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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의 테마여행)놀멍 쉴멍 섬 제주로 봄 올레 올레
2016-03-21 09:02:50 2016-03-21 09:03:09
섬 제주의 골목 집집의 살림살이를 기웃거리고, 파도와의 인연을 따라 해안선을 빙 돌아 서더니 어느 새 그 앞 바다의 작은 섬에 사는 이들의 오래된 사연까지 따라 돈다. 수년전까지 제주로 떠나는 봄여행은 행락이거나 관광 일색이었다. 비슷한 등산복 차림의 행락객들이 대형버스를 타고 매번 똑같은 코스로 제주를 휙 돌아보고, 파인애플이나 밀감 한 박스쯤을 손에 쥐고 육지로 돌아왔다. 노니는 행락 일색의 관광문화를 걷기의 문화로 바꾸어 놓은 것이 바로 제주 올레다. 올레길이 열리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그 섬의 집집에도 사람이 살고, 돌담 이 빙 둘러선 골목마다 작은 텃밭들인 낮은 집들이 자리하고, 바람 잦은 앞바다에 늙은 해녀가 물질을 하며 휘이휘이 쉬이쉬이 휘파람을 부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휘이휘이 쉬이 쉬이 제주에 봄 온다.
 
유채꽃이 흐드러진 제주 올레길 풍경. 사진/이강
 
제주 올레는 사람의 길이며 삶과 가까운 길이다. '올레'라는 제주 방언을 입에 가만히 올리면 마치 사람의 인연이 다가서는 듯하여 기쁘고, 자연스레 손짓하여 말을 거는 것만 같아서 편안하여 진다. 몇몇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 제주 올레는 사람과 삶, 사람과 자연, 큰 섬과 작은 섬 사이를 이어주는 길토래비가 되었다. 쉬이쉬이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올레길 10코스, 10-1코스 구간을 걷고 모슬포항에서 섬 가파도로 바다를 넘는다. 봅빛 청보리가 일렁이는 키 작은 섬 가파도를 지나 한반도 최남단 섬 마라도까지 둘러보는 걷기 여행이다.
  
서귀포 송악산 아래 유채가 만발하는 봄
 
섬 제주를 마음먹고 걷기 시작한 때가 2007년이다. 제주올레라는 이름으로 첫 걸음을 내딛고 제1코스가 길을 연 것이 시작이다. 올레란 제주 방언으로 좁다란 골목길을 말한다. 통상 큰 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말하는데, 일종의 마실길이다. 올레길은 지난 해까지 총 21개의 코스가 만들어졌다. 끊기거나 잊혀진 길은 다시 잇고 생채기가 심한 길은 돌 하나하나를 나르는 손품으로 원형에 가깝게 단장하였다. 총 연장 약 422km 올레길의 각 코스는 대략 15km로 나뉜다, 놀멍 쉴멍 하며 걷는 성인의 걸음으로 평균 소요시간은 5~6시간 정도로 해안선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으로 이어져 있다. 또 물길 건너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도는 코스도 개발되었다. 올레길 10코스와 10-1코스라 불리는 가파도 올레가 대표적이다.
 
제주 올레길. 사진/이강
 
제주와 서귀포의 경계를 따라 이어진 올레길 10코스는 이른 봄부터 올레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코스다. 화순 금모래 해변을 출발점으로 산방연대, 사계포구, 사계 화석발견지, 송악산, 섯알 오름 추모비, 알뜨르 비행장, 하모해수욕장을 거쳐 모슬포항에 이르는 15km의 코스로 봄올레꾼들이 손꼽는 길 중 하나이다. 해안선을 따라 유채가 피어난 길을 걷는 올레꾼들의 모습에는 이미 생기가 넘친다. 올레를 걷는 이들을 올레꾼이라고들 하는데, 한번 올레에 재미를 붙인 이들은 해마다 제주의 산과 오름, 바다와 골목을 걷고 또 걷는다. 올레꾼들의 특징 중 하나는 홀로 걷거나, 둘 셋의 무리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리 지어 떠나던 예전의 관광문화와 다른 개별성의 문화이다. 이 개별 여행자들은 집집이 골목을 기웃거리며 제주의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삶과 자연이 길로 어우러지고 소통되어 살아난다. 개별여행자들은 길을 걸으며 자연 안에 하나의 개별적 객체로써 자연과 호흡하고 숨을 나눈다. 올레 10코스의 절정은 제주 최남단 땅 끝에 솟아 오른 송악산이다. 송악산 아래 선착장에서 마라도를 둘러볼 수 있는 유람선이 오가는데, 사람들은 유람선에 곧바로 승선하지 않고 송악산에 오른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웅대한 오름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등산로를 따라 걸으니 멀리 송악산 남쪽의 해안절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오르면 조망감이 좋아 동쪽으로 산방산과 한라산, 서쪽으로는 모슬포항과 알뜨르 비행장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저 편에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청보리가 일렁이는 가파도 너머 마라도까지
 
