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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사회적 책임 기본법, 새누리 "반대" 더민주·정의당 "찬성" 국민의당 "조건부찬성"
기업의 CSR 촉진과 활성화 등 사회적책임 법제화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지난 24일 '4당의 입장' 정책토론회 개최
2016-03-28 06:01:00 2016-03-28 06:01:00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회적 책임(CSR·SRI) 10+1 정책토론회 - 사회적 책임의 법제화, 4당에게 길을 묻다’가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주관으로 진행됐다. 토론회는 4ㆍ13 총선을 맞아 사회적 책임의 법제화에 관해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4당 입장을 정리하고 앞으로 사회적 책임이 공론화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질의는 ▲국가적 차원에서 CSR를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정책 ▲기업의 CSR 촉진과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정책 ▲공적연기금의 SRI 촉진과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정책의 3가지 줄기로 구성됐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장영철 교수(경희대학교 경영대학)는 기조강연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자발성을 띠고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기업의 수동적인 참여를 지적했다.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자원봉사 수준에 그치고 그조차 자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자발성이 결여된 현재의 상황이 미래 사회책임이 자리매김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외부적인 압력에 입각하여 사회적 자선활동을 해오던 기업에게 갑자기 공유가치 창출을 요구하면 논리적인 간극이 발생한다”며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윤리적인 가치를 기업의 경영에 삽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CEO들의 가치관 전환, 기업의 목표 변경 등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준법단계를 넘어 생산적인 공유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 덧붙였다.

국가차원에서 CSR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정책질의에 대한 4당의 답변 정리 및 발제를 맡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정책토론회를 통해 사회책임 입법화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국장 역시 기업의 자발성을 강조했다. “기업차원의 CSR이 아닌 국가차원의 CSR 전략 수립을 추구하는 이유는 기업의 구체적 자발적 행위가 국가의 인프라와 법규가 있어야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사회적 책임의 법제화 중요성을 환기했다. 이와 같은 국가 차원의 CSR 전략수립에 관해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기존 정책의 유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외의 3당은 빠른 시간 안에 관련 기관을 설치해 국가차원에서 CSR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응답했다.

ESG 정보공시 의무화
ESG는 기업의 성과를 재무적 성과 외의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기여(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분야를 통해 판단하는 것을 가리킨다. 재무적인 요소에서 드러나지 않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계량화해 기업의 경영 가능성 상태를 평가하는 지표로써 활용된다. 유럽에서 시작되어 상당수 국가들 역시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며,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여겨진다.
야당은 구체적인 추진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모두 정보공시 의무화에 확대하는 것에 찬성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ESG 정보공시 의무화가 성장단계의 기업에게 비용 등의 문제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반대했다.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의무화에 대한 입장>과 <정부의 모든 공적연기금에서의 ESG 공시 의무화>의 다른 질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업의 비용 증대와 평가기준의 신뢰성을 근거로 반대했다.

국민연금 내 독립적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설치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의 규모는 500조원 이상이다.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독립성이라는 5대 원칙에 근거해 운용되며, 투자대상과의 ESG 요소를 고려해 공시하는 것을 관련 법령에 명시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공정성 측면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독립적인 <윤리위원회>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사회책임투자위원회>라는 자문기구를 구성해 이해관계자들의 비윤리성 혹은 법 위반을 지적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공공성과 책임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민주당과 정의당은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하여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찬성의 의견을 보내왔고, 국민의당은 국민연금 내부지침 마련을 통해 반영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공적연금의 수익성 및 안정성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논의대상이 아니라는 반대의 의견을 보내왔다.

여당과 야당의 극명한 의견 차이
사회책임전반에 관한 질문 10가지 모두에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고, 더민주당과 정의당은 모두 찬성, 국민의당은 대부분 찬성하되 일부 조건부 찬성의사를 보여주었다. 새누리당은 주로 사회적 합의 부재와 기업의 부담 가중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5개 항목에 조건부 찬성을 밝혔는데 사회적 합의를 ‘조건부’의 이유로 내세운 사례가 많았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질문 7가지엔 새누리당은 모두 반대, 정의당은 모두 찬성,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각각 <자기주식의 회사에 의한 임의적 처분 제한>과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시 자기주식 처리 제한>에서 입장 유보와 반대의 의사를 보였고 이외의 질문에는 모두 찬성했다. 국민의당은 반대근거로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사회적 책임 법제화의 방향성 논의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안치용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선 앞서 각 정당의 입장에 관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분석 의견을 냈다. 의견은 크게 ▲사회적 책임 법제화의 필요성 ▲새누리당의 반대 근거의 타당성 검토 ▲현실의 문제점 검토로 구성됐다.

경제개혁연대의 위평량 실행위원은 “기본 질문 10개의 핵심요소는 재벌 총수일가의 부의 상속과 세습”이라며 “새누리당이 글로벌트랜드와 반대로 일관성 있게 (사회적 책임 법제화 문제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벌 기업에 대한 당의 태도가 사회적 책임 법제화의 문제에 반영되었다고 본 것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연구원은 새누리당이 SRI 반대의 논거로 제시한 수익성 문제가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익성 문제는 기간을 어떻게 놓고 보느냐에 따라서 달리 보일 수 있다”며 “재무정보만 고려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변수들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주주가 되어야 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기금의 규모가 거대하니 어떤 정도로, 어떤 항목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SG 공시와 관련하여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의 이은경 팀장은 “ESG와 관련된 자료가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G20 국가 중 19개국이 ESG 일부 공시를 의무로 하고 있을 만큼 세계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트랜드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도 이미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대응체계를 갖추어야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김영호 대표는 인사말에서 “정당이 적극적인 태도로 사회적 책임 정책 논의에 임하지 않아 유감”이며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사회적 책임 법제화에 관한 정당 정책)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4ㆍ13총선 기획, 사회적 책임 10+1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송준일 ISO26000전문가포럼 공동대표, 기업책임시민센터 김용구 사무국장,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안치용 집행위원장, 경제개혁연대 위평량 실행위원, UN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은경 팀장,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연구원. 사진/김재희 KSRN기자
  
송은하 KSRN기자(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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