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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취업맞춤 '전문학교', 취업난에 인기 급상승
전문대로 돌아가는 유턴족 급증…해외 취업 시장서 두각
2016-03-23 12:00:00 2016-03-23 12:00:00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정부나 대학에서 발표하는 수치보다 체감 취업률은 더 낮다고 한다. 꿈을 키우고 도전에 나서야할 청년들이 취업이라는 문턱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고, 대학에서는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와 수업을 병행하는 실정이다. 이는 비단 우라니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래도 시야를 넓혀 보면 신선한 발상, 과감한 도전, 굳은 의지로 취업과 창업에 성공한 청년들이 적지 않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청년실업문제 해결이 우리사회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첫걸음이라는 취지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와 그들의 ‘취업속사정’을 살펴본다.(편집자주)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문대로 돌아가는 일명 ‘유턴 입학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빚어낸 현상으로 대학 졸업 후 전문대로 유턴한 학생은 올해만 해도 1300명이 넘는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조사한 전문대 유턴 입학생 현황에 따르면 2012년 1102명이었던 그 수는 2013년 1253명, 2014년 1283명, 2015년 1379명으로 3년 새에 25%나 증가했다.
 
이들 유턴 입학생이 선택한 전공은 비교적 취업률이 높다고 알려진 ‘간호학과’가 대다수였다. 이같이 유턴 입학생이 늘어나는 데에는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를 졸업하는 것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아교육과나 물리치료과처럼 의료·복지 분야 학과도 인기가 높다. 그 밖에는 취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알려진 사회복지과 생명환경화공과 안경광학과 치위생과 협동조합경영과도 상위 4~5위를 매번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3%포인트 차이를 보였던 전문대와 일반대의 취업률 격차는 매년 점점 벌어져 지난 2014년 6.5%포인트, 지난해 8.4%포인트 차이까지 이르고 있는 상태다. 서울 노량진의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명문대 재수생들의 경우에는 교대같이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 바꾸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실상 이들에게는 취업이 안되는 학과라면 서울대라도 의미가 없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4년제 대학생 전문대로 '유턴입학' 증가
 
이런 이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 초조해 하는 것은 비단 고3 수험생뿐만이 아니다. 고학력에 남부러울 것 없는 명문대를 입학했던 학생들도 결국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해 다시 수능참고서를 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재수학원들 내에서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재수생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실제로 한 재수학원에서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한 학생이 다시 수능공부를 하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학원에서도 서울대를 졸업하고 온 학생들이 비교적 취업이 안정적인 교대를 목표로 다시 재수반열에 뛰어들었다. 취업이 수월한 학과로 다시 입학하고자 하는 것으로, 사실상 청년 취업난이 빚어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전문대로 재입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적 비용 낭비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대로 유턴하는 경우는 경제적 부담을 그만큼 가중시킨다. 지난 4년간 4년제 대학 졸업생 5000명이 전문대로 입학하면서, 추가로 들어간 학비와 생활비 등은 총 16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이는 4년이라는 시간과 수천만 원의 등록금을 낭비하는 셈으로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대한 고민 없이 수능 성적에 맞춰 "4년제 대학만 가고 보자"식으로 진학해 생긴 결과로 추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유기홍 국회의원이 최근 3년간 전문대에 유턴 입학한 학생 5017명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전문대를 졸업할 때까지 사용한 교육비는 35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7000여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든 셈이다.
 
유 의원은 “취업난 속에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전문대 유턴이 매년 증가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적성에 맞게 일반대·전문대로 진학하거나 취업하는 등 다양한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진로·진학 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학이 곧 취업인 '폴리텍 대학'…10명 중 5명은 인문계열 전공자
 
한국폴리텍대학에 지원한 고학력자 10명 중 5명은 인문계열 전공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텍대학은 지난 3월 기준 전문대나 4년제 대학을 중퇴 및 졸업한 고학력자 5669명 중 2713명(48%)이 인문계열 전공자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분야별로 2년 학위과정이 1159명(48%), 1년 기능사 과정 1254명(46%), 6개월 미만 과정 300명(58%) 등이다. 또 인문계 고교 출신 입학생 비중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2년 학위과정 전체 입학생 9323명 중 절반 이상인 5322명(57%)이 인문계 고교 출신이다. 지난 2012년 50%를 넘기 시작해 해마다 늘고 있다.
 
인문계고 3학년 재학생이 고교 수업 대신 폴리텍대학에서 1년 직업훈련을 받는 과정(위탁훈련)의 학생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288명(4.6%)에서 올해 1042명(16.5%)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는 이미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중퇴자들이 폴리텍대학에 입학하는 ‘U-턴’ 학생이 전체정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진주캠퍼스에는 올해 신입생 360명 중 51.1%에 해당하는 184명이 4년제 대학졸업자 및 중퇴자(125명) 또는 전문대 졸업 및 중퇴자(59명)로 나타났다. 특히 인문계 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위탁생 교육과정 학생들 62명을 제외한다면 유턴 학생들이 61.7%에 달하고 있다고 폴리텍대학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같이 폴리텍으로의 유턴 현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폴리텍대학에서 현장 중심의 맞춤식 실무 기술교육을 배우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대학교가 청년 해외 취업을 선도하고 있다.
 
한편 전문대학들은 해외취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원광보건대학교는 2015년 42명의 해외 취업자를 배출, 전국 전문대학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전문대학 해외 취업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전문대학 해외 취업자 비중은 47.1%다.
 
전체 졸업자 중 전문대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37.8%로, 해외 취업율에서 일반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생의 해외 취업 직종은 호텔 조리, 관광, 미용, 항공 등 서비스 분야와 IT 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전문대의 체계적 해외 진출 맞춤형 교육뿐만 아니라 성실하고 책임감이 높은 한국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국가는 싱가폴, 일본,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국가와 호주 및 뉴질랜드가 80% 이상 차지했다. 최근 독일, 캐나다, 미국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앞두고 봄 학위수여식이 진행된 서울 한 대학교에서 학사모를 쓴 졸업생이 취업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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