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용선료' 이어 채무조정 성공…큰 파고 넘은 현대상선
개인투자자 몰린 사채권자집회 채무조정 '관건'
2016-06-01 08:54:28 2016-06-01 08:54:28
[뉴스토마토 이종용·이보라기자]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 진전에 이어 6300억원 규모의 채무조정에 성공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1일 열리는 두 번의 사채권자집회까지 성공하면 현대상선은 또 다시 큰 파고를 넘기게 된다.  
 
다만 31일 열린 사채권자집회에 비해 개인사채권자가 몰려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 8042억원의 공모사채 재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새로운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재가입을 위해서도 전력투구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31일 열린 세번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6300억원 규모의 사채조정에 성공했다. 자료/현대상선
 
현대상선은 31일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사옥에서 177-2회차, 179-2회차, 180회차 사채권자집회를 열었다. 각각 2400억원, 600억원, 3300억원 규모의 세 번의 사채권자 집회 모두 채무재조정에 성공했다. 1차 와 2차 집회에서는 100%의 찬성률을 보였다. 3차 집회에는 3300억원 중 1000만원 규모의 반대표가 나와 99.9%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김충현 현대그룹 상무는 "용선료 협상과 얼라이언스 가입 등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지만 채권자들이 회사를 믿어주고,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여줬다"면서 "조속한 시일내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용선료 협상 타결 시기에 대해서는 "못박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이 이날 제시한 채무조정안은 채무의 50%이상이 출자전환되고 나머지는 연1% 이자, 2년 거치 및 3년 분할 상환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대상선은 조정안 부결시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채권 회수율은 20% 미만으로 예상되지만, 가결시에는 주가에 따라 원금 회수율이 최대 100%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며 이들을 설득했다. 집회에서 용선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어필하면서 채무조정안 동의해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점에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사채권자 A씨는 "분위기는 매우 원만했다"면서 "재무책임자가 용선료 협상 타결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무보증사채이기 때문에 법정관리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서 회사 측의 제안을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채권자 B씨는 "이제 외줄타기 아니겠냐"며 "찬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채권자인 선운사농협의 장봉남 이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운을 뗐다. 내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도 참여하는 장 이사는 "법정관리를 선택하기보다는 회사를 살려서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라며 "회사가 용선료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채권자에 (원금을) 상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 회수율이 10%대인 법정관리보다는 최대 80%라도 건질 수 있는 재조정 방안이 가결되는 것이 낫다는 것이 대부분 투자자들의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날이다. 농협과 신협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사채권자집회와는 달리 이튿날인 6월1일 열리는 176-2회차(542억원)에는 개인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될 경우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일정은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사채권자집회는 공고 3주 후에 다시 개최할 수 있기 때문에 6월 말에 다시 열수밖에 없다.
 
현대상선 측은 "사채권자들이 보유한 공모사채의 경우 50% 이상 출자전환, 잔여 채무 2년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채권(50~60% 출자전환·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보다 유리한 조건"이라며 "공모사채 출자전환 주식은 신주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등 유리한 조건으로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무조정에 성공하게 되면 현대상선은 다시 새로운 해운동맹 가입을 위해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현재 현대상선이 속한 해운동맹인 'G6' 정례회의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서 디얼라이언스 재가입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동맹에 속한 대부분의 선사가 내년에 새롭게 출범되는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계 선주인 '조디악'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용선료 인하 협상에 대해 선사들과 개별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협상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조건들이 선행되면 채권단의 출자전환 방안이 실행되면서 현대상선은 정부의 선박펀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용·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