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기시감과 4월 총선 이후 한국 정치
양대웅 전 더플랜 대표
2016-03-22 16:13:26 2016-03-22 16:13:40
한국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기시감(de javu)’이다. 기시감이란 우리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전에 본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현상이다. 국민들이 최근 여야가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논란을 보면서 기시감을 느끼고 실망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특징들이 정치불신을 불러와 지금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변화에 대한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Made in 한국정치’는 왜 매번 국민들에게 ‘미래와 희망’이라는 비전보다는 ‘과거와 실망’이라는 불신을 가져올까? 국민이 성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매번 국민은 실패하고, 국민만 불행해지는 사회가 되었을까?
 
우리나라는 과거 군부독재를 지나 이제는 여야가 번갈아 가면서 투표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고, 명실상부하게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산업의 성장 또한 놀라운 기적과 같다. 2014년 현재 GDP 규모로 세계 14위,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 수출 7위, 수입 9위의 교역국이 되었다. 그야말로 정치와 경제성장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경제와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놀라운 나라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거시경제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미시적으로 우리 기업의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1970년대 8%, 1980~90년대 7%대였다가 2000년대 들어 6%,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5%로 떨어지다가 지금은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하락하고 있다.
 
경제와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적의 나라’에서 이제는 경제와 민주주의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기로의 나라’에 서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터닝포인트의 지점에 정치가 서있지만 국가를 혁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깊다.
 
한국경제와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개념설계(conceptual design)' 역량의 부재라고 한다. 즉 산업계가 풀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창조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제시한 개념설계를 기초로 빠르게 모방하고, 벤치마킹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산업모델을 만드는 역량은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는 다양한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오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Made in 한국정치'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 정치이론과 사례를 수입해 와서 모방하고 벤치마킹하기 바빴지만, 그 수십 년간의 성공과 실패가 한국정치의 새로운 모델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정치의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것은 곧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정당 안에 축적해서 새로운 창의적 방식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는 정치문화에 있다.
 
매번 한국정치는 자신들의 실패의 축적의 경험을 부인한다. 외부의 명망가와 정치적 문외한들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부정하고, 축적된 자산을 파기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창조적 개념설계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외국에서 최신에 논의되는 외국 사례의 벤치마킹이거나 변형된 개념이 등장한다.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전히 공천문제로 여야 모두가 시끄럽지만, 국민에게는 기시감일 뿐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메이드 인 한국정치가 새로운 개념설계 역량을 찾기를 바란다. 늘 봐온 익숙한 것이지만,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기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미시감(vuja de)'으로 한국정치가 진화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