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총선 앞두고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 공약 급부상
“연금 지속가능성 확보” vs “재정 안정화 우선"…재원마련 없이 쏟아지는 복지공약
2016-04-12 15:52:30 2016-04-12 15:53:14
정치권에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약속하면서 각각 기존 정부 정책 활용과 국민연금 투입이라는 다른 대책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민간 여유자금을 사회복지시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반면 야당에서 국민연금을 공공투자에 사용하자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 및 보육시설 확충에 국민연금기금을 매년 10조원씩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국민연금기금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야당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재산인 만큼 공공주택 등의 투자에 쓰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을 국민의 동의도 없이 정치권이 멋대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더민주는 공약에서 ‘국민안심채권’을 향후 10년간 매년 10조원 어치 발행해 임대주택 등 사회복지시설에 투자할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심채권은 국민연금이 매입한다. 국민의당 역시 국민연금을 활용해 청년희망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전국에 있는 마을회관을 고쳐 홀몸 노인의 공공숙소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정부가 사회복지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국민연금에 빌리면 세금을 걷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국민연금도 50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처를 확보하고 공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이 같은 공약에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전에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 등을 국채수준의 싼 이자율을 주며 공공자금으로 사용했다. 물론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안전판은 마련돼 있었지만 이자차액 미수금 2조 6000억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오는 2040년이면 2300조원까지 불어나는 상황에서 수익처의 다변화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 상황의 국민연금 운용기금본부의 취약한 독립성과 전문성으로는 이런 논의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야의 공약이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외면한 속빈 강정이라고도 지적한다. 성태균 연세대 교수는 “민간에게 최소수익률을 보전하는 방식이든,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차입하는 방식이든 결국 어떤 형식으로 국민이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가 된다”며 “커지는 복지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증세’라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부터 여야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반대론자들은 여러 낙관적 가정이 개입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기를 많이 낳는다고 해서 보험료 수입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있고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그는 “국민연금을 여기저기서 쓰기 시작해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될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탈퇴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투자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더민주는 토지비용과 이자비용을 낮춰 시중 임대비 대비 10∼20% 저렴하게 공급하면서도 국채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충분한 수익률이 나온다면 왜 민간에서 사업에 참여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반대론자들은 미래세대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것을 우려한다. 윤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를 부양하려면 현재 적립된 500조원의 배인 1000조원이 넘는 돈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치가 연금 운영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등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움직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기금을 특정 정책사업에 끌어다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연금 기금 일부를 활용해 공공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70대 유권자인 정 할아버지가 자신이 선택한 일꾼에게 기표를 한 후 투표함에 용지를 넣으며 주권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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