구체적인 법안을 비롯해 대응방안까지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내가 책임 연구 의원을 맡고 있고, 김성수 의원이 대표로 있다. 이 연구모임에서 내가 사실상 미방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현업에 있는 분들이나 언론 시민단체와 국회 사이의 통로 역할도 내가 하고 있다. 예산결산특위 결산심사가 끝나면 준비해 놓은 법안도 발의할 것이다. 통합방송법 정부안이 넘어왔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어서 보완입법 차원에서 준비했다. 사실 두 개의 상임위, 예결위까지 세 개의 상임위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해직 언론인 등 추 의원의 미방위 활동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도 서운해 하지 않았나?
 
나에게 기대를 걸었던 분들에게는 우선 죄송하다. 작은 당의 설움 때문에 당에서 미방위 배정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전문성에 맞게 가장 먼저 상임위 배치를 배려하는 게 국회의 아름다운 관례인데 그 부분이 지켜지지 못했다고 선배 의원들도 미안해 했다. 어쨌든 20대 국회를 열면서 상임위 배치가 이슈로 떠올랐다. 미방위가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국회 원 구성이란 건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많이 알려졌다.
 
내가 농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밖에서 엄청난 요구가 들어왔었다. 국회의장이나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 등에게 현직에 종사하는 언론인이나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추 의원을 미방위로 보내라’고 엄청나게 압박했다. 나는 언론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고, 국회에서 못 푼 문제를 밖에서 풀기도 했고, 쟁점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통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에서도 노측이냐 사측이냐 할 것 없이 ‘미방위에 추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줬다. 모두 다 한 목소리로 푸시했다. 내가 어떤 대표성을 가지고 국회에 들어왔는지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20일 가까이 농성을 할 때도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다. 언론 3학회 회장들도 모두 농성장을 찾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외통위로 ‘보내주는’ 시간,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고도 생각한다. 충격과 서운함을 서로 나누고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 그래도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상임위 밖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하겠다고 약속드렸다.
 
- 외통위에서 추 의원을 상대해야 하는 정부 관계자들 '만만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외통위에서 내 존재감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부 측에서) 긴장하는 것 같았다. 주변 언론인들의 도움으로 외교가의 정보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접해 본 공무원들도 내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또, 나는 다른 어떤 초선의원들보다 시민단체 시절 정부 부처와 상대를 많이 해봤다. 공무원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그 생리를 잘 안다. 분야만 다를 뿐 원리는 다 같다고 본다 앞으로 정치적인 수사의 노련함만 갖춘다면 다른 의원들 못지않게 활동할 자신이 있다.

- 20대 국회 개원 후 1개월 활동의 소회는? 국회란 어떤 곳이었나?
 
언론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국회 주변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 법안을 만들고 관철시키는 일을 했었다. 국회가 그리 낯설지는 않은 셈이다. 언젠가는 내가 국회의원으로 자리를 옮겨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과거에도 했다. 상임위만 원래 계획대로 미방위로 갔더라면 언론연대에서 했던 활동과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상임위 배정 문제를 겪으면서 정치 영역에서는 이런 변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활동가와 정치인이 다른 점이라면 그런 것이었다. 정치인은 어떤 문제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국회의원은 연습이 있을 수 없으니까 어떤 상임위로 가더라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추혜선 의원은 국회 미방위 배치를 요구하며 20일 가까이 농성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왼쪽은 정의당 의원들과 농성하던 장면이다. 오른쪽은 11일 국회 외통위에서 사드 문제를 질의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스1
 
황준호·박주용 기자 jhwang741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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