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역습'…안보강화 명분 내세우지만 안보환경 되레 악화
러시아, 미사일부대 극동지역 배치 시사까지…전형적인 '안보딜레마' 상황
2016-07-10 14:30:01 2016-07-10 14:30:01
[뉴스토마토 황준호기자]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내년 말까지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한반도의 안보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안보를 강화할수록 안보 상황이 나빠지는 딜레마가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에 대해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때를 대비하는 방어무기’라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향해 쏜 미사일도 사드로 요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이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을 공격할 때 사용되는 무기체계"라며 "(사드 요격미사일의) 사거리가 200㎞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미국을 향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요격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 장관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사드로 요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북한 SLBM이) 동해안 동북방에서 한반도를 향해 발사된다면 사거리 2000㎞의 미사일이어서 사거리를 조정해 쏠 텐데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과 같은 맥락에서 사드로 요격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반론이 나와 있다. 북한이 사드의 요격 가능 고도(40~150km)를 ‘만족시켜 주는’ 높이로 미사일을 쏘는 자살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수많은 장사정포나 단거리 미사일로 남측을 공격함으로써 사드 방어망을 피할 것이라는 게 반론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관은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고, 나아가 SLBM까지 요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되어 사전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은밀성’ 때문에 사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무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처럼 한국 방어에 효용성이 거의 없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의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군사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사드는 장차 동북아판 미사일방어(MD)를 구축하는 교두보”라며 “미국은 이미 사드 배치를 통해 한·미·일 미사일방어 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금의 사드 배치가 다음 정부에서는 한·미·일 미사일방어 공동작전 체계로 이어져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충돌을 불사하는 지정학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드의 레이더(TPY-2)가 ‘전진모드’로 전환될 경우 중국의 정치·경제적 심장부인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사드 배치가 ‘지정학적 재난’이 될 것이라는 김 의원의 전망은 곧바로 현실이 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대로 거세게 나왔는데, 특히 러시아의 군사적 대응책이 구체적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외무부를 통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으로 상원 국방위원회 제1부원장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 등의 입을 통해 군사적 대응 계획을 내놨다. 세레브렌니코프는 8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국방부와 함께 미사일 및 지상부대 배치 등의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 조치들을 마련할 것"이라며 "미사일 부대는 한국 내 미군 사드 기지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어디에든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동) 쿠릴열도의 군사 인프라 재건계획을 더 앞당길 수도 있다"며 쿠릴열도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도 "정치적 부문에서는 물론 군사 분야에서도 필요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한국의 조심스럽지 못하고 잘못된 행보는 역내 군사적 위기 고조와 안정 약화, 글로벌 안보균형 동요 등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구상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미사일 부대를 극동으로 이동해 우리 사드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을 제1번으로 언급했다”라면서 “유럽에서 이란 핵문제 때문에 있었던 MD 공방이 그대로 동방으로 수평 이동하는 양상이다. 유럽에서 MD 공방이 크림반도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적 대응도 하나 둘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방부의 양위쥔 대변인은 지난 8일 밤 담화를 발표해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인민일보>가 9일 보도했다.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서해 주변 해·공군력과 전략 핵미사일 부대 전력 강화 ▲동북지역의 육군 군비확충 및 사드 겨냥 미사일 기수 증대 등의 옵션이 거론된다.
 
한·미·일의 군사적 일체화에 대항하는 중·러의 군사 협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8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러·중 양국은 미국의 글로벌 MD 구축 계획과 같은 국제 전략 안정성과 관련한 문제에서 동일한 입장을 취해왔다"며 군사적 공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한·미·일이 원하는 중·러의 대북 제재 공조는 급격히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10일 “강력한 방패의 존재는 언제나 더욱 날카로운 창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라며 “사드는 미사일방어망의 일부이고, 그것은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여기에는 심리적인 측면이 있고, 동시에 군사전략의 변환을 촉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책을 만지작거리면서 동북아 정세가 긴장되고 있다. 사진은 미 국방부가 제공한 사드 미사일의 발사 모습이다. 사진/뉴스1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