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름값낮추기 잇단 대책, 효과 있을까?
정부, 수입사업자확대·유통단계별 공개등 강수
'농협폴 주유소 확대' 대안 떠올라
2009-09-28 14:46:59 2009-09-28 19:21:50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정부가 국제 유가 수준보다 훨씬 올라가 있는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연일 강경책들을 내놓고 있어, 효과가 나타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후반에서 70달러 초반 수준으로 지난해 4월 100달러를 육박할 당시보다 30% 이상 낮은 상황이지만,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지난 27일 기준 1663.63원으로 두바이유가 100달러에 육박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지역내 근거리 주유소끼리의 담합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악용한 정유사의 폭리 ▲석유산업 진입을 막는 높은 장벽 등 때문인 것으로 보고 이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태세다. 
 
구체적으로 지식경제부는 석유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석유수입사업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이어지는 각 유통단계별로 공급가격을 공개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지경부는 또 농협이 국내 정유사의 제품을 보다 싼값에 공동구매해 공급하는 농협 폴사인(NH-OIL) 주유소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공정위가 최근 일반 주유소를 대상으로 선례가 없는 대규모 담합조사에 착수하는 등 기름값과의 전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많게는 다섯가지에 이르는 정부의 ‘기름값 잡기’ 대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 유통단계별 공급가 공개, 효과 있을까?
 
지경부는 최근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격 공개 정책을 정유사에서 주유소로 들어가기까지 유통단계를 더 세분화해 공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4개 정유사가 전체 시장의 98.5%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구조상, 이 정책이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5월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격을 공개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과점구조를 해체하지 않은 채 가격 공개를 세분화해봐야 정유사들의 담합만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 수입사업자 확대하면?
  
일부에서는 정부가 대대적 지원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과점을 깨고 가격인하도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유4사에 대적할 신규사업자를 시장에 참여시키는 건 정유사업이 최소 5조원 안팎은 투자해야 하는 대규모 장치사업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무리가 따른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석유수입사업자를 늘리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최근 지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규정된 휘발유 황 함유량 기준을 현재 10ppm에서 50ppm까지 변경해 중국산 등 저가 휘발유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공정위는 석유수입사 등록에 필요한 의무 저장시설 용량을 현재 45일분 또는 7500㎘에서 대폭 완화해, 중소규모 수입사들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이성조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환경부가 지난 2007년부터 4조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경유차량에 매연저감장치를 하는 상황에서 고황유를 수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과거로 후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일단 국내 정책에 우선순위가 있고 지금은 민생살리기가 가장 최우선”이라며 정책 강행 뜻을 밝혔다.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실제 참여 사업자가 나타날 것인지도 또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석유수입사업에 뛰어든 타이거오일이 SK에너지 등 국내 정유4사가 광범위하게 장악한 유통망을 끝내 뚫지 못하고 현대오일뱅크에 흡수합병된 선례가 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석유수입사업이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최적의 조건을 갖춘 굴지의 해운업체들이 왜 뛰어들지 않겠냐"며 “이미 4개 과점으로 굳어진 주유소 유통망을 뚫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대안은 '농협폴 주유소' 확대
 
결국 마지막 대안으로 남는 것은 농협폴사인을 단 주유소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경부는 최근 농협중앙회가 농협폴사인을 달고 운영하는 15개 주유소 이외에 지역단위농협이 소유한 396개 주유소에도 농협폴사인을 달게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 15개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상대적으로 싼값에 일괄구매한 국내 정유사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단위농협이 소유한 396개 주유소는 부지만 농협 소유일뿐, 정유 4사의 폴사인을 달고 있고, 공급받는 제품도 별도 주문한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단위농협들이 중앙회가 일괄구매한 제품을 공급는 쪽으로 유도해 일단가가 낮은 일괄구매제품 공급 주유소를 411개까지 늘릴 것"이라며 “기존 정유사 폴사인도 모두 농협폴(NH-OIL)로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중 900여개 자영주유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농협 일괄구매를 통해 싼값에 제품을 공급해주면 농협폴로 바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며 “이를 현재 주유소의 10%인 1300개까지 늘리면 과점구조를 깨고 가격인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도 다른 방안보다 농협폴 확대를 가장 반기는 분위기다.
 
우혜경 소비자시민모임 팀장은 “정유사 하나를 만드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신규사업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협이라는 상징적인 단체가 나서 일괄구매를 통해 과점구조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우려도 있다.
 
농협폴을 달지 않고 농협이 싼값에 일괄구매한 제품만 공급받을 경우 더 큰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방안이 성공을 거두려면 농협 구매 제품을 공급받는 모든 주유소가 농협폴을 달게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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