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의 정치
우리가 사는 세상
2016-03-17 17:52:32 2016-03-17 17:52:32
최근 정치계는 “젊은 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각 정당들은 청년층의 요구를 더 잘 반영하겠다며 20대들을 예비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대부분 그들의 정책을 말하기 보다는 그들의 ‘나이’에 초점을 맞춘다. 청년을 대표하기 위해 나온 그들이 ‘이슈메이커’로 소비되는 느낌이다. ‘청년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해소하고 싶어 거리로 나섰다.
 
신촌 나무무대에서 녹색당의 청소년·청년 선거운동본부인 하루살이 선거운동본부(이하 하루살이 선본) 출범식이 3월 6일 오전 11시에 예정돼 있었다. 햇살이 따뜻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예상보다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텅 빈 거리에서 당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에는 “청년·청소년이 정치한다고? ㅋㅋㅋㅋㅋㅋ” 라는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적혀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일 것이다.
 
 
사진/바람아시아
 
 
잠시 후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잠시 후 오전 11시부터 녹색당의 하루살이 선본 출범 기자회견 정당 연설회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친구를 기다리시는 동안 이쪽에서 무슨 정당 연설회를 하는지 발걸음을 멈추시고 봐주시면 여러분의 인생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라는 사회자의 말은 허공에서 흩어졌다. 몇몇 사람들만이 나무무대 주변에 서있을 뿐이었다.
 
몇 분 뒤 사회자는 “너무 바쁘신 분들께서는 여기 피켓을 잠시만 보고 지나가셔도 여러분의 인생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는 말로 관심을 끌었다. 피켓에는 “진짜 청년정책은 기본소득”, “정치권이 대변하지 않는 이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적혀있었다. 기성 정당들과는 차별화를 두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외침도 발걸음을 잡진 못했다.
 
오전 11시 15분. 연대발언의 첫 번째 순서로 진일석 청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발언이 시작됐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삽니다. 내일을 생각하고 일 년 뒤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당장 내야 될 월세, 밥을 사먹어야 할 주머니속의 지갑 걱정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하루살이는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사는 것. 내일을 위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보하지 않는 것. 하루를 살아도 자신들의 권리를 정치적 주체로서 이야기하는 것이 하루살이의 의미입니다.”라는 말로 ‘하루살이’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입법청원과 헌법소원 기자회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차분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었다.
 
 
사진/바람아시아
 
 
오전 11시 19분. 녹색 코트가 인상적인 신지예 녹색당 청년 대변인이 말을 이었다. 그녀는 기성 정당들이 청년 비례대표를 쇼로 만들어 버리는 행위를 비판했다. “청년비례대표들이 정당에 의해 의자 뺏기 싸움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진정한 ‘청년 정치’가 실현되기 위해선 정당에게 간택되는 소수의 엘리트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정당을 리드하는 청년 정치집단과 그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녹색당의 기본소득 정책, 전월세 상한제 정책, 소수자 정책 등은 청년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를 덮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 할 정책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단호했고 힘이 실려 있었다.
 
 
사진/바람아시아
 
오전11시 23분. 녹색당 김주온 비례대표 후보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녀는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청년들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정치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또한 기본소득이 단순히 청년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이 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며 사회는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동참해 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기본소득 정책으로 잘 알려진 그녀답게 그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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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29분. 녹색당 서대문갑 김영준 예비후보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청소년들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기는 사회현상을 꼬집었다. “학교 교육에서 나이로 획일화 시키고 계층화 시키고 하는 것이 청소년들을 보호 받아야 할 존재, 아직은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략) ‘너희는 아직 어려서 뭘 몰라.’ 이런 이야기 보다는 그들을 믿어 주는 게 필요 할 것 같습니다. (후략)” 그는 일본과 스웨덴의 부동산위기 때, 청년들을 위한 적극적 정책을 펼쳤던 스웨덴과 그렇지 못한 일본을 비교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에 대한 말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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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37분. 마지막 발언주자로 나선 청소년 녹색당 홍서정 운영위원의 발언이 시작됐다. 그녀는 선거를 비롯한 정치 활동에서 거의 배제되고 있는 청소년의 정치적 시민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녀는 청소년이 정치에서 배제되면서 학교에서는 학생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노동현장에서는 청소년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러한 외침이 확실한 미래를 보장해 주지는 못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을 잡는 일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누구나 청소년기에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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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발언이 끝나고 기자회견 전문 낭독과 당가에 맞춘 율동이 이어졌다.
 
 
사진/바람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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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구비 굽이치는 생명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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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길 행복의 길 함께 사는 길
 
노랫말에 맞춰 율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녹색의 이미지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다섯 하루살이들의 발언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저마다 조금씩 내용은 달랐지만 결국 그들이 하나같이 강조한 것은 청소년·청년이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 녹색 하루살이들은 신촌의 거리에 모였다.
 
하루살이는 성충이 되기 위해 유충으로 1~3년을 보낸다. 성충의 짧은 생에 비해 변화의 과정은 너무나도 더디다. 녹색 하루살이들이 말하는 ‘청소년·청년 정치’의 길은 아직 유충 단계일 것이다. 그들의 목표가 이루어지기 까지는 유충이 성충이 되는 것만큼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녹색 하루살이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녹색의 에너지를 뿜어 낼 것이다.
 
 
 
이현철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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