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은 참 이상하다. 여야 할 것 없이 마찬가지다.
제1야당은 외부 인물 한 사람에게 말 그대로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중앙위원회가 주어진 권한을 한 번 행사하나 했더니 바로 그 다음 날 일제히 반성 모드로 전환했다.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올해 나이가 육십이 된 제1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저희들이 일천한 경험들, 아직 그 여물지 못한 그런 삶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자아비판 했다. 뭘 그리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당 역시 권력을 위임받은 공천관리위원장이 당대표에게도 "바보 같다"는 면박을 주고, 온갖 무리수를 두며 칼을 휘둘렀다. 결국 그 가능성만 언급되던 '옥새 투쟁'이 벌어졌고 우세지역 3자리 무공천이라는 초유의 봉합안으로 귀결됐다.
'진박 어벤저스'라 불리던 대구 예비후보 여섯명 가운데 경선 탈락자 두명, 출마 봉쇄자가 한명 나왔다. 다 경선을 시켰으면 단 한명도 출마조차 못 할 판이었다.
기존 정당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제일 파릇파릇한 '국민의당' 같은 경우에도 신생정당의 물리적 한계로 봐주기 어려운 일들이 줄곧 발생했다. 공천탈락자는 어느 당에나 있건만 일단 쳐들어가서 멱살부터 잡고 보는 것이 국민의당의 트렌드가 됐다. 당내에서 권위가 정립되지 못하다 보니 당 밖에서도 우습게 볼 수밖에.
'예선'의 대미도 기이하게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 4선을 지냈다가 탈당한 신기남 의원이 입당해 원내 정당이 된 이른바 '마포 민주당'이 기호 5번을 받는가 했다. 하지만 역시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탈락한 이윤석 의원이 입당한 기독자유당도 똑같이 원내 1석을 지닌 정당으로 등장했다. 결국 두 당이 제비뽑기를 했고 기독자유당이 기호 5번, 민주당이 6번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씨앗'이 벌써 4개 정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예컨대 여야 대변인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평소 총선 때 이 시점이면 대변인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 날선 공방을 벌이며 상대를 맹비난해 "정쟁은 줄이고 정책경쟁을 벌이라"는 충고를 듣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안 갈등이 워낙에 치열한 탓에 대변인들이 상대를 향해 할 말조차 없어 보인다. 싸움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총구는 내부를 향했다. 야당 대표는 '그만 둘지도 모른다, 아니다'라며 하루를 버티더니 복귀해서는 "당이 구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체성을 바꾸고야 말겠다"며 셀프디스를 펼쳤다.
여당 대표는 "당을 억울하게 떠난 동지들이 남긴 '이건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공천, 사천, 밀실 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씀이 제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며 공관위와 청와대에 대한 투쟁을 전개했고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싸워야 할 때가 왔다. 여당은 야당을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우리가 국정을 책임지는 세력이다. 그간 이런저런 일들을 했으니 다시 한번 믿고 맡겨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야당은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수권의 능력을 갖춘 정당이다. 그러니 저 무능한 여당 대신 우리를 밀어달라"고 맞서야 한다. 제3당은 "양당 구조의 한계는 이미 뼈저리게 드러났다. 우리는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정책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양당을 싸잡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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