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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변경 회계기준 적용…건설업계 대거 손실 발생?
한기평 "원가율 즉각 반영시 일부 업체 대규모 손실 우려"
성급한 제도 도입…투자자 물론 건설사도 혼란 가중
2016-03-27 11:00:00 2016-03-27 11:00:00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금융당국이 올 1분기부터 조선·건설업종 기업에 대해 공사 계약별 미청구공사금액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회계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과 관련해 건설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당국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저가수주 경쟁을 벌인 뒤 대규모 적자를 빚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건설사들은 가뜩이나 침체가 우려되는 업황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강화된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준공시점에 원가율이 급격하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일부 건설사에게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에 대해 "준공시점의 원가율 상승이 개별 건설업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전보다 회계처리가 보수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준공시점에 원가율이 높아지는 관행이 사라지면 전체 건설업계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손실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준공시점의 원가율 변동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초기에 예정원가가 충분히 설정되지 않고 추가 손익 변동에 대한 반영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과기성이 발생하게 되고, 준공 임박 시점에 과기성이 반영되면 원가율이 급격하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한기평은 주요 16개 건설사의 원가율을 분석한 결과 준공시점에 원가율이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작년 3분기 기준 진행공사의 추정 과기성 규모는 약 9500억원으로, 이를 일시에 손실로 반영할 경우 2014년 매출액 기준으로 2.3%의 원가율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됐다.
 
즉, 이들 업체가 사업 초기에 예정원가를 너무 낮게 잡았거나 손익이 변동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고 준공시점이 임박할 때까지 미뤘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진한 지난해 잠정 실적과 건설사별로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손실 폭은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원가율 상승폭과 미청구공사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3개 업체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바뀌는 회계기준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회계기준 변동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시행되면 부담이 큰데다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성급한 제도 도입이 자칫 투자자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손실 가능성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해 도입되는 제도지만, 건설업은 예정원가 추산이 어려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가나 환율뿐만 아니라 현지 인력 수급, 정쟁, 바이러스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해외건설 공사는 원가산출이 더 힘들어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건설업계는 주장한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인 만큼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오해를 일으켜 외부 평가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새로 공개되는 일부 자료가 확대 해석되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업체들의 회계부담도 문제로 지적된다. 작년 10월 제고방안이 제시된 이후 올해 1분기부터 바로 시행하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재무담당 부서에서 추가로 파악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버거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건설사들은 오죽하겠나"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회계기준 강화 조치로 건설사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업체의 경우 이번 조치로 대규모 손실 발생이 우려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충북 충주시 한 콘크리트 타설 현장. 사진/뉴시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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