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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동결·증량' 오리온 착한 마케팅…외면하는 롯데·해태
제과 빅3 상반된 행보…소비자들, 오리온 마이웨이 ‘지지’
2016-07-11 06:00:00 2016-07-11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제과업계가 가격 정책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롯데제과(004990), 해태제과 등은 도미노 인상에 나선 반면 오리온(001800)은 동일한 원가 압박 속에서도 가격을 유지한 채 오히려 증량에 나서고 있다.
 
통상 식품 업계가 업종별로 동일한 요인을 내세우며 담합이라도 한 듯 너도나도 인상했던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낯선 풍경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최근 일부 제품에 대한 가격을 인상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앞서 가격인상을 단행한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에 눈치를 보다 '도미노 인상' 대열에 가세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보내고 있다.
 
실제 해태제과는 이달 초, '자일리톨껌'을 비롯한 자유시간, '아이비', '구운감자', '영양갱', '후렌치파이' 등 모두 8개 제품에 대한 가격을 평균 11.35% 인상했다. 앞서 해태제과의 모회사인 크라운제과은 지난달 일부 제품의 가격을 4%~13% 인상했다.
 
올해 제과업계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롯데제과다. 지난 3, 롯데제과는 롯데샌드, 빠다코코낫, 제크, 하비스트, 야채레시피 등 비스킷 제품 5종의 가격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했으며, 파이류인 갸또는 각각 3200원에서 3600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인상 후 한달 만인 4월에도 빙과류 월드콘, 설레임의 제품을 각각 10ml 늘리고 1200원에서 1300원으로 각각 100원씩 올렸다.
 
가격 인상을 단행한 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원재료와 인건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인상 요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입 곡물가격의 추이를 살펴보면 과자 원재료 곡물의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옥수수는 전년 동기대비 14.8%, 소맥은 26.9% 밀가루는 생산지에 따라 1.7%에서 최대 10.8%까지 하락했다.
 
인상을 단행한 제과업체 한 관계자는 "일부 원재료 값이 내린긴 했지만, 원재료도 품목별로 다르고 인건비를 비롯한 다른 부분은 대부분 올랐다"면서 "수년간 가격을 동결해 원가압력을 버티기 어려워 신중히 검토한 끝에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가압박을 견디지 못한 불가피한 인상 결정이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인상 명분이 크게 와 닿지 못한 모습이다. '원재료''인건비' 등 가격 인상때마다 나오는 단골 소재가 또 다시 되풀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치 '눈치 게임'을 벌이다 한 업체가 포문을 열어주면 기다렸다는 듯 연달아 가격을 올리는 구태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른바 '질소 과자'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당시, 증량에 나서거나 가격을 내리던 모습이 1년 사이에 180도 바뀐 것에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분위기다.
 
한편 수익성 악화의 문제를 매번 '가격 인상'으로만 대응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경쟁사들의 잇따른 제품 가격 인상에도 아직까지 지난해의 가격대를 고수하고 있다.
 
오리온 역시 수익성 측면에선 사정이 녹록치 않다.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다른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불황 속 고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태제과, 롯데제과 등과 같은 논리라면 오리온 역시 제품 가격을 올려 국내 시장에서의 수익을 개선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리온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 개선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과자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현 경영진의 방침에 따라 당분간 오리온 제품의 가격 인상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허인철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국내 제과시장에서 당장의 '수익'이 아닌 '소비자 신뢰'를 기치로 한 이른바 '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지난해부터 시작된 착한포장 프로젝트(포장 원가 절감분을 제품 증량에 반영하는)를 통해 오리온의 인기 품목인 포카칩과 초코파이를 각각 가격 변동 없이 10%, 11.4% 증량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리온에 따르면 가격 변동 없이 증량을 단행한 초코파이와 포카칩의 매출은 올해 들어서도 매달 전년동기 대비 20%이상 신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불황 및 수익성 악화의 돌파구를 '가격 인상'에서 찾았다면, 오리온은 소비자 신뢰와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으로 풀어나가려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서민 물가가 출렁이며 가격 인상이 민감한 이슈가 된 만큼 일부 제과업체들의 가격인상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으로 역풍이 될 수도 있다""나름들 고충이 있겠지만 소비의 근간이 '구매'인만큼 섣부른 가격인상이 소비시장을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제과업체들의 가격인상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의 스낵코너.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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