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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은퇴 후 삶이 두렵다고요?"…후반전은 배낭으로 시작
실버 관광' 인기, 노년 여행객 급증…배우자·친구와 떠나는 자유여행 만끽
2016-06-22 14:07:28 2016-06-22 14:07:28
평균 연령 76세의 배우들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이들 못지않게 활발히 활동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주목받고 있다. 대학생처럼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시니어 배낭족’이 뜨고 있고, 당당하게 외모를 가꾸는 노인들도 부쩍 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비와 여가 생활을 자유롭게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또 하나의 소비 계층이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노인들은 기존 휴양지에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효도관광’ 위주에서 탈피해 배우자나 친구와 함께 떠나는 ‘자유여행’ 상품을 선호한다. 
 
호텔 대신 외국인들과 함께 지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여행사 버스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몸은 힘들었지만, 배낭여행을 하는 동안 20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느 대학생처럼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유럽 배낭여행 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직접 계획을 짜며 여행을 준비한다.
 
지난 15일 뉴스토마토가 주최한 해피투모로우에 출연한 이강 여행전문작가는 "시니어의 배낭여행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평균 연령 76세의 배우들이 배낭을 메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은 시니어들의 낭만을 눈뜨게 하기에 충분했다"며 "자연스럽게 시니어들의 패턴은 휴양지에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기존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계획을 짜는 ‘자유여행’으로 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그동안 노인 취약계층을 거론한 고령화의 어두운 면이 많이 부각됐지만,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즐기려고 하는 ‘액티브 시니어’들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활동하는 노년들이 부상하면서 여생을 의미 있게 보내는 이들이 당당한 소비주체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 여행작가는 뉴스토마토 주최로 열린 '해피투모로우'에 강사로 출연해  액티브 시니어들의 배낭여행의 낭만과 설렘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힐링이 있는 섬 '청산도'…인생 사색에 최적
 
이 작가는 스스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시니어 배낭객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이 배낭을 매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느림보 마을 '청산도'를 꼽았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완도 청산도는 가을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테마 섬으로 오랫동안 거친 인생을 살아온 은퇴세대들이 자신을 돌아보기에 최적의 시간과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들이 마음의 안정과 삶을 되돌아보며 남은 여생을 사색하기에 최적의 곳이라는게 이 작가의 의견이다. 특히 슬로시티 청산도의 고유한 전통 문화와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은 관광객 뿐 아니라 여행전문가들에도 깊은 인상을 준다고 평가한다. 
 
슬로시티 청산도는 산과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다 해 '청산'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한적한 어촌마을의 청산도는 봄에는 노란 유채꽃으로 시작해 코스모스가 만발한 가을의 정취는 사계절 찾는 섬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구들장 논'과 1970년대 청산도를 대표하는 파시거리, 왜적의 침입을 방어했던 청산진성, 섬 주민들의 독특한 초분 등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해변에 펼쳐진 드라마·영화 촬영지는 청산도의 즐거움을 두 배로 느끼게 한다.
 
특히 마라톤 구간인 42.195Km에 11개 코스의 '슬로 길'을 조성해 섬 주위를 천천히 느리게 걸으며 서두르지 않은 느림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청산도에는 국제 슬로시티연맹에서 2011년 세계 최초로 공식 지정한 슬로길 1호가 있다. 청산도에서만 볼 수 있는 구들장 논은 세계 중요 농업유산으로 등재됐으며,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가 촬영된 곳으로 푸른 바다, 푸른 산, 구들장논, 돌담길 등 느림의 풍경이 가득하다.
 
청산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힐링과 휴식을 할 수 있는 느림의 섬이라는 점에서 시니어 배낭객이라면 당장 가방 하나 둘러메고 가봐야할 국내 여행지 1호다. 
 
느림과 여유, 힐링의 대명사 슬로시티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열리는 2016 슬로걷기축제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영화 서편제 재현 모습. 사진/완도군 제공
 
 
죽기전에 가봐야 꼭 할 해외여행은?
 
한 해 동안 1500만 명이 해외여행을 떠나지만 대부분은 중국, 일본, 미국 등 많이 알려진 여행지를 선호한다. 서점에서 판매되는 가이드북도 대부분 인기 여행지만 다룬다. 색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작가는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할 여행지 다섯 곳을 소개한다. 지금은 시간과 돈이 없더라도 나만의 ‘버킷 리스트’로 만들고 준비할 가치가 있는 곳이기에 죽기전에 반드시 계획을 세우고 가볼 것을 이 작가는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케냐 국립공원을 ‘죽기 전에 한번 가봐야 할 여행’으로 꼽는다. 세계에서 동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케냐와 탄자니아에 걸친 마라-세렝게티 생태계로 면적이 남한의 4분의 1이다. 이곳은 지도상에만 국경선이 있을 뿐 동물들은 계절과 기후에 따라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 
 
사파리 투어는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공원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사자, 코끼리, 코뿔소, 표범, 버팔로 등이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마라-세렝게티 공원은 탄자니아 지역이 더 넓지만 공원 입구는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가깝기 때문에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인천 - 나이로비 항공 노선을 이용한다.
 
양떼들이 아프리카 케냐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다.사진/뉴시스
 
아프리카 열차와 아이슬란드 트레킹
 
지난 1986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7개 분야를 수상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카렌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약혼자와 결혼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도착한다. 열차를 타고 아프리카의 넓은 대지를 가로지르며 케냐로 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아프리카 열차 여행을 꿈꿨다. 춥고 황량한 평원을 달리는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거칠다면 아프리카 열차는 낭만적이다. 
 
아프리카 열차 여행은 로보스 레일(Rovos Rail)을 통해서 가능하다. 로보스 레일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초특급 호화 열차로 2박 3일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를 출발해 보츠와나, 짐바브웨를 지나 빅토리아 폭포 구간을 운행한다. 
 
열차실내는 고풍스럽게 장식돼 19세기 열차 모습과 비슷하다. 객실에는 침대와 테이블, 개별 욕실이 있다. 이 가운데 객차 한 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열 스위트에는 더블베드와 라운지, 개별 욕실이 마련돼 있다.
 
아이슬란드는 유럽에 속해 있지만 대서양 북부에 외로이 떠 있는 섬나라다. 화산과 빙하가 뒤섞인 특이한 풍광 때문에 우주 관련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유명하다.
 
아이슬란드의 화산과 빙하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은 매우 많다. 대표적인 코스는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출발해 ‘골든 서클’이라고 불리는 게이시르(Geysir), 굴포스(Gulfoss), 싱벨리어(Thingvellir) 국립공원을 돌아본다. 간헐천인 게이시르에서는 수십 개의 웅덩이에서 물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끊고 있으며 때때로 열수가 하늘로 솟구친다. 
 
아이슬란드의 가장 큰 폭포인 굴포스와 마주하면 화산재로 뒤덮인 황량한 대지 어디에서 이렇게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나와 폭포를 이루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싱벨리어는 아이슬란드 역사의 모태와도 같은 곳으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자국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결정이 요구될 때마다 이곳에서 회의를 했다. 지금도 싱벨리어는 대대적으로 축하할 만한 국가 행사가 펼쳐지는 아이슬란드의 심장이다. 
 
세대공강 토크파티 '해피투모로우'에 출연한 곽정민 대한노년치의학회 법제이사와 여행작가 이강씨가 노후의 건강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민호 기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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