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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불황 빠진 외식업계 무차별 침탈
M&A 시장 장악…몸집 키우기·수익 치중 전략 우려 목소리
2016-06-30 06:00:00 2016-06-30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사모투자펀드들이 외식업계에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외식업체들의 인수·합병(M&A)시장에서 무차별 공세에 나서며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외식업계 내에서 빠른 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는 사모펀드를 두고 불황에 빠진 업계에 투자를 통한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사업확장, 단기간 매출에만 치중된 전략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모건스탠리PE가 놀부를 인수하며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후 최근까지 버거킹코리아, bhc,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KFC코리아, 매드포갈릭, 공차코리아 등 8개의 대형 외식업체가 사모펀드에 줄줄이 매각됐다. 
 
최근에 매물로 나온 한국 맥도날드 역시 사모펀드로의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2012년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했던 VIG파트너스가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버거킹을 재매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IMM PE와 TRG매니지먼트는 각각 할리스에프앤비(할리스커피)와 bhc의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들이 외식업계 투자에 나선 배경은 경기 영향을 덜 받는데다 현금 흐름이 양호한 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투자 회수가 쉬운 것도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출구전략을 만들기가 수월하고 사모펀드 특성상 4~5년 안에 바이아웃(기업 인수 후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현금 장사가 대부분인 외식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모펀드들이 외식업계에서 몸집을 불리기에 나서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보다는 철저히 수익에 주안점을 둔 전략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모펀드의 경우 경영환경 개선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 수익을 보려는 패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외식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비스의 질보다는 가격을 올리고 외형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니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은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물론 사모펀드의 투자로 불황 속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례도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는 올초 버거킹코리아의 100% 지분을 보유한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와 버거킹코리아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매각가는 2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2년 두산이 버거킹을 매각했던 1100억원 대비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사모펀드로 넘어간 뒤 외형적으로도 크게 성장해 2013년 162개였던 매장은 2014년 199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직영 170개, 가맹 61개로 231개가 됐다. 올 2월 기준 매장 수는 236개로 늘어 3년만에 45.6% 증가했다.
 
수년째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며 존폐기로에 놓였던 카페베네는 지난해 말 사모펀드인 케이쓰리제5호(K3제5호)에 매각되며 부활을 노리고 있다. 카페베네는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향후 부채비율이 865%에서 3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사모펀드와의 '잘못된 만남'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현금흐름이 뛰어나고 단기간 수익을 내기 용이하단 이유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투자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모건스탠리 PE가 지난 2011년 1200억원에 인수한 놀부의 매출액은 2014년 1211억원에서 지난해 1196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0% 감소한 26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1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밖에 2014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공차코리아, KFC도 실적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외식업체를 마구잡이로 인수한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니 재매각을 통한 차익실현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2014년 CVC캐피탈에 1000억원에 인수된 KFC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1억원으로 전년대비 83.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80.3% 급감했다. 결국 인수 1년 만에 KFC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아직까지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불황에 빠진 외식업계의 구원투수로 나선다는 데에는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몸집을 키워 되파는데에만 치중하는 것이 문제"라며 "외식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확장과 매출 확대에만 매달린 가격인상, 서비스 질 하락 등 부작용이 곳곳에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매물로 나온 한국맥도날드 매장 모습. M&A시장에선 맥도날드의 전략적파트너로 사모펀드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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