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책 따위는 던져 버리고 주위부터 관찰 시켜라
우리 아이 영재로 키우려면 ‘직접경험’ 먼저
2016-05-24 08:00:00 2016-05-24 08:30:31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요즘 엄마들은 해외 사이트에서 최신 교육 경향을 직접 수집할 만큼 영재교육에 대한 정보력이 좋고 열의 또한 대단하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부분에서 영재성을 보이는지 모르는 부모가 적지 않다. 또 대부분의 부모들이 일찌감치 영재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가장 앞선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는 '영재교육원' 입학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영재교육원을 준비한답시고 아이들을 학원, 특강 등 사교육에 내몰기도 한다. 특강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의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개념 설명과 실습보다는 반복적 문제풀이에 주안점을 둔다. 문제를 읽고 정형화된 답에 근접했느냐를 점검하는 수준에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훈련된 아이들은 창의적인 문제를 출제하면 답변을 할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영재는 아니기 때문에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이 같은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뉴스토마토>는 유아기에 부모가 어떻게 영재성을 끌어올리고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유아영재교육학회 기순신 부회장의 도움을 받아 짚어봤다. 그는 한국창의력교육학회 이사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영재교육원에서 교육받기를 원한다면 아이에게 많은 지식을 빠른 시간 안에 주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영재는 동일한 자료 안에서도 스스로 패턴을 분석하고 상상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참신한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아이를 뜻한다.
 
영재성을 더 계발하고 아이를 발전하게 하려면 10세 이전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가정에서 부모와 어떤 대화를 하고 무엇을 보고 자랐는지가 문제집 100권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평가 위주의 학습은 사고가 유연한 아이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집을 반복 학습해 답을 찾는 데 열중하는 아이들은 조금만 특이한 경향의 문제가 출제되거나 새로운 생각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되면 당황하게 된다. 학교와 학원에서 우등생인 아이가 영재교육원 선발에서 불합격했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스스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산출물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영재교육이다.
 
그렇다면 영재교육원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영재교육원은 교육청과 대학부설 등 크게 두가지가 있다. 준비의 차이점은 최종 단계에서 시험 결과와 산출물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두는가에 있다. 교육청 영재교육원과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준비사항인 1단계에서는 충분한 탐구, 체험 활동, 과학·수학에 대한 호기심 강화 등이 필요하다.
 
여행·문화 체험·박물관 견학 등 체험 활동은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등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은 구체적인 상황이나 대상을 통해 생각을 전개한다. 따라서 책이나 미디어 등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체험 활동에서도 현장 활동이 단순히 보고 듣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된다. 경험을 토대로 인지발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략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엄마가 먼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또 아이들이 계속 반복해서 가려고 하는 장소나 박물관이 있다면 원하는 만큼 방문하고 보고 또 보는 활동을 격려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영재들은 한 가지를 깊이 알고 싶어 하고 면밀하게 관찰하며 탐구하려고 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을 갈 계획이라면 지도를 보며 유명한 곳이나 박물관 등을 함께 찾아보고 어디를 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아이와 함께 나눈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체험 활동과 경험이 주는 또 다른 교육적 가치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배운 내용을 일상생활이나 사회 활동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생활에 밀착되지 않은 학습은 회의감을 가지게 하고 성취감을 떨어뜨린다. 물론 학교에서 교사 한명이 여러 아이를 상대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생활 활용 위주의 수업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까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과학관·박물관은 물론이고 산과 바다·계곡·놀이동산 등은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하며 실생활 활용이 가능한 교육의 현장이다. 가령 늦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나무의 모습을 살펴보자. 햇빛을 마주 보는 쪽은 잎이 늦게 떨어지고 햇빛이 덜 비추는 쪽은 잎이 빨리 떨어진다. 한라산이나 설악산 같은 높은 곳에 오를 기회가 있다면 초코파이를 가지고 올라가 보자. 기압차 때문에 초코파이 봉지가 잔뜩 부푼 모습에 깜짝 놀랄 것이다. 나중에 수업에서 이 내용을 만나면 아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게 된다. 이렇게 익힌 지식은 당연히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과학지식이 풍부하지 않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토론할 주제들이 우리 주변에는 넘쳐난다. 사물을 바라보는 세밀하고 자세한 관찰이면 충분하다. 모든 학습의 시작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단 그냥 흘려 관찰하는 것이 아닌 '자세히 관찰하기'가 중요하다.
 
영재교육원을 염두에 두는 엄마들은 하나같이 책을 많이 읽힌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아이들은 책만 많이 읽는 것보다는 직접적인 활동을 먼저 하고 난 후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책보다 충분한 활동이 사고력 계발에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책만 읽은 아이와 실생활 속 경험을 많이 한 아이는 상상력 평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책만 읽어서 간접 경험만 한 경우에는 상상한 내용이 감성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방 안의 머리카락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이 있다고 하자. 책만 읽는 아이는 특수 빗자루, 기계, 로봇 등 단순한 방법을 이야기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영재교육원에서 원하는 대답은 이런 것이 아니다. 가령 특수빗자루라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은 정전기 때문에 빗자루로 머리카락을 제거하기 어렵다. 실험을 해 보고 탐구한 아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잘 인지하고 있다. 관찰 경험을 토대로 해서 원리를 중심으로 말하는 아이라면 '머리카락은 정전기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정전기를 이용해 스타킹이나 책받침을 활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다. 구체적이고 원리를 알고 하는 답변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릴 때 다양한 탐구실험 활동 경험을 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구체적인 지식과 연결되면서 더 깊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음악영재로 선발된 초·중·고교생들이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음악영재교육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건국대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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