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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먹거리 점검)②IT에서 BT로…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맹추격
대규모 투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2018년 세계 1위 CMO 등극…"단기실적 연연말라"
2016-03-16 16:46:47 2016-03-16 16:52:20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수익을 내던 삼성이 바이오 시장으로 눈을 돌린 건 2011년이다. 그룹 차원에서 태양전지·자동차전지·의료기기·LED·제약 및 바이오 산업을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으면서다. 
 
삼성은 그해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C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이듬해 바이오시밀러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우면서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이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항암제 등에 쓰이는 바이오 의약품의 성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시장전문 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르마’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 100대 의약품 중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1%에서 2014년 44%로 늘어났으며, 오는 2020년에는 46%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생체 의약품으로도 불리는 바이오의약품은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의 세포나 단백질 등을 원료로 제조한다. 생물학적 제재·단백질 의약품·세포치료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다. 
 
 
2020년까지 2조1000억원 투자…세계 1위 CMO로
 
삼성의 위력은 역시 투자다. 막대한 투자를 쏟아 부으면서 기존 강자들을 맹추격했다.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 스위스의 론자와 함께 세계 3대 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에는 세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현재 인천 송도에서 1공장(연간 3만리터)과 2공장(연간 15만리터)을 운영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8500억원을 들여 연간 18만리터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3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3공장이 2017년 완공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2018년 4분기부터는 연간 생산력이 36만리터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적 바이오 기업인 미국 BMS, 스위스 로슈 등과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9월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의 허가를 받고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이 내놓은 첫 바이오시밀러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도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가격을 검토 중으로, 상반기 중 출시가 유력하다.
 
국내에서 바이오시밀러 품목 허가를 받은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뿐이다. 삼성은 현 기세를 몰아 오는 2020년까지 바이오 분야에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허가 4개 중 2개를 뒤늦게 뛰어든 삼성이 취득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다른 분야처럼 삼성이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구사하며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실적 연연말라"…장기적 접근은 필수
 
문제는 시간이다. CMO와 연구개발 모두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CMO 사업의 경우, 공장을 짓고 각종 인증을 받고 실제 가동에 들어가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일반적으로 4~5년이 걸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돼 두 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201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54억원, 영업손실 1052억원, 당기순손실 83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공장 완공 후에도 각종 인증을 받는데 1년이 걸린다”며 “3공장이 2018년부터 가동되지만 매출에 반영되는 시점은 202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장치산업이지만 원천기술 확보가 핵심”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배양 등 원천기술을 잘 갖춰 수율을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3공장으로 인해 생산능력이 늘어나는 만큼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기존 삼성의 태도를 고수해서는 바이오 사업을 이끌기 힘들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오 사업이 미래를 이끌 유망산업임에는 틀림 없지만 아직 시장 성장세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을 때 관중도 끌어모을 수 있다는 논리는 삼성의 참여를 반기는 이유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 1위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소수 기업들이 하는 것보다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삼성 같은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시장 확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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