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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장 예고' 리모델링 사업, 재건축보다 유리?
서울시, 리모델링 요건 완화…추진 가속화 기대
재건축, 리모델링보다 사업성·상품성·투자성 우위
2016-05-15 11:00:00 2016-05-15 11:00:00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올 하반기부터 서울 지역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큰 장이 설 전망이다. 이르면 9월부터 지은 지 15년이 된 아파트의 경우 최대 3층까지 높여 지을 수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재건축 연한 단축 등 관련 요건이 완화된 만큼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사업성이나 주거여건 면에서 여전히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15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의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된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경기 성남시, 수원시에 이어 지자체로서는 세 번째다.
 
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체 4136개 단지 중 절반 수준인 2038개 단지가 지은 지 15년이 지나 리모델링이 가능해진다. 이 가운데 168곳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단지는 24곳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본계획 수립으로 이 단지들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사업이 비교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반면, 재건축은 말 그대로 기존 구조물을 모두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다.
 
때문에 주거여건 측면에서 재건축이 더 낫다는 분석이다. 자유롭게 평면을 설계할 수도 있고, 기부채납으로 기반시설도 확충되는데다 편의시설 및 주변 상권까지 함께 개발될 수 있는 호재도 누릴 수 있다. 특히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의 약점 중 하나인 층간소음 문제도 신기술 적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등 품질개선 효과가 리모델링에 비해 월등하다는 평이다.
 
사업 연한도 40년에서 30년으로 짧아지면서 리모델링과 연한 차이도 크게 줄어든 만큼 사업성 측면에서도 앞선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서울 강남권에 고분양가 바람이 불면서 '몇 년 만 더 기다렸다가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을 하자'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 1차'의 경우 리모델링을 검토하다가 2014년 재건축 연한이 줄어들면서 내년이면 조건을 채우게 되자 재건축으로 선회했다. 입지가 좋은데다 리모델링보다 재건축한 새 아파트의 상품성이 뛰어나 분양가를 더 높게 책정할 수 있는 만큼 사업적 측면에서 재건축이 더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이 법정상한선까지 완화돼 기존 가구 수보다 더 많은 물량을 지을 수 있다. 때문에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들의 부담이 덜어진다. 반면 리모델링은 가구당 전용면적을 최고 30%까지 늘릴 수 있지만, 수직증축으로는 최대 3개 층까지만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집값 상승 역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를 보면 서울 강동구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경우 전용 69㎡가 지난달 3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50만원 올랐지만, 인근 시세도 비슷하게 상승해 수직증축으로 인한 추가 상승 모멘텀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단지의 경우 전용 49㎡가 작년 같은 기간과 가격차가 없는 2억9000만원 선에 지난달 거래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단지의 용적률과 노후도, 입지 등 단지의 특장점 그리고 주민들의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해 재건축과 리모델링 양쪽 모두의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건축은 기본계획수립,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승인 등 사업절차가 복잡하고 기간도 7~10년가량 걸린다. 또 토지조성과 골조 공사뿐만 아니라 컨설팅 비용, 조합 운영비, 개발이익부담금 등 투입되는 비용도 많다. 반면 리모델링은 사업절차가 재건축에 비해 간소하고 기간도 2~3년에 불과하다. 또 재건축과 달리 기부채납 등의 부담이 없어 사업비가 상대적으로 낮다.
 
때문에 리모델링 활성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됐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반포와 압구정 재건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리모델링이 주택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내 리모델링 요건이 완화됐지만, 사업성이나 투자성, 상품성은 여전히 재건축이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강남구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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