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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민·시장도 모르게 바뀐 ‘서울 공공임대아파트 임대료 전환율'
SH "반발 뻔한데 뭐하러 알리나"…담당부서 "중요도 낮아 부시장 전결"
박원순 시장 '옥바라지 골목' 철거 공사 토론회 노력 무색
2016-05-26 18:07:28 2016-05-26 19:43:02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지난 4일 공공임대아파트 임대료 전환율을 기존 100%에서 60%로 낮춘다는 방침을 정해 발표했지만 해당 주민들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도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료 전환율 변경은 주거 취약층 시민의 주거 안정과 직결된 문제이다. 때문에 시장 전 전결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에게 별도 보고를 않거나 해당 주민들에게 사전 의견수렴 한번 없이 이뤄진 것은 소통이 배제된 일방적 행정처분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해보인다.
 
박 시장은 지난 23일 노원구 장애인일자리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공임대아파트 거주자가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임대료 전환변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자 처음 듣는 얘기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이야기가 길어지자 박 시장은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박 시장은 다음날 오후 1시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마련된 강남역 피해여성 추모공간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관련부서에 내용을 전달받고 해당내용을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시장은 "관련 내용을 자세히는 몰랐다"며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추진되고 있고 주민들이 겪게 될 불편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SH측은 이번 달 초부터 개별 가구에 관련 안내문을 발송한 상태다.
 
실제로 시 주택정책과에 확인해본 결과 담당자는 "해당 정책 발표 전에 시장에게 공공임대아파트 임대료 전환율 변경 규모에 대해 자세히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전결처리규칙에 따라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해 부시장 전결로 처리했다"며 "모든 사안을 시장이 결재하는 건 아니지만 최종 결재자가 아니라고 해서 보고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사무전결처리 규칙을 살펴보면 부시장전결사항 중에는 장기적인 정책·목표·방침에 관한 세부계획 수립 사항에 대해 전결권한을 갖도록 돼있다. 하지만 산하단체 및 지방공사 등에 대한 주요 승인사항은 시장 결재사항으로 분류되는 만큼 시민 주거권과 관련한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박 시장이 몰랐다는 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와 SH공사 측은 임대계약자들이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높아 임대료 수입이 급격히 감소해 임대보증금 전환율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44조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할 수 있어 법률상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 공공임대아파트 전세전환율 변경에 대해 시와 SH공사는 정책전문가들과의 협의만 거쳤을 뿐 사전에 사회적 약자나 장애인 등 공공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토론회나 설명회 한번 진행하지 않았다.
 
정작 지난달 22일 진행된 제4차 정책전문가협의회 회의록을 살펴봐도 위원장으로 참석한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특성이 서로 다른 데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문제 있다"며 "전환이율을 낮춘다는 것은 보증금이 올라간다는 뜻으로 결과적으로 임대료 상승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토론회나 설명회도 없이 진행한 이유에 대해 SH 측은 "한다고 하면 입주자들이나 시민단체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100%로 반발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뻔히 보이는 걸 가지고 알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박 시장이 오는 30일 종로구청 대강당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등이 참여한 가운데 '옥바라지 골목'의 철거 공사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시와 SH공사 측은 갑작스럽게 정책이 발표된 만큼 기존 임대료 전액전환 거주자들은 현재 전환금액을 유지하고 일부금액 전환 거주자들에 대해서는 다음달 30일까지 기한을 두고 전액전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김수경 주거실현을위한국민연합 사무국장은 "아무 설명도 없이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임대아파트 제도를 갑작스럽게 민간시장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정책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동력을 모아 SH공사와 시 쪽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이번달 초부터 개별 가구에 임대료 전환제도 변경에 관한 안내문을 발송했다. 사진/SH공사 안내문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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