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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과거사 손해배상 재심 후 6개월 내 청구해야"
아람회·민청학련 사건 등 상고심서 원고 패소 확정
2016-05-12 19:49:07 2016-05-12 19:49:07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과거사에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는 재심판결 확정 또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해야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2일 긴급조치 1호와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복역한 오모(75)씨와 가족 4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오씨의 위자료 약 1억1500만원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나머지 가족에게 총 9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오씨는 지난 1974년 1월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등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와 반공법 위반 혐의로 불법 감금된 후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기소됐으며,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 형이 확정돼 만기 출소했다.
 
진실화해위원회의는 2007년 10월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2010년 12월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오씨는 이듬해 7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의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이 손해배상 소송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해 오씨의 부분을 부적법 각하 결정을 내렸고, 나머지 가족에게 총 9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위자료 청구에는 미치지 않아 오씨의 위자료 약 1억1500만원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충남 금산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정모(82)씨가 다른 교사들과 광주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등의 활동으로 강제 연행된 후 국가보안법위반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아람회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정씨와 동생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정씨의 동생들에게 각각 8200여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정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아 2년5개월 동안 복역한 후 출소했으며, 이후 재심을 청구해 2009년 5월 국가보안법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아 2011년 6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재심판결 확정 후 6개월 이내 또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 소송을 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3부는 이철(68) 전 코레일 사장 가족 등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피해자 가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민청학련은 1974년 인민혁명당과 일본계 조총련 등의 배후로 대규모 폭동을 유도하려고 했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국가보안법위반·내란선동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재판부는 "원고 중 일부는 재심판결도 없었으므로 권리행사의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은 재심판결 확정일인 2010년 10월8일 또는 2011년 9월3일로부터 약 2년에서 2년 10개월이 지난 2013년 8월5일에야 제기돼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 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는 오씨에게 위자료 약 1억5000만원 등 16명에게 총 3억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오씨에 대한 재심이 확정된 2013년 7월5일까지는 원고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소송은 그로부터 6개월 내에 제기돼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다고 봐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권리 행사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결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1항과 광주민주화보상법 제16조 제2항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재심 무죄 판결 후 손해배상 소송에도 미친다고 한 기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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