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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 수주시장에 불어닥칠 브렉시트 후폭풍
저유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주활동 직격탄
불안심리 확산…국내 부동산 시장도 악영향
2016-06-26 13:00:00 2016-06-26 14:20:4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확정으로 국내 건설·부동산업계도 삽시간에 불안감에 휩쌓였다.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해외수주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기에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심리가 확산되며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브렉시트 여부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가 끝난 후 현지시각으로 24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 개표 결과 영국의 EU 탈퇴에 표를 던진 사람들의 비중은 전체 투표자의 52%로 반대 48%를 4%포인트 앞섰다.
 
영국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 72.1%를 기록했던 이번 선거에서는 4개 국가 중 영국과 웨일스가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탈퇴 결과를 이끌었다. 반면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잔류를 지지했다. 이로써 영국이 EU를 떠난 첫 국가가 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당장 기름값이 더 떨어지며 중동, 중남미, 동남아 지역의 수주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다. 특히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석유화학플랜트 분야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업계에서는 브렉시트 유예기간이 아직 2년 남았지만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확산되면서 해외수주 및 국내 부동산의 악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 대형사 관계자는 "올해 이란 시장을 발판 삼아 본격적인 해외수주에 나서려고 했던 대형사들이 특히 걱정이 많을 것"이라며 "해외수주 감소도 문제지만 발주처의 재정상황 악화로 공사비 지연 지급 등이 일어나고 있는 중동, 중남미 사업장을 갖고 있는 건설사들도 공사비 회수에 대한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오며 국내 부동산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운드, 유로 등 주요 통화가치 하락으로 전 세계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될 경우 건설을 비롯해 모든 산업 발전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파운드화, 유로화는 약세를 보이는 반면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산유국의 발주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해외수주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연구위원은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미칠 것이냐에 대한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는 등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 경우 단순히 건설사의 해외수주 뿐만 아니라 불안심리로 인해 국내 부동산 경기도 침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브렉시트 영향으로 국내외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해운, 조선, 철강 등 지방 기반산업 위축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우려된다"며 "여기에 집단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 침체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권 팀장은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검증된 지역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국지적인 수요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LG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불확실성이 급격히 고조되고 국제 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제도 브렉시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4월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영국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우리나라 주식 4200억원을 순매수 했다.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 2조8000억원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3~4월에는 전체 외국인 주식매입의 3분의1을 차지하는 1조8000억원의 국내 주식이 영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순매수 됐다. 매수와 매도 금액을 합산한 거래기준으로는 34%를 차지해 올해 우리나라에 투자한 국가 중 가장 활발한 거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들이 국내 금융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금융시장 및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침체에 따른 불안심리로 인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필리핀 페트론 리파이너리 마스터 플랜2단계 정유공장 건설 현장 모습. 페트론 리파이너리 마스터 플랜2단계 현장. 사진/대림산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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