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박 대통령, 아베 못지않은 수구···개성공단 폐쇄 이해못해"
외신기자 인터뷰…"한국언론, 재벌 보도가 금기가 됐다"
입력 : 2016-02-24 07:00:00 수정 : 2016-02-24 07:00:00
정부에 대한 외신의 평가는 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력 대선후보 시절일 때부터 '독재자의 딸(The Strongman's Daughter)'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던 외신들은 정부 출범 4년차에 들어서도 칭찬보다는 지적과 우려를 쏟아냈다.
 
'불통 정부'라는 오명에 대해 외신 기자들도 동의했다. 특히 현 정부가 역대 한국 정부 가운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외신 기자들과 공식적인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신 기자들의 모임인 서울외신기자클럽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번도 외신 기자들과 만나지 않았다"며 "국정을 해외에 홍보하고 알리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외신 소속 기자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한국 언론보다 외신이 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을 보도하지만, 한국 정부가 외신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러다 보니 외신 기자들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을 해외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괜한 오해를 사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앞서 미국 외신 소속 기자가 창조경제의 개념을 번역하는데 애를 먹은 것을 비롯해 다른 외신 기자는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개념을 번역해 알려주는 것이 매우 힘들다"며 "정부의 외교력에 매우 큰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본 외신 소속 기자는 "일본에서는 처음에 박 대통령이 첫 여성 대통령이고, 부모를 총탄에 잃는 등 역경을 이겨내고 대통령이 된 만큼 긍정적인 시각으로 봤지만 집권 1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아베 총리 못지않은 수구로 평가한다"며 "요즘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보다 더 심각하다는 평가까지 있다"고 꼬집었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해서도 외신 기자들은 쓴소리를 뱉었다. 미국 외신 소속 기자는 "한국 정부 주장처럼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였고, 한국 정부가 그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진작에 개성공단을 폐쇄하거나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개성공단을 폐쇄, 오히려 대북·무역 통로만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2013년 10월23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외신 소속 기자는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의미에서 일본도 긍정적으로 보던 사업"이라며 "일본도 개성공단을 통해 북일 수교를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한반도가 군사위협지역으로 변해버렸다고 판단하는 것은 물론 한국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만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외신 기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외신 소속 기자는 "사드 배치는 적어도 한반도 안에서는 이익과 손해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일본 외신 소속 기자는 "사드 도입 명분이 북한을 억제하고 제재한다는 것인데, 과연 북한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실용성이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라며 "6자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을 구슬리고 비용을 지출하는 게 사드 배치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인데, 왜 사드 배치를 발표하고 개성공단 중단까지 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른 기자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드 배치 발표 타이밍은 굉장히 전략적 실수"라며 "미국과 중국이 헤게모니 싸움을 하는 와중에 한국 정부는 균형외교를 통해 실리를 잘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드 배치를 발표, 한·미·일 전통적 군사동맹만 강화하면서 중국과는 대치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드 배치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사회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외신 기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느낀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미국 외신 소속 기자는 "한국 사회는 기업, 관료, 법률,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학연과 지연 등으로 복잡하게 얽혔다"며 "정치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외신 기자는 한국 언론의 자유도에 낮은 점수를 주며 "한국 언론이 정부로부터 제약당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고 취재하지 못하는 정치 분야도 없다"며 "대신 기업의 제약을 받고 재벌에 대한 것은 금기가 됐다"고 우려했다. 자본에 종속당한 한국 언론의 현실을 직관했다.
 
재벌 문제에 대해 유럽 외신 소속 기자는 "재벌은 한국 경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해악"이라며 "그들은 금권을 남용해 정치·사회적으로 끔찍한 사건들을 만들고 법 위에 군림한다"고 꼬집었다. 이 기자는 "한국인이 정말로 자본주의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재벌 때문"이라고까지 말했다. 
 
한편, 외신 기자들은 '이승만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가장 경제적 성과가 높았던 정권'을 묻는 질문에 74.4%가 박정희 정권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신 소속 기자는 "박정희 대통령 때 경제적 성과가 높기도 했지만 한국 사정을 잘 모르고 외국에서 간접적으로 한국을 배운 외신기자 입장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며 "한국인이 싱가포르 하면 리콴유, 인도네시아 하면 수하르토를 떠올리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우성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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