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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노인 심리적 안정돕는 가정요양서비스 적극 도입해야"
노인 삶의 질 향상·의료비용 절감 효과…국내 실정에 맞는 재가케어 시스템 필요
2016-07-06 13:15:27 2016-07-06 15:19:07
노후문제에 있어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쇼크를 겪은 선진국들은 노인의료 비용절감을 위해 가정 요양에 기반한 재가케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비롯해 외국으로부터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고 개선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 할지 고민거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29일 세브란스병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호주와 일본의 선진화된 ‘통합 노인보건의료서비스 제공사례’를 소개하는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고령자의 ‘건강수명’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해 살아가는 ‘사회수명’을 보장해야 노인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 
 
이는 노인들의 질병 재발과 재입원 빈도수를 줄이고 의료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므로 관련 시설과 인력을 무작정 투자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호주의 사례를 소개한 마이클 폴락 존헌터병원 재활의학과 원장은 “급성기병원 서비스를 무기한 제공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노인은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치료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으니 이에 맞춘 ‘급성기-아급성기-지역사회’ 3단계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나카무라 슈이치 일본 의료복지정책연구포럼 이사장은 “일본은 최근 노인들이 병원시설이 아닌 자택에서 방문서비스를 받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이라며 “일본정부의 목표는 지역사회 네트워킹을 통한 ‘포괄돌봄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요 유한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은 보건, 의료, 복지, 생활, 문화에 대한 다양한 니즈를 가지고 있지만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애로사항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최근 의료와 복지간에 미비점과 의료 사각지대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므로 의료자원낭비, 서비스 미비점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재가케어 서비스로 의료비 절감
 
호주는 선진적인 노인요양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기대는 것보다 스스로 활동하고 치유하는 '재가케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노인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속에서 독립성과 사회성을 키워가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2차적으로 사회적인 의료비 절감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또 노인복지 문제를 환자와 의료기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협력하고 치유하는 과정속에서 지역사회가 하나의 통합 돌봄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호주의 노인요양시스템은 특히 한국이 벤치마킹 1순위로 두고 있을 정도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의 이러한 노력은 의료비 절감 문제와 직결된다. 다른 선진국의 재가케어 시스템도 이미 사회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원격의료와 IT를 활용한 시스템을 중심으로 진화발전하고 있다.  
마이클 폴락 교수는 "호주정부는 노인간병의료시스템에서 의료비 비용 절감에 대해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며 "호주의 고령자 재원일수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데 그 이유는 한국의 경우 효사상 때문에 노인을 편하게 모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호주는 노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폴락 교수는 호주정부의 노인간병의료시스템의 목표는 의료비 절감이라고 밝혔다. 즉, 노령인구의 급증으로 의료비용이 아주 크게 증가하고 있어 약제비와 입원건수, 제원일수를 줄이는 등 1차 의료기관에 대한 방문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범정부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층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특히 간병인의 필요성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게 폴락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노년층의 활동을 최대화해야 하는데 노인은 경제활동은 못하더라도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서 노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켜야 한다"며 "호주는 노인 간병의 목표를 노인독립성을 향상시키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는 노인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부족해 재가케어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현실이다.
 
의료수준 못따라가는 노인의료제도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지만 노인의료제도는 아직 많은 개선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장기적 관점의 플랜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외국의 사례를 가지고 논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전국에 1400여개에 달하는 요양병원에 대해 세부적 기능분화를 통해 차근차근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노인과 관련된 보건과 의료, 요양, 복지 관련 법이 전무한 상태로 체계적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남상요 교수는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고령자 의료확보에 관한 법률'이 있어 요양병원들이 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노인보건에 대한 법 자체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마련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중앙집권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니 지역을 포함하는 플랜도 미흡하다. 앞으로 제도설계를 할 때 지역적 특성에 대한 보완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노인의료제도는 좋은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프로세스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현장에서 고민해서 찾아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긴 기간을 내다보는 장기적 플랜이 없이 일단 정책을 시행하고 고쳐나가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김상오 연세대 의대 노년내과 교수는 ‘한국의 노인보건의료서비스 현황’이란 주제발표에서 “일본만 해도 개호보험에서 수가보장 등의 지원을 통해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간의 연계가 잘 돼있지만 국내는 지나치게 민간에게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바람직한 한국형 노인의료복지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체계 개편과 기능분화를 관계당국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특성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 제공
 
한국도 고령화에 따른 노인부양이 심각한 문제로 떠 오르고 있는 가운데 단순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맡기기 보다 가정에서 직접 노인케어를 담당해 주는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 재가케어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점점 심화되고 있는 노인복지와 부양에 대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거동과 일상 생활이 힘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도움이 필요한 노인 분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가케어 업체들은 환자의 성격, 병의 중증 정도, 종교와 성별 등 개인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꼼꼼한 매뉴얼과 운영을 통해 전문 요양보호사를 양성, 파견하는 등 노인들은 편안한 가정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직접 제공받을 수도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개최된 '2016 노인건강 국제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호주와 일본의 선진 노인의료서비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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