송악산에서 내려온 올레꾼들과 관광객들이 모슬포항에서 가파도행 배를 기다린다. 모슬포항에서 36톤급 작은 여객선이 성수기를 제외하고 하루 세 번 가파도를 오간다. 모슬포항에서 가파도 상동선착장까지는 뱃길로 5.5㎞ 거리. 대략 20분쯤이 소요된다. 예전의 가파도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 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섬이었으나, 올레길이 생긴 이후 사시사철 수많은 여행객이 가파도를 찾는다. 섬 가파도는 키가 작은 섬이다. 우리나라의 유인도 중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섬으로 20m에 불과하다. 때문에 가파도를 멀리서 바라보면 얇은 종잇장처럼 떠있다. 모슬포항을 출발한 여객선이 가파도 상동포구에 닻을 내리자 올레꾼들이 무리를 지어 올레길을 따른다. 포구에서 출발하여 냇골챙이, 가파초등학교, 게엄주리코지, 큰 옹짓물을 지나 가파포구에 이르는 대략 5km 남짓의 코스로, 여유롭게 2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가파도의 매력은 봄부터 연록을 물들이는 청보리밭이다. 총 60만㎡(약 18만 평)의 보리밭이 섬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다. 그중 가장 경관이 좋은 곳은 개엄주리코지 뒤편. 하늘 높이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풍차가 돌아가고, 가파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작은 골목골목까지 올레길들이 이어진다. 마을의 집들은 모두 하동 쪽에 모여 있다. 언덕이나 산이 없기 때문에 늘 엎드려 사는 품이다. 집들은 해안선을 따라 마장담이 이어져 있는데, 자잘한 맷돌로 겹담을 쌓은 후 상부에 외담을 얹은 돌담이다. 서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어깨를 나누어 모진 바다바람을 이겨내는 삶의 지혜이다. 섬 남쪽 끝에 이르자 멀리 마라도가 바다 한가운데 바라다 보인다. 마라도는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 가파도에서 5.5㎞ 거리에 있다. 대략 송악산, 가파도, 마라도를 꼭지점으로 한 해안선과 앞바다를 아울러 마라해양(馬羅海洋)이라 일컫는데, 국토 최남단의 청정바다인 마라해양은 깨끗하고 맑은 자연환경을 대표한다. 때문에 가파도 올레길 코스를 잡으며 해마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라도. 사진/이강
 
마라도 살레덕 선착장에 내린 올레꾼들은 섬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길을 따라 넓게 펼쳐진 섬의 경관을 만끽하며 섬을 한 바퀴 돈다. 해안선 길이는 총 4.2㎞, 대략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마라도는 섬 전체가 남북으로 긴 타원형으로 해안은 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백년초 등 난대성 해양 동식물이 풍부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선착장에서 오른편으로 섬을 꼭 반 바퀴를 돌면 국토 최남단을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바로 뒤쪽에 자리한 마라도 등대는 1915년에 설치된 등대로 그림 같은 풍광을 뽐낸다. 배를 타고 마라도로 들어가는 시간은 40분 정도 소요되며, 보통 다음 배가 오기까지 한 시간 반 정도 체류하며 마라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제주에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진작가 김영갑은 사진을 찍다 마음이 답답하면 이곳 마라도에서 며칠씩 묵으며 바람으로 묵을 때를 씻었다고 했다. 해풍에 묵은 때가 따스한 볕이 마음을 감싸안는다. 멀리 태평양의 너른 바다를 바라보니, 맑은 봄바람에 마음이 씻겨지는 느낌이다.
 
여행작가 이강의 풍경읽기- 봄을 맞는 제주 서귀포, 봄꽃 잔치 풍성
 
제주도는 봄의 기운으로 섬 전체가 출렁거리고 있다.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23일 즈음이면 벚꽂도 만개한다.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제주도로 봄꽃 여행을 떠나보자. 제주도에서도 봄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은 서귀포시 성산일출봉과 산방산이다. 이미 개나리를 시작으로 성산일출봉과 산방산은 유채꽃 천지다. 노란 유채꽃 향이 가득한 꽃밭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성큼 다가온 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한편, 서귀포시에서는 18일부터 이중섭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서귀포봄맞이축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봄맞이 축제를 개최한다,. 복숭아꽃이 흐드러지는 서귀포시 이중섭 공원 일대에서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제주 토속의 전통음식을 맛보며 제주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복사꽃이 돗국물(돼지고기 국물)에 빠진 날'을 테마로 한 이번 축제는 18~19일 이틀간 개최된다. 첫날인 18일에는 고려 및 조선시대 때 국가제사를 지내다가 조선 중종 무렵 사라진 '남극노인성제' 재현 봉행행사가 열린다.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노인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서귀포지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로 알려져 있다.
 
