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조, 성과제 도입 '산 넘어 산'
은행측, 21일 세번째 산별교섭 불참
금융공기업 개별협상 추진…시중은행은 '눈치'보기
2016-04-24 12:00:00 2016-04-24 12: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기자]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와 은행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사용자측이 28일 산별교섭에도 불응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은행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개별 교섭을 고수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명동에서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산별교섭에 사용자 측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30여 노조 대표들은 회의장에서 약 20분간 사측 대표들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이는 지난 7일과 14일에 이어 세번째 파행이다.
 
금융노조는 오는 28일 4차 교섭에서도 은행측이 참여하지 않으면 중노위에 중재를 신청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중노위 중재는 통상 조정 신청 후 보름이 걸린다. 이때 중재가 결렬될 경우 금융노조는 쟁의행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노사 갈등은 지난달 말 은행은 이례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포함된 교섭요구안을 노조에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금융노조는 바로 올해 산별교섭 노측 요구안을 은행에 전달했다. 이 요구안에는 ▲개인별 성과차등 임금제도 금지 ▲성과평가를 이유로 한 해고 및 징벌 금지 ▲신입직원에 대한 차별금지 등 사용자측의 요구에 전면 반대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그러자 #KDB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은 지난달 30일 산별교섭에서 탈퇴했다.
 
이들 공기업은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주의 도입을 반대하자 산별교섭을 탈퇴하고 개별교섭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이들 탈퇴 업체까지 교섭에 참여하라고 하지만 이는 사용자측의 강요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이는 모든 회원사가 다 참석해 교섭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별교섭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이 개별교섭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민간 은행 사측도 난감해하는 눈치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노조의 눈치를 안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임금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경직된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금융공기업들과 금융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민간 업체인 우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 산별교섭이 한번 더 넘아있지만 합의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공기업과 노조 간의 상황을 보면서 향후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노조는 이들 공기업 탈퇴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이 무리하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개별 협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이는 노조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차 산별중앙교섭에서 은행 대표자 좌석(왼쪽)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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