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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맥킨지 사표내고 대부업 취직한 청년 "렌딩클럽 압도하겠다"
이인섭 어니스트펀드 전략이사
2016-05-11 06:00:00 2016-05-11 14:51: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P2P 대출'이란 용어가 낯설지 않다. P2P 대출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Peer to Peer) 대출과 투자가 동시에 오가는 것을 말한다. 대출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다수의 투자자가 자금을 빌려주고 만기까지 이자를 받아가는 구조다. 은행이나 금융기관까지 걸음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을 통해 약간의 '손품'만 팔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급성장세다.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저신용자들 입장에선 비교적 저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비교적 높은 이자수익을 얻어간단 입소문 덕분이다. 현재 국내 P2P 금융업체(7곳)를 통한 누적 대출액은 700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연말(약 3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어니스트펀드도 그중 하나다. <뉴스토마토>는 이인섭 어니스트펀드 전략이사를 만나 붐을 타고 있는 국내 P2P 대출시장의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졌다. 무대는 전 세계 P2P 대출산업의 최대 컨퍼런스인 렌딧(Lendit) 컨퍼런스. 첫 연사는 미국 렌딩클럽 CEO(최고경영자)가, 기조연설자로는 스타트업계의 신적인 존재이기도 한 피터 티엘 페이팔 창업주가 나섰다. 둘은 한축의 산업군으로 성장한 미국 P2P 대출시장, 미래금융 모습에 대해 논했다.
 
"어니스트펀드와 한국의 P2P 대출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어니스트펀드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섭 전략이사(27·사진)는 자리에 앉자마자 지난달 개최된 렌딧 컨퍼런스 참석 뒷얘기를 화두로 꺼냈다. 다녀온지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서일까. 표정에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이 이사는 그곳에서 보고 느낀 걸 몇 가지로 요약해 놨다고 했다.
 
"P2P 대출시장은 더 이상 스타트업들만의 위험 도사린 시장이 아닙니다.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이 동참했고 은행, 신용평가사들의 리레이팅(재평가)이 가속화하고 있어요. 산업화와 제도화의 힘을 동시에 얻은 덕분이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이 이사는 P2P 대출시장에 대한 제도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시기 또한 서두를수록 좋다 말한다. 규제가 적용된 P2P 대출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 상용화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를 서두른 미국, 방치한 중국의 사례만 봐도 그렇습니다. 중국은 이미 수조원대의 부도를 내며 문 닫은 업자들이 수없이 많은 반면 미국은 그런 게 없었습니다. 규제 적용은 곧 금융당국이 인정하는 상품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오히려 성장에 불을 지폈거든요. 조속한 제도화가 필요한 이윱니다."
 
P2P 대출시장과 전통적인 금융기관인 은행과의 협업은 보다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 모델링 작업에 있어 은행의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작년 말 국내 P2P 업체 중 최초로 신한은행으로부터 1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고객의 신뢰는 덤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실시간 데이터 분석'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어서 고무됐다고 한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기록과 패턴 등을 활용한 심리 측정 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하는 어니스트펀드와도 맞아떨어진다. 이 이사는 P2P 대출이 미래금융산업의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으려면 실시간 데이터 분석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애결혼과 중매결혼이 있다면 P2P 금융은 중매결혼과 많이 닮았어요. 선만 보고도 결혼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낯선 두 남녀의 중매결혼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건 주체 간의 충분한 데이터, 그리고 대화(데이트)입니다. P2P 대출도 마찬가지예요. 대출자와 투자자 각각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안전한 투자환경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 이사는 꽤 오래 전부터 금융산업의 변화를 감지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나와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맥킨지 프랑크푸르트 지사를 거치며 그가 한눈을 판 분야도 미래금융업이다.
 
"IT(정보기술)가 금융에 접목되면서 은행 고유업무가 비금융사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다 보니 금융회사를 컨설팅하는 것보다 새 패러다임 등장에 동참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니스트펀드와의 인연도 알고보니 단순했다. 이 이사는 지난해 여름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에 이메일 한통을 보냈고 답변으로 받은 스카이프 음성통화에서 두사람은 3시간 가량 미래금융 영역에 대해 얘길 나눴다. 통화의 맺음에 서 대표의 입사제안이 있었고 이 이사는 그 길로 맥킨지에 사표를 던졌다.
 
"서 대표에 먼저 질문을 던진 건 접니다. 궁극의 비전이 뭐냐 물었죠. 돌아온 답변은 '금융상품의 아마존을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무슨 소리인지 재차 물으니 오늘날 우리 금융시장의 문제로 금융 유통마진의 존재를 꼬집어 말했고 그 거품을 줄이는 역할에 나서겠다더군요. '옳커니!' 싶었죠."
 
작년 10월 어니스트펀드 입사 후 받은 첫 미션부터 재밌었다고 이 이사는 말한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비전 공유하는데 쏟았어요.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까지도 내몫이었죠. 1년, 3년, 5년 계획을 세웠고 그게 끝은 아닙니다. 계속 탄력적으로 바꿔주는 것도 내 미션이니까요."
 
그 내용이 궁금했다. 핵심 계획이 무엇인지 이 이사에게 설명을 부탁했고 그는 얘기를 풀어나갔다. "우리는 대출업을 합니다. 여타 대부업과 저축은행 등과 뭐가 다른지 물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대출회사 또는 대출중개사로 보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하지만 어니스트펀드의 정체성은 데이터 기반 분석회사입니다. 지금은 비록 대출상품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종합금융투자업입니다. 모든 개개인에 맞춘 500만가지 상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미래금융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리라,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변화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어니스트펀드 투자상품은 '개별 P2P 투자상품'과 이를 최소 50개 이상 묶은 '포트폴리오'로 구분된다. 대출자는 신용도에 따라 최저 3.83%, 최대 연 17.48% 금리로 대출받는다. 신용평가사와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통한 검토가 우선되고 100개로 세분화된 신용등급에 의해 상품 수익률(연 10%(세전))이 결정되는 구조다. 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 한 번의 투자로 수십명의 대출자에 투자함으로써 개별채권투자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가 가능하다. 소수 불량채권의 부도위험을 다수의 우량채권으로 상쇄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현재 수수료는 0%다. 내년부터는 1% 정도를 부과할 방침이다.
 
"1단계 목표는 한국의 렌딩클럽(Lending club)입니다. 하지만 10년 전 만들어진 회사를 장기적인 모델로 두기엔 자존심이 상하죠. 렌딩클럽에 없는 강력한 데이터 분석능력을 보다 길러 모든 금융소비자 개인 취향을 고려하는 맞춤형 투자상품 생산에 집중할 겁니다."
 
세계 최대 P2P 대출기업인 미국의 렌딩클럽의 경우 이미 시가총액만 해도 5조원에 달하는 우량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어니스트펀드의 누적 대출금액은 60억원에 못 미친다. 약 300여건의 개인대출과 4건의 법인대출을 진행한 결과다. 이 이사는 비전 2020년을 통해 5년 안에 2조원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작년 2월 출범한 어니스트펀드는 현재 월 평균 70%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그의 '당찬 목표'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인섭 어니스트펀드 전략이사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붐을 타고 있는 국내 P2P 대출시장의 내일을 짚어줬다. 사진/어니스트펀드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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