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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준익 감독이 말한 ‘이 시대의 송몽규들’
2016-06-06 12:00:00 2016-06-06 12:00:0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올해 2, 5억원의 제작비만으로 돌풍을 일으킨 영화가 있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 영화의 가치를 인정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적은 인건비로 작품에 임한 것은 물론 제작비 여건 상 모든 러닝타임 흑백으로 채운 작품이다.
 

시대의 아픔에 부끄러워했던 고독한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와 일제와 정면으로 치열하게 싸운 괴로운 투사 송몽규(박정민 분)의 청춘을 담는다. 비교적 적은 예산과 애국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점 등의 우려를 깬 수준 높은 영화로 여겨진다. 아울러 116만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양심적이었던 두 청춘의 조명을 통해 작금의 청춘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영화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은 52회 백상 예술대상 영화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을 비롯해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 등 천만에 육박한 영화들이 후보로 즐비했음에도 백상은 이준익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동주'가 갖고 있는 의미는 송몽규와 같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대에 살았던 아름다운 청년들처럼 지금 이 시대의 송몽규들에게 많은 위로와 응원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감독은 제목을 '동주'로 지었지만 양심을 행동으로 쏟아낸 몽규를 더욱 묘사했다. 비록 힘이 약한 탓에 일제를 이겨내는데 실패하지만 그 처절했던 정신만큼은 훌륭하다고 말한다. 훌륭한 정신으로 일제와 맞선 송몽규는 70여 년이 지나서야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이 감독이 '이 시대의 송몽규들'이라고 말한 것처럼 현재도 송몽규와 같이 부조리, 불합리와 맞서는 청춘들이 적지 않다. 위안부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한파가 몰아친 한겨울에 온 몸을 바쳤던 학생들도 있고, 세월호나 메르스 등과 관련한 정부의 그릇된 행정과 맞선 이들도 있다. 일부 기업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앞에서 혹은 뒤에서 최선을 다한 송몽규들도 있다. 양심이라는 신념으로 불의와 정면으로 맞서는 청춘들은 7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청춘들을 위로하고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말은, 양심을 가진 사람들의 치열함은 시대를 넘어 그 어느 때나 아름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동주와 송몽규가 그랬듯 현재의 청춘들도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지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윤동주처럼 권력의 무자비한 횡포에 두려움을 안고 그저 부끄러워만 할 수도 있으며, 송몽규처럼 정면으로 맞섰다가 장렬히 패배할 수도 있다. 결과가 어떻든 불의와 맞선 청춘들이 나약해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양심적으로 싸우는 청춘은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와 송몽규처럼 말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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