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지식과 인맥을 중개하는 소셜벤처 '위즈돔'
김미진 대표 "위즈돔으로 인맥 양극화 타파"
2016-04-01 06:00:00 2016-04-01 06:00:00
책이 아닌 사람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일명 '사람도서관'이 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나 지식이 있는 누구나 책이 될 수 있고,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사람도서관이다. 지식공유 플랫폼인 '위즈돔(Wisdome)'의 이야기다. 위즈돔이란 지혜란 뜻의 'wisdom'과 반구형 지붕을 가진 건물인 'dome'의 합성어로, 지혜가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사회적기업 위즈돔은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만든다’는 미션을 가지고 소규모 모임을 중개한다. 위즈돔의 자산은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 즉 ‘사람책’이다. 자신의 전공, 취미 등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사람책이 될 수 있고, 사람책으로 부터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은 해당 만남에 참여할 수 있다. 사람책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들이 모여있는 공간을 꿈꾸는 김미진 위즈돔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뉴스토마토 박석호기자] 위즈돔은 지난 29일 네 돌을 맞았다. 2012년 설립된 위즈돔을 현재 30대 초반의 두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미진 위즈돔 공동대표는 위즈돔을 '사회 전체의 지혜와 신뢰가 모이고 나누는 사회적 자본 공유 기업이자 지식 공유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지식공유 플랫폼이란 지식을 매개로하는 공유경제의 한 형태로, 유명 무료 강연 사이트 'TED'가 대표적인 예다.
 
위즈돔은 소규모 모임을 중개하는데, 모임 주최자가 금액과 장소, 시간 등을 정하면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참가를 신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모임은 '서울 걷기'와 같은 가벼운 것부터 '외국계기업 합격비결 공개' 등 그 종류와 가짓수가 매우 다양하다. 현재 위즈돔이 진행한 만남은 총 6492건으로 참여인원만 약 4만3000명에 이른다. 또 위즈돔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사람책은 전국 각 지역에 약 3000명이 있다.
 
단순 참여자에서 위즈돔의 대표로
 
김 대표도 처음에는 단순한 참여자였다. 2012년 일반 직장인이었던 김미진 대표는 직무에 도움이 될만한 모임을 찾던 중 위즈돔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재미있는 모임이 개설될 때마다 참여하며 위즈돔과 더욱 가까워졌다.
 
"2012년에 3년차 직장인이었는데 그때는 한창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위즈돔과 가까워지면서 제 개인적인 삶의 방향과 이 회사의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2014년 위즈돔에 입사하기에 이른다. 이후 사내에서 리더십을 인정 받게 됐고, 입사 1년 후 대표 자리에 올랐다. 홍보담당자로 경력을 쌓았던 김 대표는 자신의 경력으로 관련 모임도 주기적으로 주최했다. 위즈돔의 정신을 보여주는 산 증인인 셈이다.
 
위즈돔을 이끌고 있는 김미진 대표(왼쪽)와 김종석 대표. 사진/위즈돔
 
"만남을 통한 양극화 해소"
 
김미진 대표는 "위즈돔의 첫 번째 목적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인맥이라는 사회적 자산 부족을 해소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위즈돔이 탄생하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지방 학생 등 상대적으로 기회와 인맥을 얻기 힘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결핍이 정보의 양극화를 넘어 경제적 양극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은 직접 '판'을 짰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많은 이들이 뛰어든 것은 아니다. 창립 멤버들은 지인들을 일일이 만나며 설득했고 참여시켰다. 김 대표는 "초기에는 모임 전부를 기획하고 섭외해 진행했고 피드백 과정까지 모두 챙겼다"며 "현재는 모든 모임의 개설과 참여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초기에 비해 콘텐츠의 양과 질 모두 월등히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모든 것에 개입해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모여든 많은 사용자들이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위즈돔을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위즈돔은 지방까지 발을 넓혔다. "강릉에서 모임에 참여하겠다고 서울까지 왔던 학생이 있었어요. 그 지역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위즈돔을 통해 중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랫폼을 지역으로 확장한 계기가 된 것이죠." 
 
현재 위즈돔의 '사람도서관'은 대전과 대구, 부산에 이어 제주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김 대표는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주 참여층"이라며 "특히 제주는 생각보다 20, 30대 청년층이 많고 이주민과 창작자들이 많아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고 말했다.
 
플랫폼과 함께 위즈돔의 대표적인 활동은 컨퍼런스 사업이다. 플랫폼이 자발적 모임이라면 컨퍼런스는 기획된 모임이라고 볼 수 있다. 위즈돔은 정보 공유를 중심으로 한 것부터 문제의식 공감, 해결 방법 도출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의 컨퍼런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컨퍼런스쪽에서 나오는 수익이 더 크긴 하지만 플랫폼을 떠받치는 역할은 아니다"며 "두 부분 따로 또 같이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도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위즈돔은 최근 '사람-책 툴킷'이라는 도구를 개발해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책 툴킷이란 자신의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스스로 구성해볼 수 있는 간단한 도구다. 이를 통해 현대인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 관계, 흥미라는 3가지 주제로 구성돼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쉽게 털어 놓을 수 있게 한다. 김 대표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경험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해 전달하고 말하는데 소극적인 면이 있다"며 "툴킷으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계 형성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툴킷은 우울증 환자 치료나 기업문화 교육, 사내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활동들로 만들어지는 위즈돔의 수익구조는 단순하다.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이 정한 금액에서 20%를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받는다. 물론 모임이 무료라면 수수료도 없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수수료 수익 모델로는 당연히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플랫폼 서비스와 더불어 진행하는 컨퍼런스 사업, 신사업 등이 수익 모델 다변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즈돔은 플랫폼을 이용해 비영리단체(NPO)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좋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일하는 소수의 단체들에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무료로 제공한다. 김 대표는 "NPO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우리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해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큰 기업들과 진행하는 행사도 물론 좋지만 우리만큼 작은 기업, 작은 단체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교육적이고 선하다'는 위즈돔의 색깔을 만들어 냈다.
 
위즈돔의 지식공유 플랫폼을 통해 참가자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위즈돔
 
"자신의 이야기가 또 다른 가치로 인정받는 사회"
 
위즈돔은 홈페이지에서 '베타'라는 말을 3년간 떼지 않았다. 처음 베타버전의 마음가짐을 계속 유지하자는 의미와 함께 플랫폼이 만족스러울때까지 떼지 말자는 내부의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최고의 만족을 추구하면서 큰 도전을 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시행착오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오랜 논의를 거쳐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근 베타를 떼고 정식버전 1.0이란 이름을 달았다"고 말했다.
 
위즈돔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회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김미진 대표는 "성과를 몇 번의 모임, 몇 만명의 참여자로 수치화할 수 있지만 우리가 제시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아니다"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또 다른 가치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과제도 있다. "초창기에 그냥 플랫폼만 만들어두면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한국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를 어려워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계속해서 유도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가치 있는 지를 느끼게 하는 것'. 이를 위해 위즈돔은 오늘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박석호 기자 thepacific@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