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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인사이트)구글은 되고 야후는 안되는 이유
뚜렷한 기업목적 있느냐가 관건…M&A 성패도 운명 갈라
2016-03-07 13:32:17 2016-03-07 13:32:17
현재 전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큰 회사는 구글이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달 애플을 뛰어넘으며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구글이 떠오르는 사이 야후는 추락했다. 과거 인터넷 시대의 문을 열었던 기업이지만 이제는 주요 사업까지 매각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야후의 시가총액은 280억달러 수준으로 야후가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와 야후재팬의 지분가치 300억달러보다도 작아졌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는 "지분가치를 제외(세후 기준)한다면 야후의 현금자산과 핵심사업의 가치는 10억달러를 약간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 외 1997년 이후 120여개 회사를 인수한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사업체 중 모기업인 야후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진 상황이다.
 
야후는 최근 인력의 15%를 감축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직원 1만700여명 중 1600여명을 해고하는 것으로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야후에는 9000여명만이 남게 된다. 지난 2012년 구글 출신의 마리사 메이어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야후의 인력은 42%나 쪼그라들었다. 야후는 주력사업인 인터넷부문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야후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 지분을 분사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무산되자 아예 포털부문을 팔고 알리바바와 야후재팬의 지분을 관리하는 회사가 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작년 4분기 매출은 10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했지만 전년동기와 비교해서는 15% 줄었다.
 
반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1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9억달러였던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18%를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현재 730달러 수준인 알파벳의 주가가 1000달러까지도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회사의 성패를 가른 요소는 물론 여러 가지다. 스마트폰을 주축으로 하는 모바일 시장으로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냈느냐, 인수합병(M&A)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느냐 등이 있을 것이다. 구글과 달리 야후는 모바일 대응이나 M&A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좀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두 기업의 차이는 뚜렷한 목적과 비전의 유무에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을 앞서나갈 수 있었지만 비전이 없었던 야후는 따라가기 급급했다는 설명이다.
 
M&A로 도약한 '구글'…M&A 잔혹사 '야후'
 
구글의 경우 M&A가 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지난 2006년 16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유튜브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수 당시에는 유튜브에 특별한 수익모델이 없었지만 구글은 광고를 통해 유튜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튜브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은 42억8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0.6%나 성장했다. 지난해 말에는 광고 없는 유료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나서고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사진/뉴시스·AP
 
지난 2005년 5000만달러에 인수한 안드로이드는 구글 모바일 전략의 핵심이 됐다. 구글은 인수 이후 2년이 지나서야 안드로이드 제품을 처음으로 공개했으나 이제는 안드로이드 없는 구글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무료 공개 전략 때문에 안드로이드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크지 않다. 지난 10여년간 31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이 전부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아이폰보다 4배나 많은 18억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공급하면서 확고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14년 인수한 인공지능 기술인 '딥마인드'는 구글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야후에는 M&A 잔혹사가 이어졌다. 지난 1999년 브로드캐스트닷컴과 지오시티를 각각 57억달러와 36억달러에 구매했으나 이후 테크버블이 터지면서 가치가 하락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CNBC는 "야후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 1997년 이후 120여개의 크고작은 기업을 인수했다"며 "M&A에 투입한 금액은 160억달러에 달하지만 그만큼의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메이어가 CEO로 취임한 이후 2013년 야심차게 인수한 마이크로블로깅서비스인 텀블러 역시 골칫거리다. 당시 야후는 텀블러 인수를 위해 약 11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최근 로이터통신 등에서 야후가 지난달 텀블러 인수에 쓴 비용 중 2억3000만달러를 손실처리한 데 이어 인수를 위해 지급한 프리미엄(Goodwill)을 손실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텀블러는 SNS라기 보다는 블로그 성격이 강해 모바일 시장에서 페이스북 등 다른 플랫폼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즈 등에 따르면 현재 월가에서는 텀블러의 가치를 제로(0)에 가깝게 평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페이스북에 인수된 인스타그램의 가치가 340억~370억달러로 평가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은 '브랜드 구축'의 문제
 
야후와 구글의 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브랜드 전략 구축에 있었다. 신사업 진출이나 기업 구조 변화 등은 모두 기본적으로는 기업이 장기적인 계획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세우고 명시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구축 전문가인 데니스 리 윤 전 소니전자 브랜드사업부 부회장은 최근 미 와튼경영대 기고글을 통해 "구글은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관리하는 데 능통했지만 야후는 미래 비전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며 이 점이 야후의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경우 회사의 목적이 명확하다. 구글의 회사 소개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구글의 목표는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목표를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다. 회사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기업 목표가 자주 인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AP
 
반면 야후가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지 않다. 윤 전 부회장은 "야후 홈페이지에는 공식적인 기업 목표가 드러나있지 않다"며 "심지어 서로 다른, 때로는 상충하는 내용들이 곳곳에 나타나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후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회사가 스스로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 지난 24년동안 24번이나 바뀌었다"며 사실상 (기업 목표가) 제대로 구축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메이어가 CEO로 취임한 이후 '전 세계 디지털 정보의 필수 가이드가 되는 것'이라는 기업 목적을 제시하긴 했으나 이 역시 간결하게 비전을 담아내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뚜렷한 비전이 없던 야후는 급변하는 IT 시장을 쫓아가기에 바빴다. 모바일 중심 전략으로의 변화 역시 예외는 아니라는 평가다. 메이어 CEO는 최근 열린 '2016 모바일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시대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많은 전문가들은 모바일 전략을 채택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회의론을 제기했다.
 
반면 구글은 지난해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만들면서 퍼스트무버로서의 지위를 굳혀가고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는 알파벳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기술산업에서 기업들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대신) 좀 불편할 필요가 있다"며 알파벳을 통해 구글의 비주력 분야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윤 전 부회장은 구글과 알파벳을 분리함으로써 새로운 장기 비전을 추구하면서도 구글이 기존 목표에 계속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파벳을 통해서는 혈당측정용 콘텍트렌즈나 드론배송, 무인차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싱크탱크이자 이노베이션랩 역할을 수행하던 '구글 아이디어'의 이름을 '직소(Jigsaw)'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소는 테러나 자금세탁, 조직범죄, 경찰폭력 등 주여 범죄 예방 등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공격과 공권력의 인터넷 탄압을 막고 극단주의와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글 기업목적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는 사업은 따로 분리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다.
 
지난 2013년 혹평을 받았던 야후의 로고 변경 역시 브랜드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야후는 당시 18년 만에 로고를 바꿨으나 평범하고 지루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바뀐 로고에 대해서도 "현대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를 반영하고 싶었으며 느낌표를 기울여 유쾌한 느낌을 줬다"는 설명만 했을 뿐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담지는 못했다. 반면 구글은 지난해 새 로고를 공개하면서 "예전에는 단일기기(PC)를 통해 구글에 접속했다면 오늘날에는 다양한 플랫폼과 앱, 기기를 통해 구글에 접속하고 있다"며 "아주 작은 스크린 속에서도 당신을 위한 구글의 마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로고 하나에도 야후의 기업중심 사고와 구글 고객중심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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