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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미래)①공유경제가 만드는 '모빌리티 생태계'
무섭게 성장하는 차량공유…완성차 업계에는 위협일까 기회일까
2016-03-21 13:49:01 2016-03-21 15:27:31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모델T'를 대량생산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개막했다. 이후 자동차는 이동거리 확장의 수단이자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 혹은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100년 넘게 이어져온 이 같은 자동차의 성격이 최근 근본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T기술과 대체 에너지 발전 등에 힘입어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자동차, 운전자가 사라지는 자율주행차, 휘발유 대신 전기로 달리는 친환경자동차 등이 자동차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여는 분위기다. 과연 미래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또 우리 생활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4차례로 나눠 살펴본다.(편집자)
 
카셰어링과 카헤일링 등 차량공유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기존 자동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시내의 우버 광고. 사진/로이터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올 1월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이용자가 10억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 인구가 70억명이니 7명 중 1명이 우버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자동차를 보는 관점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소유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공유하고 이용하는 대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차량공유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 산업이 일종의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서비스'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했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소비자의 이동과 관련된 수단이나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스마트폰 등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온디맨드(on-demand·주문형) 차량 공유가 주축이 될 전망이다. 이제는 시간과 장소, 용도에 맞춰 옷을 골라 입듯이 필요에 따라 원하는 자동차를 골라 빌려 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탈자동차 현상'은 이미 진행 중
 
이미 주요 대도시에서는 탈자동차 현상이 시작됐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글로벌 메가시티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 보고서를 보면 뉴욕과 런던, 파리,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자동차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경우 전체 인구 기준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지난 2002년 540대에서 2012년 562대로 증가했지만 런던만 놓고 보면 335대에서 321대로 감소했다. 높은 유지비, 주차난, 정부의 자동차 증가 억제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동차를 사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인구도 줄고 있다. 런던교통청에 따르면 지난 1991년 60%가 넘었던 20~24세의 운전면허 취득률은 2011년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IHS
 
대신 자동차를 공유하는 인구는 증가했다. 미국의 차량공유 전문업체 집카(Zipcar) 이용자는 지난 6년 동안 두 배 증가했고 우버의 이용자는 10억명을 돌파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특히 활성화된 북미와 독일 등에서는 지난 5년간 서비스 이용자수가 매년 30%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최근 보고서인 '카셰어링의 미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580만명의 인구가 8만6000여대의 차량을 함께 쓰고 있다. 연간 공유시간은 25억분, 매출액은 7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차량공유 시장, 5년뒤 53억달러로 성장
 
차량 공유는 크게 '카셰어링(car-sharing)'과 '카헤일링(car-hailing)'으로 나눌 수 있다. 카셰어링은 차가 필요할 때 빌리고 이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일종의 시간단위 렌터카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을 기반 1시간 이하의 짧은 단위의 대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렌터카 서비스와 차별성이 있다. 카셰어링은 대여 및 반납 방식에 따라 투웨이, 원웨이, 프리플롯팅으로 나뉘기도 한다. 투웨이는 대여한 곳으로 다시 돌아와 반납하는 형식이고, 원웨이는 지정된 주차장 어디든 반납이 가능한 형태다. 프리플롯팅 방식이라면 특정 지역 안에서 차량을 자유롭게 픽업하고 반납할 수 있다. 미국의 집카가 대표적인 카셰어링 업체다. 한국에는 쏘카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카헤일링은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말한다. 라이드헤일링(ride-hailing) 혹은 라이드셰어링(ride-sharing)이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일반차량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와 택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택시 등이 있다. 지난 2009년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현재 기업가치가 6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포드나 제너럴모터스(GM), BMW보다도 기업가치가 더 크다. 
 
BCG는 오는 2021년이면 차량 공유 시장의 매출액이 53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 공유는 인구가 밀집된 일정 구역 내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많은 만큼 탈자동차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유럽의 차량공유 시장이 가장 큰 23억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이 17억달러, 북미시장이 12억달러로 예상됐다. 
 
차량공유 느는 만큼 신차수요는 감소
 
차량 공유가 활성화되면 그만큼 자동차를 구매하는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딜로이트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스마트 모빌리티'를 통해 공유경제 때문에 이미 자동차 수요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차량공유 서비스의 등장으로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내에서 약 50만대의 신차 및 중고차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BCG는 차량 공유가 앞으로 약 1% 정도의 신규 자동차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오는 2021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7840만대로 예상됐는데, 공유경제 때문에 민간부문에서 79만2000대가 덜 팔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유 목적의 차량 수요가 새로 생기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요 감소폭은 55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약 80억달러의 손해가 예상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도 올 초 공개한 자동차시장 전망에서 "자동차 판매량은 계속 증가하겠지만 차량 공유의 영향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3.6%였던 판매량 증가폭은 2030년까지 2%대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30년에는 신규 판매 차량 10대 중 1대가, 2050년에는 10대 중 3대가 차량공유에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포드·BMW 등 완성차 업체도 뛰어들어
 
현재 차량공유 시장의 강자는 우버나 집카 같은 스타트업이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다. 포드는 올 초 마크 필즈 최고경영자(CEO)와 빌 포드 회장이 잇따라 모빌리티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더 큰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 차량공유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 모빌리티 시장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포드패스'를 자체 카셰어링 서비스인 '고드라이브(GoDrive)'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 업체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 시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온·오프라인 상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자체적인 결제시스템인 '포드페이'도 도입키로 했다. 
 
독일의 BMW도 '드라이브나우(DriveNow)'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드라이브나우를 통해서는 BMW의 소형차인 '미니'와 전기차 'i3'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독일 슈피겔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BMW는 드라이브나우를 카헤일링 분야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와 크라이슬러 등을 보유하고 있는 다임러는 지난 2008년부터 '카투고(Car2Go)'라는 이름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12개 도시를 대상으로 하며 회원은 100만명에 육박한다.
 
지분투자를 통해 카셰어링 서비스에 진출하는 곳도 있다. GM은 올 초 미국의 카셰어링 업체인 리프트(Lyft)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양사는 카셰어링 이외에도 자율주행 무인 콜택시 네트워크도 함께 구축할 예정이다. 아우디도 지난 1월 렌터카 관련 스타트업인 '실버카'에 28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상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빌리티서비스는 미래 이동생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향후 완성차업계는 모빌리티서비스와 관련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선제적으로 기술 및 서비스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더욱 확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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