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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보가 '돈 되는' 시대
2016-06-30 10:24:35 2016-06-30 10:24:35
지난 1990년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권력이동(Power Shift)'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소련이 붕괴되고 독일이 통일되는 등 권력의 격변이 이뤄지던 시기에 출판된 이 책은 부(富)의 창출체제가 변화하면서 권력이 이동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데이터·아이디어·상징체계의 즉시적인 전달과 보급에 의존하는 새로운 체제가 낡은 공장굴뚝 체계와 충돌하면서 권력의 원천이 폭력·부·정보 방향으로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필자도 이 책의 영향을 받아 경영정보를 전공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이 시대에는 정보가 공산품처럼 유통된다. 디지털화될 수 있는 상품, 정보재(information goods)라 불리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스, 책, 영화, 게임과 같은 컨텐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회사가 여럿 나온 것처럼 정보재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런 정보재는 일반적인 상품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첫째, 정보재는 공급 측면에서 보면 한계비용이 0에 가깝기 때문에 기존의 원가 + α 방식의 가격 결정은 적절치 않다. 일반적인 재화의 경우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원료 및 재료에 해당하는 변동비의 비중이 높은 반면, 정보재의 경우는 고정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게임이 처음 만들어지려면 기획자, 개발자 등 사람들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게임이 출시되면 운영 비용 이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가변비용은 적고 고정비용이 높기 때문에 적은 단위의 매출이 나는 초기에는 손실이 크게 날 가능성이 높은 위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보재에 대한 투자는 매몰비용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초기 투자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재화의 경우에 초기 투자에 투입된 공장이나 설비 같은 경우에는 매도하여 투자회수가 일정 부분 가능하지만, 정보재의 경우, 정보재 개발소요 비용은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동시에 낮은 한계비용은 규모의 경제 현상이 나타나게 한다. 손익분기점을 지나 판매단위가 높아지면 큰 규모의 이익이 날 수 있는데, 이는 가변비용이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때, 게임회사의 영업이익율은 80%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정보재 사업은 초기에 위험하지만 흥행에 성공하면 대박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정보재는 소비 측면에서 볼 때 경험재이고 각기 다른 개별 소비자들의 가치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 정보재는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해 보아야 상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경험재이다. 음식이나 화장품 같이 많은 물리적 제품 또한 경험재이지만, 정보재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게임을 해보기 전에는 그 게임이 내게 재미있는지 아닌지 게임의 가치를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무료 버전 내지 맛보기가 필수적이다. 또한 개인마다 느끼는 게임의 가치가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상당한 재미를 느껴 만사 제쳐놓고 게임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 이따금씩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급 및 수요적 측면에서의 특성 상, 정보재는 처음에는 공짜로 제공되지만, 결국 유료 아이템 판매를 통해 돈을 버는 셈이다. 흔히 부분유료화 내지 프리미엄(Freemium, Free + Premium)이라는 사업모델을 통해 유통된다. 사실 이 부분유료화 모델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1990년 후반 최초로 만들어져서 이제는 인터넷 업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과금 모델이 무료로 시작되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 개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넓은 클럽이나 온라인 게임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면 누가 먼저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어느 정도 사람들이 있다면 클럽이나 게임에 입장하는 것이 훨씬 덜 부담스럽게 된다. 이미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면 클럽이나 게임의 가치가 더 커지게 되는 것으로, 초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줄 만한 상황이 연출된다. 따라서 초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할 유인이 생긴다. 클럽에서 이른 시간에 오는 사람들이나 게임에서 베타 서비스를 할 때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주류를 이룰 정보재에 대한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생산관리에서 출발한 경영학이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지 관심을 가지고 볼 때가 아닐까 싶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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