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1. 지난달 청약을 실시한 강원도 한 신규분양 단지는 견본주택 개관 일주일 만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승인 받고 제대로 된 청약상담을 실시할 수 있었다. 당초 예상보다 승인이 늦어지면서 견본주택 내방객들에게 정확한 분양가가 분양일정을 고지할 수 없었다. 이는 위탁사인 A사가 신생업체인 까닭에 분양승인 기관인 해당 지자체와의 '관계' 형성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결국 이 단지는 1.8대 1의 경쟁률로 간신히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할 수 있었다. 같은 달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7.4대 1이었다. 분양 관계자는 "내 집 마련이라는 중대사를 치르려는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라며 "견본주택에 왔는데, 분양가는커녕 일정조차 제대로 알려줄 수 없었으니"라고 하소연했다.
#2. 당초 지난 주말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청약일정을 돌입하려던 충북의 신규분양 단지는 견본주택 개관 전날 돌연 개관 일정 자체를 미뤘다. 역시 모집공고 승인 문제였다. 해당 건설사는 제작해뒀던 광고·선전물, 현수막, 팸플릿 등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이 건설사의 경우 오랜만에 분양 사업을 진행하는데다 해당 지역에서 첫 분양이다 보니 해당 지자체와의 '관계'가 두텁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 전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학연, 지연 등 인맥을 동원하지 않으면 인허가 문제가 잘 풀리지 않고, 신규공사 수주 과정도 순탄치 않는 등의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나 아파트 분양에서 사실상 '갑'의 위치인 지자체 등 분양승인 기관과의 엇박자로 '벙어리 냉가슴 앓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이슈로 미뤄졌던 분양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분양승인기관의 지원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 '인맥의 힘'이 중시되는 것은 복잡한 부동산 규제가 한 몫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을 하려면 사업계획승인 등을 거쳐 입주자모집공고를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의 주택, 녹색건축, 건축설비, 교통기획 등 30개에 가까운 관련 부서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각 위원회는 별도 근거법에 따라 운영되고 관련 기관이나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중복협의나 협의과정이 늘어나게 되면 분양일정은 지연되기 마련이다. 실제 한 부서라도 딴죽을 걸게 될 경우 길게는 수개월도 소모돼 분양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보통 분양승인이 미뤄지는 이유는 분양가 심의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교수, 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관련 전문가 10명 안팎으로 구성되도록 주택법에 정해졌다. 하지만 이들 심의위원들의 일정을 잡지 못하면 분양가심의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심의위원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일을 지자체 직원이 담당하고 있어 그들의 결정에 건설사들은 휘둘리기 마련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승인을 맡은 이 직원이 절대 '갑'의 위치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허가권자와의 친분에 따라 사업 진척 속도라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에는 학연 등을 통해 토목이나 건축 공사 발주 정보까지 섭렵하고 있지만, 중견사들의 경우 아무래도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 같다"며 "그렇다고 비리를 저지를 수도 없다보니 일선 현업부서에서는 답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분양 일정이 연기될 경우 수요자는 물론, 건설사 입장에서도 금융비용 증가 등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점에서 분양을 위한 일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수백억원이 넘는 주택용지 하루 이자만 하더라도 엄청난데다 견본주택 설치비, 분양팀 운영비, 팸플릿 인쇄비 등까지 다 합치면 분양일정이 한 주 연기되는데 수억원의 출혈이 있다"며 "게다가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분양을 해야 하는데, 일정이 지연되면 분양 서공 자체를 확신할 수 없게 된다. 돈도 돈이지만,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인허가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의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지연으로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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