제주의 봄. 사진/이강
 
19일과 20일에는 제18회 서귀포유채꽃국제걷기대회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북측 광장에서 열린다. 걷기대회의 프로그램은 크게 3개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길 위의 프로그램', '콜라보 프로그램'과 '국제행사 프로그램'이다. 먼저 '길 위의 프로그램'은 엉덩물계곡을 지나는 5㎞ 코스, 별내린 공원과 천제연을 지나는 10㎞ 코스, 여미지 식물원과 중문 향토오일시장을 지나는 20㎞ 코스를 걷는 것과 함께 흥겹고 아기자기한 이벤트들이 펼쳐진다. 18회를 기념하여 18m에 이르는 초대형 유채꽃 샐러드빵 나눔행사를 롯데호텔 제주에서 함께 하고, 유채꽃종이접기, 길에서 보내는 엽서, 길에서 만나는 음악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유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포토존도 운영되는데, 첫날은 엉덩물계곡에서, 둘째날은 대포주상절리(동쪽공원)에 마련되어 참가자들은 멋진 풍경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콜라보 프로그램도 연관 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걷기와 전기차가 함께 지향하는 '환경보호'의 의미를 살려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와 제휴를 맺어 전기차 시승식 등의 콜라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또한 서귀포의 대표적 야간행사인 '중문골프장 달빛걷기'와도 제휴하여 첫째날 저녁에는 낮동안 유채꽃길을 걸으며 남은 여운을 달빛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달빛걷기 행사에 참가하면 골프장 잔디를 맨발로 밟으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홀에서 음악공연 감상과 풍등 날리기 등을 체험하게 된다. '세계인과 함께 걷는 제주의 봄길'이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이번 행사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3월과 4월, 5월에 각각 한국(서귀포시), 일본(구루메시), 중국(다롄시)에서 '동아시아 플라워 워킹리그'로 개최하는데, 올해는 서귀포시가 의장도시가 되어 리그를 운영한다. 개막전날인 18일에는 3개 도시가 함께 하는 전야제인 '국제친선의 밤'이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온 친선사절단 외에도 러시아, 대만 등지에서 외국인이 참가하여 국제행사 프로그램의 의의를 더한다.
 
-참가신청 및 문의: 서귀포시관광협의회(064-739-7201)
 
 
가봅시다- 서귀포 모슬포항 맛집과 마라도 짜장면 먹방투어
 
서귀포는 송악산과 모슬포항 인근, 마라도 등에 꼭 먹어와야 할 제주의 맛집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미식가들의 먹방투어 코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 중 모슬포 짬뽕상회(064-794-0330)는 최근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아진 맛집이다. 문어짬뽕, 해물짜장, 흑돼지 짬뽕, 해물쟁반짜장, 흑돼지 탕수육 등 제주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로 구색을 갖추었는데, 무엇보다 맛이 일품이다. 이 음식점은 제주 앞바다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해물들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인기 메뉴인 해물쟁반짜장과 문어짬뽕 등에 들어가는 해물의 양이 상당히 풍부하다. 큼직한 왕문어를 비롯하여 전복, 홍합, 오징어, 가리비 등의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요리는 제주 바다의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육수 맛도 특별하다. 유황 오리를 48시간 이상 우려내 육수로 사용하는데, 감초, 둥굴레, 표고버섯, 매실액등 다양한 재료를 함께 우려내어 깊고 부드러운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라도 해물짬뽕. 사진/이강
 
모슬포항의 덕승식당(064-794-0177)도 갈치조림·우럭조림·객주리(쥐치)조림 같은 생선 조림이 유명한 맛집이다. 주인장은 직접 낚아올린 자연산 재료로만 요리한다. 그 중 제주에서만 맛보는 갈칫국이 국물이 시원해 인기가 높다. 마라도는 유명한 마라도 짜장면 집이 여러군데 있다. 마라도를 한 바퀴 돌고 짜장면을 먹으면 시간이 알맞다. 마라도 짜장면에는 육지 사람들은 모르는 제주도 특유의 식재료와 음식들이 섞인다. 새우와 오징어 등 각종 해산물에 톳과 방풍을 곁들인 마라도식 해물짜장면은 마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해물짬뽕도 별미인데, 국물의 깊이가 다르다. 육지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마라도짜장면(064-792-8506), 철가방을 든 해녀(064-792-5262) 등은 마라도 어디에서나 배달된다.
 
한편, 가파도와 마라도는 모슬포항에서 배가 운행된다. 송악산 아래 선착장(유양해상관광 064-794-6661)에서도 마라도행 유람선으로 마라도를 다녀올 수 있다.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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